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 한마디 20230916
“앉아있으면 어떻게, 일어나서 움직여야지.”
아침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는 중입니다. 아내가 커피를 마시다가 말고 말했습니다. 어느새 손에는 아령이 들려있습니다. 팔이 자연스레 아래위로 움직입니다. 잠시 후 긴 봉을 들었습니다. 어깨에 걸친 막대가 머리 위로 허리 부분으로 오르내립니다. 몸을 좌우로 비틀기도 합니다. 무릎을 구부렸다 벼기를 반복합니다.
“일어나시지.”
급하게 음식을 먹는 사람이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지요. 식사를 한 후에는 곧 움직이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운동을 하고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답니다.
건강에 관한 상식 문제가 하나둘 귀에 들리기 시작합니다. 잔소리를 좀처럼 하지 않는 아내가 나를 일으켜 세울 속셈입니다. 가끔 있는 일입니다. 재빨리 일어섰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동안 졸음이 살살 몰려오려고 했습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했습니다. 옆에 서 있던 아내가 눈치챈 게 분명합니다.
50대까지만 해도 키는 작았지만, 몸은 단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 허약한 체질을 만회하기 위해 늘 운동에 신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팔뚝이나 가슴과 배에 근육이 붙어 붙어 제법 울퉁불퉁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도 한몫했습니다.
지난 일을 생각해 보니 나를 위한 것도 있지만 남을 위한 것도 있습니다. 덤벨, 자전거, 스케이트, 인라인스케이트, 걷기 등은 나를 위한 것이고, 공 운동을 비롯한 몇 가지는 아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체육 지도를 위해 필요한 것들입니다. 기능을 보여줘야 하기에 시간이 나는 대로 방법이나 규칙을 알아보고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훌라후프, 리본체조, 뜀틀, 매트운동, 교육과정에 나오는 운동은 다양합니다. 스스로 배우고 지도하는 사이에 이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내 건강을 챙겨주었는지 모릅니다.
어제는 아내와 식료품을 사러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다소 멀기는 해도 배낭을 메고 걸었습니다. 갈 때는 무리 없이 걸었는데 돌아올 때는 발걸음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기 앉은 그네가 있는데 좀 쉬어가요.”
그렇지 않아도 쉬고 싶었는데 잘 됐습니다. 언젠가부터 중간에 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특히 더위가 심한 계절입니다. 바로 지금입니다. 여름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낮에는 무더위가 지속됩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한풀 꺾일 만도 하겠는데 매미의 울음이 아직도 남아있으니 좀 더 기다려야 할까 봅니다.
오늘은 날이 흐리고 가끔 비가 내려서 그런지 평소보다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 느낌입니다. 십여 분이나 지났을까 생각했는데 갑자기 눈앞에 어둠이 내렸습니다. 가로등이 불을 밝혔습니다.
“아이 가려워.”
가렵다고 해야 할까, 따갑다고 해야 할까. 손등과 팔에 좋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어서야겠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모기에게 물린 게 틀림없습니다. 가로등 불빛에 보니 살갗이 군데군데 깨알만큼 부풀었습니다. 걷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부를 긁었습니다. 아내에게 모기에게 물린 게 틀림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네에서 일어설 때 아내에게 혹시 모기에게 물리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모르겠다고 했는데 불빛에 비춰보니 나보다 몇 배나 살갗이 부풀었습니다. 이미 팔이 벌겋게 되었습니다. 긁은 표시입니다. 감각이 둔했기 때문일까요, 말하기 싫었기 때문일까요. 불빛에 확인해 보고 나서야 나보다 몇 배나 가렵고 따갑다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아내의 양손에 물건이 들려있습니다. 나는 배낭을 진 등을 제외하고 두 손이 자유롭습니다. 전에는 내가 한 묶음을 들고 다녔는데, 오늘은 내 손을 자유롭게 해주었습니다. 하나를 빼앗아 들려고 했지만, 배낭에나 신경을 쓰라고 합니다. 허리가 안 좋으니, 뒷짐을 지고 두 손으로 받치라고 시범까지 보입니다. 이런 말을 들어서일까, 다른 날에 비해 배낭이 무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냉동식품을 등에 대고 있는데도 더위가 가시지 않습니다. 습도가 높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내의 잔소리였는지는 몰라도 식곤증이 물러갔습니다. 아내가 하던 대로 막대를 들고 움직였습니다. 아령도 아래위로 움직였습니다.
친구가 아침에 전화했습니다. 내일 비가 온다고 했는데 말하자 친구 보는데 비가 대수냐고 했습니다. 어제저녁 만나자는 전화 했는데 확인하고 싶었나 봅니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 거야, 점심 살게.”
쓰던 일을 그만두고 서서히 채비해야겠습니다. 아내의 말도, 친구의 말도, 좋은 생각입니다. 잘 살려면 움직이는 것도 여러 가지 중 하나입니다. 잠시 움직였을 뿐인데 몸이 가뿐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핀잔이 때로는 보약일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