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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

159. 너도나도 관심을 20230818

by 지금은

경제적으로 내 삶이 풍요로워진 지가 얼마나 되었나, 요즘 들어 가끔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에 비해 점차 나아진 게 틀림없습니다. 꼭 짚어 시기를 말하라면 선뜻 대답할 수 없지만 분명 그 차이가 크다는 데 토를 달 이유가 없습니다. 경제 대국 십 위에 들고 나는 그중에도 중산층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느낌이 피부에 와닿지 않습니다. 아직도 현재의 삶이 풍요롭다는 생각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알뜰살뜰 살다 보니 이제는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소비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남과의 비교입니다. 또 하나는 미래를 위해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여유분을 축적하고 싶은 생각 때문입니다.

나는 물건을 아끼고 되도록 오랫동안 쓰도록 조심합니다. 웬만한 물건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곁에 두고 고장이 났을 경우 수리해서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 집 부엌칼입니다. 오래 사용하다 보니 닳고 닳아 너비가 반 이상이나 줄었습니다. 아직도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종종 홈쇼핑에서 칼을 선전합니다. 질이 좋다고 합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칼, 그런 칼 하나만 있으면 부엌의 요리는 거침없이 해낼 자신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칼이 잘 들지 않네요.”

잠시 후 날이 잘 선 칼을 아내에게 건넵니다. 도회지 대부분의 사람은 칼갈이를 사용하거나 전문으로 칼을 가는 사람의 손을 빌립니다. 그도 저도 아니면 새 칼을 삽니다.

우리 집에는 숫돌이 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옛날의 숫돌입니다. 이 숫돌은 아내와 결혼한 후부터 우리 집에 있는 물건 중의 하나입니다. 많이 닳았지만, 아직 쓸 만합니다.

나는 유년기를 시골에서 지냈습니다. 이는 여러 가지로 나의 정서적이고 경제적 삶에 도움이 됩니다. 도시와 시골의 생활 경험은 활동의 폭을 넓혀줍니다. 농촌에서 지내는 동안 꼴을 베고 나무를 하며 칼갈이를 기본적으로 익혔습니다. 낫을 갑니다. 칼을 갑니다. 끌도 갑니다.

한동안 세탁기를 손수 고쳐 썼습니다. 기계식입니다. 전기다리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전거도 있습니다. 집의 싱크대나 배수구도 있습니다. 소소한 것들은 내 손을 거치면 됩니다. 몇 개의 부속만 있으면 됩니다.

이런 것들이 서서히 내 손에서 떠났습니다. 기기가 전자제품으로 변하면서부터입니다. 한동안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렸습니다. 서비스센터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리의 기회를 잃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 수리 센터를 찾았더니 고개를 젓습니다.

“부속이 없습니다.”

제품을 더 이상 만들지 않아 수리할 수가 없답니다. 어느새 새 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의 것을 더 이상 만들지 않습니다. 몇 개의 부속품만 바꾼다면 더 사용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고장 부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외양이며 속이 멀쩡합니다. 기업체의 얄팍한 속셈이 숨어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제품이란 게 말 그대로인 경우는 드뭅니다. 기존의 제품을 개량하거나 좀 더 편리한 기능을 추가하여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기기의 성능과 가성비를 따져본다면 성능이 비용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생각됩니다. 종래의 기기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수리를 보장한다면 좋겠습니다. 이유는 지구가 환경의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온난화의 주범은 과잉 생산과 소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껴 쓰고 절약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과잉생산과 과잉 소비는 지구온난화와 환경을 파괴로 이어집니다. 온난화는 인간의 활동 결과로 방출되는 온실가스와 관련 있습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 연료입니다.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가 방출됩니다. 이는 지구의 온도를 점진적으로 증가시켜 대기 중의 열을 가두는 강력한 온실가스가 됩니다. 온난화의 영향은 해수면의 상승, 극단적인 날씨, 생태계 파괴 및 생물 다양성의 손실을 초래합니다.

요즘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급작스러운 이상기후로 세계는 몸살을 겪고 있습니다. 기온이 상승하고 홍수와 가뭄, 태풍, 해일, 산불 등이 점점 강도를 높입니다. 기후 학자들과 각국의 지도자는 지구의 기온 상승에 대해 염려하고 대책을 논의합니다. 하지만 나라마다 서로의 이해관계에 얽혀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건은 원료의 생산부터 유통과 폐기에 이르기까지 지구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경우 종래에 남는 것은 쓰레기입니다. 미국 발명가 ‘버크민스터 풀러’는 무언가를 변화시키려면 기존 모델을 구식으로 바꿀 새 모델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기업은 물건을 빨리 만들고, 많이 팔아치우는 것을 생각합니다. 물건을 오래 쓸수록 돈을 버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전에 살던 아파트의 배수관은 사십 년이 되었어도 아무런 이상 없이 버티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십여 년이 지났는데 이상이 생겨 수리 중입니다. 재료와 시공의 차이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먼저의 집보다 신식이지만 수리해야 할 곳이 점차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화려함과 편리함만을 쫓다 보니 발생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어쩌다 보니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얼른 수리하지 않으면, 우리 인간 자체가 수리가 안 되는 멸종의 길을 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보 바지 단이 찢어졌어요.”

아내가 재봉틀 위에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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