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84. 내가 책을 읽고 쓰는 이유 20230908

by 지금은

나는 하루의 대부분 책을 읽고 쓰는 데 시간을 보냅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60대부터입니다. 퇴직하고 보니 직장에서 일할 시간 대부분이 공백입니다. 가만히 있기에는 무료하다는 생각에 뭔가 채워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습니다. 빈둥대는 것도 한두 달이지 지나고 보니 마음이 답답합니다.

‘뭐라도 할 게 없는 거야?’

학교와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찮습니다. 나를 찾는 즐거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스레 책을 들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들으며 악기를 만져 보고, 그림을 그려보고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부딪쳐 보았습니다. 이제는 주업처럼 책 읽기와 글쓰기에 몰두합니다.

왜 책을 읽느냐고 누군가 물으면 딱히 알맞은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읽어야겠다는 마음이라면 대답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골치를 썩이며 무엇에 쓰려고 해요? 어디에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써야겠다는 마음에 씁니다. 대단한 문필가가 되려는 생각도 아닙니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나의 무료함을 달래주고 생각을 키워주지 않을까 합니다.

나는 도서관 행사에 자주 갑니다. 행사 중에는 작가들을 초대하여 독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독자와의 만남’이라는 주제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흔한 물음입니다.

옛날에는 지식을 얻는 통로를 책이 독점했지만, 지금은 각종 매체의 발달로 인해 그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나는 이 말에 수긍하면서도 책의 좋은 점을 말합니다. 나의 경우는 각종 영상매체보다는 종이에 길든 세대입니다. 종이를 떠나 영상매체에 눈을 돌리다 보면 왠지 어색한 기분이 듭니다. 눈이 빨리 피로해집니다. 적응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 여깁니다. 그러기에 나는 밖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 할 때 가방에 책을 넣습니다. 가고 오는 동안 차 안에서 독서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시지요.’

어느 독서가의 말을 빌려봅니다. 깨어있는 삶, 즐거움, 몰입, 지식의 창조와 지혜, 삶의 속도 조절, 긍정의 힘, 나는 누구일까, 이런 것들을 얻기로 위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일들은 꼭 책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여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물으면 곧 그럴싸한 대답을 해줍니다. 내가 해야 할 생각을 대신 해주기도 합니다. 내 생각과 꼭 부합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고민이나 수고의 힘을 덜어줍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영역의 넓이와 깊이를 더해갈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뒤로 미루고 어릴 때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6.25 전쟁 이후의 시기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가난했습니다. 물론 문맹률도 높았습니다. 농사철이 되면 일부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아침 학교에 가려는 아이를 불러 세웠습니다.

“바쁜데 학교는 뭐 하러 가, 학교가 잠을 재워 주냐, 책이 밥 먹여 주냐.”

몰라서 묻는 말은 아닙니다. 아이의 앞을 가로막으며 책보자기를 빼앗았습니다. 일손 하나라도 필요했습니다. 어느 때는 학부모가 학교까지 찾아와 아이를 윽박질러 데려가곤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학교가 책이 나를 책임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책 중 99퍼센트는 백 년 후에는 그 존재가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기억에서 멀어진다는 말입니다. 과거에 나온 책들이 지금까지 살아있는 게 얼마나 될까요.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이런 것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많은 책을 읽고 쓰는 것일까요. 일생에서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보물을 찾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온 세상을 뒤졌지만,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손에 잡혔다면 하늘의 별을 따는 심정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별을 따지 못했지만, 때에 따라서는 잘 익은 사과라도 따지 않을까요. 우리는 늘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이유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여깁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문장을 빌립니다. ‘알아야 할 것은 많고 내 시간은 부족합 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