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71. 달걀 하나가 20230831

by 지금은

나는 어려서부터 삶은 달걀을 좋아했습니다.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누군가 달걀이라는 자체를 싫어하는 게 이상합니다. 육류가 귀하던 시절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 중 경제적으로 삶의 질이 최하위에 속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육이오 전에 태어나 어려운 시기를 살았습니다. 채식주의자도 아니니 식사 때에는 고기라는 말에는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어쩌다 삶은 달걀 하나라도 만나는 날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날은 명절, 제사, 소풍 때 정도입니다.

아내는 나와 식성이 조금 다릅니다. 가리는 것이 별로 없지만 달걀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싫어하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찐 달걀을 좋아하지만 아내는 프라이를 좋아합니다. 내가 삶은 달걀을 먹으면 무슨 영양가가 있고 무슨 맛이 있냐고 합니다. 그래도 프라이를 해야 기름이라도 들어가니 몸에 좋지 않겠느냐는 투입니다. 달걀이 흔해지면서 아내는 몇 개씩 삶아 나에게 줍니다.

“같이 먹어야지.”

자신은 프라이를 해서 뜨겁게 먹겠답니다. 권하기에 어쩌다 하나 먹으려면 입맛이 별로입니다.

어느 날입니다. 아내는 구운 계란을 가지고 왔습니다. 찜질방에서 친구를 만나 함께 먹었는데 그냥 삶은 것에 비해 맛이 좋다면 한 알을 내밀었습니다. 정말 맛이 좋습니다.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아하는 모습이 기억됐나 봅니다. 다음에 몇 차례 사 와서 먹었습니다.

“달걀을 천천히 익히면 된대요.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지.”

요령을 익힌 아내는 전기밥솥에 달걀을 여러 개 넣었습니다.

달걀 껍데기를 벗기자 구운 달걀 그 모습입니다. 솜씨가 있다고 했더니, 누군가 일러준 대로 했다고 합니다.

우리 집에서 달걀을 먹는 방법은 삶기와 프라이, 뚝배기에 달걀을 깨뜨려 찌는 정도입니다. 달걀말이도 있습니다. 밖에서 먹는 음식도 있습니다. 오므라이스입니다. 쌀밥을 달걀말이로 뒤집어 씌웠다고 하면 설명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주재료는 쌀과 달걀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퇴직 후 아내와 유럽 여행을 몇 차례 다녀왔습니다. 그들의 식생활 문화는 우리와 다른 점이 많습니다. 식재료가 다르고 요리방법도 다양합니다. 우리는 여행하는 동안 여러 가지 볼거리에 현혹되었지만 음식에도 관심이 갔습니다. 먹기 전에 내용물이나 조리 상태를 확인하고 맛을 음미했습니다. 음식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삶은 달걀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처럼 삶은 달걀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식문화가 발달한 프랑스입니다. 입맛도 중요하지만 눈요기에도 신경을 씁니다. 우리 옛말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습니다. 음식은 달라도 같은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가 알맞게 익어야 한답니다. 노른자가 굳어도 안 되고 흐물거려도 안 됩니다. 달걀 요리 하나에도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파슬리 가루가 뿌려졌고 마요네즈가 첨가되었습니다. 영국에서는 달걀의 겉면에 다진 돼지고기, 소금, 후추 등 섞고 빵가루를 묻혀 바싹하게 튀긴 요리를 먹었습니다.

여행 이후로 아내의 음식솜씨가 점차 변했습니다. 달라진 점은 다양성입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방법을 달리합니다. 물론 음식 재료의 범위도 늘어났습니다. 가끔 생각처럼 되지 않은 때도 있지만 색다른 음식의 호기심에 응원할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인터넷이 선생님이야. 레시피를 보고 해 보는 거지.”

같은 음식을 만들면서 방법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같은 음식인데 저번 것과는 다릅니다. 조리 방법이 다르고 식재료의 일부가 다릅니다. 뭐 알려 준 대로 똑같이 하라는 법이 있느냐고 합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달걀 하나라도 요리가 되기 위해서는 질이 생명입니다. 이제는 동물복지에도 신경을 쓸 때입니다. 달걀 하나 먹는 게 뭐 대수냐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는 내 건강이나 생명과도 연관 지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양계시설을 생각해 봅니다. 옴짝달싹 못 하는 케이지에서 사료만 먹고 자란 닭은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짧은 시간에 많은 계란을 낳도록 밤새 불을 켜 놓아 낮과 밤을 헷갈리게 만들어서 생산한 계란이 많습니다. 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먹인답니다. 너른 공간에서 풀과 벌레를 잡아먹었으며 활발하게 자라는 닭은 비타민 E와 오메가 3의 함량이 많아진다는 결과도 있으니 현명한 소비자라면 비용을 더 지불하고라도 건강한 달걀을 고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달걀 소비량은 약 270개라고 합니다. 50그램의 작은 것이지만 단백질, 지방, 인, 칼슘, 철분 등 필수영양소가 들어있습니다. 그러기에 달걀을 완전식품이라고 합니다. 값싼 단백질의 보급원입니다. 각자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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