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 아무 일이 없기를 20230905
‘아무 일도 없었다.’
무슨, 깨지고 말았습니다. 화초의 분갈이를 끝내고 기분 좋게 원래의 자리로 옮겼는데 박살이 났습니다. 마음이 조금 들떴기 때문일까 털커덕 벽에 부딪히는 순간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하루하루 아무 일 없이 지나는 게 그리 쉬운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일도 그러한데 국가나 사회에서는 보통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여름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몇만 명의 청소년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장실이 부족하고 불결하다고 난리를 쳤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소홀한 준비가 불러온 결과입니다. 견디지 못한 청소년과 지도자들이 새만금을 외면한 채 탈출했습니다. 이를 달랜 것은 국민과 기업, K-팝에 관련된 사람들입니다. 잔뜩 흐려놓은 국가의 이미지를 만회하기에 동분서주했습니다. 안되려면 뒤로 너무 저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듯이, 날씨마저 도와 훼방을 놓았습니다. 무더위와 폭우, 태풍까지 겹쳐 그야말로 최악의 결과를 빚어냈습니다.
요즘은 아파트 때문에 말이 많습니다. 부실 공사입니다.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폭삭 무너졌습니다. 완공 단계에 있던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이 가라앉았습니다. 공기를 서두르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했고, 일부는 자재를 빠뜨렸습니다. 건물의 기둥에 들어가야 하는 많은 철근 중 일부를 누락시켰습니다. 공사비를 줄이기 위한 계산된 일입니다. 손실이 컸습니다. 사람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재시공해야 하니 물적 손해도 큽니다.
내용을 알고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아는 사람들끼리 맺어진 보이지 않는 끈 때문입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허술한 결과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새만금 잼버리, 아파트 부실 공사뿐이겠습니까. 눈을 돌려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이와 같은 허점이 많습니다. 가끔 뉴스에 소개되기도 하지만 아무 일도 없는 듯 묻혀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는 조직 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철두철미해야 할 일의 과정이 소홀하기 때문입니다. 겉보기에는 선진국이지만 속에는 아직도 후진국의 냄새가 풍기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이 뒤떨어진 나라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입니다.
하루가 멀다고 일어나는 사고는 인공재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자연재해도 있습니다. 새만금 사건은 인재와 자연재해가 겹쳐 일어난 일입니다. 어찌 되었든 나는 인재에 무게들 둡니다. 애초 부지 선정을 할 때부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무 하나 없는 갯벌의 황무지, 평평한 곳입니다. 장마가 지고 폭우라도 있게 되면 어쩌냐고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이에 무더위와 태풍까지 가세했습니다.
홍보용 화면은 화려했습니다. 그 넓은 갯벌은 나무가 숲을 이룰 것처럼 녹지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파라솔이 장관을 이루고 각종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개막 때까지는 이렇게 될 거라는 밑그림에 조금은 안도가 되었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세계의 잼버리 대회 중 최악이었습니다. 이 결과의 책임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날 선 공방을 벌입니다. 국회도 여야로 나뉘어 전 정부와 지금의 정부를 탓하기에 열을 올립니다.
나는 잼버리 준비 과정을 확인하고서 나름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처음 부지 선정이 문제였습니다. 다음은 이를 주관하고 책임지는 주체가 불분명했습니다. 시행을 주관하는 부처가 몇 개로 나뉘다 보니 합의를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는 그들만의 속셈이 있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새만금의 넓은 터전을 활용하기 위한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자금 확보에 힘썼다는 느낌입니다. 도로와 항만, 비행장을 머리에 그렸다는 생각을 지 잼버리를 위한 그 많은 돈이 어디로 갔을까요. 세부 내용을 공개해야 합니다. 일부는 세계잼버리대회 준비를 위한 해외 출장이라는 소모성 경비로 지출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관광목적으로 쓴 것이 보였습니다. 수천억을 들였어도 개최하는 날까지 기반 조성이 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사업을 차일피일 미뤘습니다. 개최를 목전에 두고서야 발등에 불이 켜졌습니다. 서둘렀지만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나라에서는 몇 년 후에 있을 엑스포 행사를 부산에서 개최하기를 희망하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몇몇 나라가 신청하고 경쟁을 벌입니다. 어떨까요? 작년의 뉴스입니다. 다소 불리한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더 불리해질지 모르겠습니다. 잼버리 대회로 이미지가 떨어진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 일 없어야 하는데, 기대와는 달리 매일 크고 작은 일이 발생합니다. 큰일은 작게, 작은 일은 일어나지 않게 자꾸만 줄여가야 합니다. 아무 일도 없게 하는 일’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직이 무리 없이 굴러가도록 관리하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일입니다. 빈틈은 일상의 중단이나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일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조직 차원에서 인력과 예산을 배정하고 지원해야 하며, 무엇보다 의사결정권자가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태야 합니다.
“최종 책임은 내가 진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 위의 명패처럼 책임자와 실무자의 사명감이 중요합니다.
아무 일이 없기를 주위를 살펴야 합니다. 또 확인 또 점검입니다. 울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