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 배드민턴 20230905
‘에이’ 혀를 차고 말았습니다. 무신경이 일을 그르치고 말았습니다. 고개를 들어 잠시 위를 바라봤습니다.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 해봤을 터인데.’
어제까지도 운동 삼아 홀로 공을 찼는데, 오늘은 배드민턴 채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셔틀콕을 찾아낸 결과입니다. 이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콕이 아닙니다. 몸체가 가늘고 깃털이 두 가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헬리콥터의 날개를 연상하면 좋겠습니다. 다만 다르다면 헬리콥터의 날개는 수평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깃털이 수직입니다.
“여보, 전에 배드민턴 콕 사 온 것 보지 못했어요?”
운동에 별 관심이 없는 아내는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는 양, 그런 게 우리 집에 있나 하는 표정입니다.
나는 초등학교 선생이었던 이유로 백화점이 다양한 물건을 진열하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지식과 기능을 익혀야 했습니다. 나는 의사나 법관처럼 깊은 지식을 지니지 않은 대신 폭넓게 이것저것, 모든 것을 끌어안아야 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든 아이들의 궁금증에 따른 물음에 알맞은 답이 필요했습니다.
오래전의 일입니다. 일요일을 맞아 인사동에 갔을 때입니다. 입구에 들어섰는데 한 사람이 배드민턴 채로 콕을 하늘 높이 쳐올립니다. 보통의 배드민턴 운동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혼자서 셔틀콕을 향해 움직입니다. 잠시 눈을 고정한 채 가까이에서 그의 몸동작을 바라봤습니다.
“쉬워요.”
콕을 하나 꺼내주며 말했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고 바람의 영향도 적게 받는답니다. 그의 다정한 말에 하나를 손에 쥐었습니다.
‘여기 있었던 거야.’
베란다의 화분을 정리하다 보니 작은 화분 속에 구슬과 함께 숨어있습니다. 사용하겠다고 샀지만 내 어찌 된 일인지 여러 해 동안 잊고 말았습니다.
나는 평소에 늘 보통 사람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맞는 지식과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것들을 교육대학에서 모두 배울 수는 없습니다. 현직에 있는 동안 새로운 것에도 적응해야 합니다. 교육과정이 바뀌면 이에 따라 새로운 지식 새로운 기능이 필요합니다. 집단 연수, 때에 따라서는 개별 연수가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자기 계발입니다.
만능 박사입니다. 어렸을 때 동네 사람들이 다방면으로 재주 좋은 사람을 두고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머리가 좋다고 할까, 아니면 재주가 있다고 할까. 이것저것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입니다. 만화에 나오는 만능 손을 가진 사람입니다. 나는 만능 재주꾼은 아니지만 이와 비슷한 사람이 되도록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그렇지 뭐.”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내가 만든 변신 종이 작품을 주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것저것 선을 보이자, 어른들이 한 말입니다. 초등학교 선생이라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관심이 있고 없고를 따라 다릅니다. 남자가 바느질이나 뜨개질로 인형을 맵시 나게 만들 수 있고, 다양한 민속놀이를 자유자재로 시범을 보일 수 있는 것, 여자가 야구, 축구, 핸드볼 등의 규칙을 알고 경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관심 때문입니다.
셔틀콕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인사동 골목에서 셔틀콕을 쳐올리던 사람의 동작을 생각했습니다. 힘껏 쳐올렸습니다. 높이 오르던 콕은 사선을 그으며 멀리 날아갔습니다. 다시 쳐올렸습니다. 머리 위로 올랐다 떨어지는데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배드민턴 할 때와는 달리 수직으로 높이 오른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방향을 어림잡았지만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다섯 번째입니다.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높이 오른 콕은 나를 외면했습니다. 높은 건물의 지붕을 향했습니다. 까치발을 뜨고 내려앉은 곳을 가늠했지만 보이지 않습니다.
배드민턴 채만 보이며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천 원, 사탕 사 먹었어요.”
“아이도 아니고 웬 사탕.”
“우리 집에 아이가 없어서 대신했지, 뭐.”
방심의 결과입니다. 좀 넓은 곳에서 했더라면, 집 앞의 공원광장이 생각났습니다. 잠시 허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옛것을 찾는 일이 반복됩니다. 며칠 전에는 꽹과리와 북을 꺼냈습니다. 제기를 차 보았습니다. 줄넘기도 했습니다. 아들의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일기도 들춰봤습니다. 저녁을 먹고 가방을 챙겼습니다. 내일은 글쓰기를 하러 가야 합니다. 에세이 프로그램 중 ‘편지쓰기’를 할 차례입니다. 옛정을 살려 제자들에게 손 편지를 써볼 생각입니다.
‘네가 선수가 된 지 얼마나 됐다고 배드민턴 시합에서 나에게 졌다고 화나서 눈물을 찔끔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