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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

155. 「엄마가 물고기를 낳았어.」 20230813

by 지금은

새끼 물고기는 무척 사랑스러웠습니다.

육아는 처음이라 겁이 났지만, 엄마는 최선을 다해 물고기를 돌보겠다고 결심했어요. 정성껏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고 어항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자장가를 불러주었어요. 새끼 물고기가 아픈 날에는 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다행히 물고기는 금방 건강을 되찾았어요.

날이 맑으면 물고기에게 숲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새끼 물고기는 어항 밖 세상이 마냥 신기했습니다. 물고기가 태어난 지 일 년이 되는 날에는 모두 모여 축하했어요. 엄마는 새끼 물고기를 잘 키우고 싶었어요. 다른 고양이들이 아기를 어떻게 키우는지 열심히 살폈습니다.

‘야옹’

엄마는 물고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털을 고르고 발톱을 가는 시범도 보여주었습니다. 매일 물고기에게 ‘야옹’하고 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있지 않았어요.

“야옹”

아기는 뻐끔거릴 뿐이었지만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나날을 보내며 엄마는 행복했습니다. 새끼 물고기도 행복했습니다. 엄마의 보살핌은 영원히 깨지지 않는 단단한 구슬 같았습니다. 새끼 물고기는 어항에서 안전하고 평화스러웠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물고기가 가라도 물고기와 엄마의 하루는 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고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옹’하고 울 수 없었어요. 어항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늘 그대로였습니다. 엄마는 습관대로 자기 전에 물고기에게 ‘아옹’하고 우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물고기는 슬프고 답답했습니다.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봤지만, 어항 벽에 부딪히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몸집이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단단하고 안전했던 물고기의 세상이 물고기를 가두고 있었습니다. 엄마도 모른 척 돌아누웠지만 물고기가 좁은 어항 속에서 몸을 비틀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고기 엄마도 쉽게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 이어졌습니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 나온 바다를 보고 물고기는 가슴이 뛰었어요. 물고기는 바다에 가고 싶다고 엄마에게 물을 튀겼습니다. 엄마와 물고기는 호수를 돌아 숲을 가로질러 바다로 걷고 또 걸었어요. 해변에 도착하는 순간 물고기는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엄마는 바다로 나가는 물고기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습니다.

‘위험해.’

엄마와 물고기는 물속에서 처음으로 서로의 눈을 바라봤습니다. 물고기는 헤엄을 치지 못하는 엄마를 해변으로 밀어 올리며 속삭였습니다.

“엄마 고양이가 되지 못해서 미안해, 사랑해.”

엄마는 물고기에서 물고기의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물고기가 있는 바다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물고기의 빈자리는 컸습니다. 엄마는 용기를 내어 수영을 배우기로 했습니다. 물고기와 함께 헤엄칠 날을 기대하면서요.

내 글이 아닙니다. 「엄마가 물고기를 낳았어.」 진고로호의 글입니다. 남의 글에 손을 댄다는 게 쑥스럽지만 문맥이 통하도록 몇 글자 더 넣었습니다. 그렇다고 내용을 뒤바꾼 것은 없습니다.

어려서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상상의 세계입니다. 선녀와 나무꾼, 손오공, 삼천갑자 동방삭……….

나는 아직도 동화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가끔 어린이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동화책을 읽으며, 그림책에 빠지며 꿈을 꿉니다.

“당신의 세계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생각할수록 궁금한 게 많아집니다.”

어느 날 함께 글공부하던 사람이 내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늘부터는 일부러 나와 짝이 되고 싶답니다.

강사가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묘사를 잘하지만 글 자체가 순수해요. 뭐 어린이 마음이랄까…….”

수필인지 동화인지 구별이 잘 안 될 때가 있다고 합니다. 내 생각도 같습니다. 나는 수필과 동화를 구분 지으려 하지 않습니다. 동화 같은 수필, 수필 같은 동화, 틀을 깨보고 싶습니다. 시 같은 산문, 산문 같은 시, 언제인가부터 산문시라는 말이 자리 잡았습니다.

‘수필 동화, 동화수필’

어떻습니까. 지금은 융합의 시대입니다. 문학이라고 해서 꼭 틀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방이 제 이의 창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잘살게 된 이유도 모방이 한몫했습니다. 이제는 그 울타리를 벗어나 창조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융합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나요, 모방이라도 해야겠습니다. 하다 보면 언젠가는 창조의 길로 들어서겠지요.

「엄마가 알을 낳았어.」

날다람쥐와 기러기를 등장인물로 삼았습니다. 비슷한 줄거리를 생각합니다. 생각이 생각을 낳다 보면 그 길을 따라가다 다른 길로 가겠지요. 되돌아와 방향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의 폭을 넓혀보는 겁니다. 어느새 창작자 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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