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인구 감소 20230819
“정말 문을 닫았네.”
울타리 너머로 교정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내가 이십여 년 전에 근무하던 섬의 학교입니다. 한동안 찾지는 않았지만 정이 듬뿍 들었던 곳입니다. 내 동화적 삶이 있던 장소입니다.
출생률의 저하가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벌써 우려하던 일이었지만 그동안 관심이 부족했을까요. 어느새 발등의 불이 되고 말았습니다. 출생률이 감소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사회문제로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 인구의 고령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이렇게 빨리’하는 상황을 맞고 말았습니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다는 것은 사람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결과입니다. 정부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백약이 무약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출산 장려금을 주고, 아파트 당첨에 가점을 부여하고, 양육비도 제공합니다. 부부의 육아 휴직도 마련했습니다. 이마저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금액을 상향시키기로 했습니다.
나는 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첫째 교육이 문제야, 공교육을 강화해서 사교육을 해야 할 필요성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해.
둘째 고급의 두뇌를 갖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해, 단일민족이라는 의미는 사라져 버렸기 든.”
하지만 금방 이러한 것들이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빨간 불이 들어오고 나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습니다. 이민청이 이제야 신설되었습니다.
올해 치러진 세계잼버리 대회는 망신당하고 끝났습니다. 6년 전부터 계획됐음에도 불구하고 미적대다가 기반 시설의 미비로 파행을 겪었습니다. 폭염과 폭우, 태풍은 가뜩이나 불편한 대회 장소를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급기야 각국의 대원들이 못 견디겠다고 이곳에서 탈출하여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이는 조직위와 이에 관련된 사람들의 불성실한 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국민과 사회단체, 기업이 발 벗고 나서지 않았다면 최악의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릅니다. K팝도 대원들의 마음을 달래는 데 한몫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후유증은 남습니다. 국회의원들이 편을 갈라 전 정부와 현 정부. 지방자치단체에 책임을 전가합니다. 새만금 잼버리 장소로 인해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출생률의 감소는 여러 가지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지방의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다가 하나둘 문을 닫고, 초·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에 일본을 보면서 남의 나라 일이라 여겼는데 답습하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지방의 출생률이 줄면서 초·중학교가 분교로 되고 드디어는 폐교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어젯밤 뉴스를 보니 서울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두 학교가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폐교 이용을 할 방법을 두고 시장과 교육감이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외국의 여행객을 위한 숙박시설로 이용할 생각입니다.
재개발을 서두르는 동네에서도 일어나는 일입니다. 아파트 밀집 지역임에도 학교를 지을 수 없답니다. 다시 말하면 학생 수의 부족입니다. 불과 삼사십 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입니다. 내가 교육에 몸담고 있던 그 시절만 해도 과밀학급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인천의 한 학교는 학급 수가 백여 개나 되었습니다. 전국 최고입니다. 내가 근무한 학교는 일시적인 현상이긴 해도 학생 수의 증가로 한 학급의 인원이 백여 명에 이른 경우도 있습니다. 날로만 늘어날 것만 같았던 학생 수에 골머리를 앓으면서도 일부의 미래 학자들은 오늘을 예견하고 준비할 것을 암시했습니다.
정부에서 대학교의 정원을 늘릴 때 일부의 학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인구감소에 따른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지방 학교의 경우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는 학교의 재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폐교로 인해 주위의 상권이 무너졌습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숙박업이 첫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를 돕기 위한 정부의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되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적 발전을 급속도로 이룩했지만 이에 못지않게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몇백 년에 걸쳐 이루어 낸 일을 우리는 몇십 년 만에 달성했습니다. ‘빨리빨리’의 국민적 습성이 이룬 결과입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는 여러 선진국의 장점을 모델로 삼아 부지런히 따라잡은 효과입니다. 대등한 입장에 서고 보니 참고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개척하고 탐구해 나가야 합니다. 미래를 향한 발걸음은 힘들고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성공을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잘잘못을 가리겠다고 무작정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그런 가운데서도 최적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미래 학자들은 인구감소에 따른 우리나라의 소멸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제도의 개선과 여성들 직장에서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고, 이민을 받아들이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