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83. 말 한마디, 문구 하나가 20230908

by 지금은

복지관에 수강 신청을 했는데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떨어지면 안 되는데.’

여러 기관의 배움터에 발을 들여놓은 나는 새로 맞이하는 수강 신청 기간이 되면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인기가 있는 강좌는 신청자가 몰려 당첨되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신청에는 결과가 반반입니다. 네 과목을 원했는데 두 과목만 됐습니다. 당첨되고 나니 한 과목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떨어진 과목과 바뀌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도 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고 보면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며칠 후 편안한 죽음(well dying) 프로그램 신청이 있었습니다. 나는 몇 차례 참가한 때가 있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앞을 다투어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내용이 같으면서도 강의 방법이나 체험 활동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이제는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편안한 죽음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품위 있고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는 일.’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웰빙은 단순히 좋은 환경 속에서 좋은 음식을 먹는 일에 초점을 맞췄으나 편안한 죽음은 잘 죽기 위한 준비입니다.

이번 수강생 모집은 10명입니다. 혹시나 새로운 무언가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인원수가 적다 보니 참가할 기회를 얻을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로 신청해서인지 아니면 당첨자 범위에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강의를 들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혹시나 내가 예측하는 내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담당자를 찾았습니다. 미리 프로그램에 문의한 게 보탬이 되었습니다. 문구 속에 들어있지 않은 내용이 있습니다. ‘올해도 그렇겠지’ 했는데 예측이 맞았습니다. ‘그림책 자서전’ 만들기를 한답니다. 언제부터인가 그림책 만들기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노인들에게는 ‘자서전’이란 이름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림책 프로그램에 몇 차례 참가하고 보니 활동에 자유로울 수가 있습니다.

첫 시간에 참석했습니다. 담당자와 강사가 준비를 잘했습니다. 학습자료를 충분히 마련하고 입맛을 다실 간식까지도 챙겼습니다.

‘어쩌지요.’

준비와는 달리 10명 중 나를 포함해서 4명만 참가했습니다. 시작 시각을 넘겼어도 나머지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담당자의 마음이 초조해 보입니다. 전화하는 듯했는데 포기를 한 사람이 여러 명입니다.

옆 사람이 말했습니다.

“정말 기분이 언짢았어요.”

어느 편안한 죽음 체험에 참여했는데 관속에 들어가 보라고 했답니다. 그 내용이 아직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고개를 내젓습니다. 편안한 죽음이(잘 죽는다)라는 언어가 거부감을 불러왔나 봅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제로 ‘자서전 그림책 만들기’란 제목을 붙일 걸 그랬나 봐요.”

어감상 거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100세 시대에 지금 내 나이가 얼마인데 벌써’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웰리빙(well living)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100세까지 잘 살아가는 그림책 만들기라고 했으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또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노인들의 모임이라고 해서 꼭 ‘자서전’이어야 할까. 많은 노인이 맛을 보았습니다. 한창 유행을 했으니, 이제는 내용을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듭니다. 옛날과는 달리 많은 노인이 배움터를 찾고 지식도 점차 쌓여가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사람도 있습니다. 몇 년 전 글쓰기 자리에서 말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왜 노인의 내용만을 넣어야 하는가. 다양성을 말했습니다. 지난해와는 달리 많은 프로그램의 내용의 변화가 있지만 내 주장과는 달리 자서전의 진행 계획은 변한 게 없습니다.

다소 볼멘소리 했습니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조금은 생각을 달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프로그램은 강사의 말 한마디에 두 번째 시간부터 수강생의 수가 반감했습니다. 프로그램 제목이 수강생의 생각하는 내용과 다른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토론식 수업을 하겠다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목이 ‘나도 명강사가 될 수 있다.’인데 강사의 말을 들어보니 자신이 명강사라는 표현입니다. 대학에서 강의하던 퇴직 교수의 말에 그만 주눅이 들고 말았다 생각됩니다. 이번에는 프로그램의 제목이 바뀌었습니다. ‘멋지게 살아가는 노년의 길’ 수강생과 교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림 그리기는 어떻습니까. 앳된 강사가 첫 시간에 수업 진행이 어렵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집에서 큰 노력을 해야 한다며 이론 수업을 했습니다. 노인의 세계를 헤아리지 못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내 생각을 말하려다 그만두었습니다. 내 서툰 표현에 자칫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나름의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할 거라고 믿습니다.

강사가 계획을 말하기 전에 슬그머니 그림책 구성 전반에 관해 물었습니다. 자서전 그림책보다는 내가 그리는 세계를 옮겨보고 싶습니다. 마음에 꼭 맞지 않는다고 그만두기보다는 강사의 마음을 거슬리지 않는 편에서 교감하며 그동안 구상한 것들을 표현해야겠습니다.

지금까지 남의 것을 들추어 봤는데 내 것도 찾아봐야합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오늘은 내가 그동안 써 놓은 글의 내용과 제목을 견주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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