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책 모이 하는 날. 20230826
바로 오늘입니다. 며칠 전 평생학습관 프로그램에 글쓰기 프로그램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밤을 새워 한 편의 글을 쓴다.’
홀로 해본 일은 있지만 여러 명이 모여 제각기 글을 쓴다는 것에 마음이 끌립니다. 남에게 자리를 빼앗길까 봐 수강 신청이 시작되는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되자마자 신청했지만, 손이 느린 나는 겨우 끝 순서에 등록했습니다.
저녁때가 되자,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한 시간 반이나 앞서 출발했습니다. 전철로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니냐고 아들이 말했습니다.
“더운 데 천천히 가면 되지.”
대답에 말 대신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 말처럼 정말 덥습니다. 그늘을 골라 느림보처럼 걸음을 옮깁니다.
공원의 구름다리에 다가갔을 때입니다. 한 사람이 부지런히 다리 위로 올라갑니다. 스마트 폰을 하늘을 향해 높이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그의 모습이 멋져 보입니다. 전문가의 자세입니다.
‘내가 지금 뭐를 하는 거야.’
누군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바라본다고 하더니, 내가 그 모양입니다. 그의 스마트 폰을 벗어나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태풍이 물러간 하늘은 어느새 가을을 끌어왔습니다.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동아줄처럼 긴 줄이 드리웠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금방 비행기가 지나가지 않았을까 합니다. 예전에 제트기가 지나간 하늘에 흰 줄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찰칵’ 셔터를 눌렀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구름이 많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조개구름이 쫙 깔렸습니다. ‘찰칵, 찰칵’, 고층 건물 사이로 물드는 저녁놀이 점점 색깔을 더해갑니다.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니 벌써.’
반달이 나만큼 성급했나 봅니다. 희미한 모습으로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구름과 혼동할 수 있겠다고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름의 색깔을 닮았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밝아질 게 분명합니다. 가기도 잘도 간다는 어느 노랫말의 가사처럼 구름과 동행을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찰칵’ 찍었습니다. 곧 지웠습니다. 아직은 낮이라서 달이 구름보다도 더 희미해 보입니다. 화면을 확대해야 겨우 감을 잡을 정도입니다. 등이 뜨겁습니다. 옷이 어느새 땀으로 젖었습니다. 배낭이 등에 붙어 보온 역할을 한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동안 슬며시 밖으로 나가 찍으면 되겠지.’
학교 옆을 지나는데 운동장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벌써 개학을 한 거야 하는 마음에 눈을 돌렸습니다. 아니 오늘은 토요일인데, 하지만 대여섯 명의 아이가 공을 차고 있습니다. 방학으로 조용하던 학교가 학생들의 움직임과 떠드는 소리에 밝아 보입니다. 내일모레면 개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했습니다.
오는 동안 전철 안에서 땀을 식혔습니다. 한 정거장이지만 책가방과 모자를 벗으니, 전동차의 냉기에 금방 시원함이 감돕니다. 평생학습관에 도착했습니다. 어린이 도서실에 들어서자 혹시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벌써 여러 명이 와 있습니다. 머뭇거리자 모두 나와서 반깁니다. 목걸이를 보니 직원과 글쓰기를 돕는 분들입니다. 내가 제일 먼저 왔습니다. 한 시간 먼저 가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길에서 삼십여 분을 흘려버렸습니다. 아직도 시작하려면 사십여 분이나 남았습니다. 너무 일찍 왔다는 마음에 좀 쑥스럽습니다.
“더운데 다과를 들릴까요.”
“예, 제가 가져다 먹겠습니다.”
대접받는다는 느낌 불편합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오면 함께 먹어야겠습니다. 우두커니 앉아있자 담당자분이 옆으로 다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오늘의 목적이 글쓰기인 만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나누었습니다.
지루한 기다림이 끝났습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돌아가며 간단한 인사말을 했습니다. 모두 쟁쟁합니다.
“뭐 대단한 거라고, 오십보백보이겠지.”
집에서 나올 때는 큰소리를 쳤지만 각자 자신의 글 솜씨를 이야기하는 데 나의 노력은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의 글쓰기 주제는 자유입니다. 크게 부담을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 만나는 어색함을 깨뜨리기 위해 사람들과 잠시 친목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곧 시작입니다. 노트북의 좌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적막을 깨뜨립니다. 머뭇대던 손이 움직입니다.
‘밤새워 써보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