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73. 생명의 존중 20230901

by 지금은

우리의 사회가 불안합니다. 어제와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범죄와 자살이란 단어가 신문과 방송에서 떠날 날이 없습니다. 언제인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고 하더니만 18년 째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난이라면 꼴찌였던 나라가 국난을 이겨내고 이룩한 경제 10위 권에 진입했음에도 우리 사회는 어둡고 우울합니다. 요즈음 벌어지는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범죄와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의 기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어째서 이렇게 나약하게 흘러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2021년 통계에 의하면 인구 100만 명당 고의 목숨을 버린 사람은 263명에 이릅니다. 하루 평균 36.5명이 스스로 귀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난 3년 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코로나 사망자보다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국가가 되었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10대에서 30대까지의 사망 원인 1위, 40대는 2위라는 참담한 현실입니다. 질병으로 고생하는 노인의 자살률 또한 심각합니다.


자살하는 이유는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현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빈부의 격차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발전은 경쟁에서 이룩되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잘살아 보자는 국가, 사회, 개인의 열망이 합쳐진 결과입니다. 국가는 국가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무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공부에 시달리고 승진에 목을 매고 재산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중진국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노력의 결과가 눈앞에 보였지만 그 시기를 지나면서 선진국에 이르자 결과가 눈에 띄게 보이지 않습니다. 무한 경쟁 사회에 몰리면서 서로 눈치를 보면서 비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하지만 남을 바라볼 때 불안합니다. 모두 나보다 한 걸음 앞서고, 난보다 부유하고, 나보다 자유롭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남을 바라보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자살을 하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불행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주위 사람들의 고통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를 기억하는 친지나, 가족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살을 개인적인 문제로만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가까운 사람의 자살 이후 남겨진 사람에 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합니다. 아직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통계는 없지만 자살률이 증가하는 만큼 고통을 겪는 사람들도 늘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한 사람의 자살은 5명 내지 30여 명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이는 가까웠던 사람을 잃은 이의 마음 한구석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다정했던 사람, 소중했던 사람, 기억에서 멀어지기에는 긴 세월이 필요합니다. 아니 영원히 떨쳐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입시에 실패한 자식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자 그 어머니가 방황하다가 몇 년 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업에서 실패한 가장이 목숨을 끊자 부인이 뒤를 이어 세상을 달리 한 일도 있습니다. 두 가지의 예를 들었지만, 우리 주위에는 알게 모르게 또 다른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자살로 누군가를 잃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국민을 위한 교육과 복지와 의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는 국가와 몇몇 사회단체가 자살 예방 교육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고 봅니다. 겉보다는 내실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줄을 세우는 교육을 해왔습니다. 한 줄입니다. 어느 그룹이나 1등은 한 명입니다. 이는 입시를 비롯하여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줄로 세우는 교육이 아니라 재능과 능력에 맞게 여러 줄을 세우는 교육을 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그 영향은 미미합니다. 각자의 능력과 재능, 취미에 맞는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하는 사회의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일등만이 존중받는 환경에서는 자살률을 낮출 수가 없습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고 보니 오래 살아남았습니다. 1등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그 위치에 서보았을 때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자살을 한 사람들처럼, 자살을 여러 번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두려운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죽음이 무서웠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괴로워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슬퍼하는 얼굴이 다가왔습니다. 가족과 친지들과 멀리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절로 내둘러졌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중요시합니다. 끈끈한 관계입니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은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생각해야 합니다. 죽은 자 보다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오래갑니다. 헛된 슬픔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최고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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