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01. 책을 읽다가 20230919

by 지금은

내가 전철 안에서 책을 펼치고 내용을 짚어가는 사이에 몇 정거장을 지났는지 모릅니다. 내릴 때가 된 게 아닐지 하는 마음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치매 걱정은 안 하셔도 되겠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말합니다. 잠시 책을 덮고 눈을 마주쳤습니다. 짐작하기로 나보다 연세가 다섯 살은 많아 보입니다.

“예, 차를 타면 딱히 할 일이 없고 앞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일이 어색해서 책을 들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래도 책을 볼 수 있다는 게 건강하다는 증거겠지요.”

자신도 책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교직 생활을 30년이나 했다며 아직도 공부에 관심이 있다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라서 기분이 좋습니다. 나도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에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정류장에 내릴 때가 됐나 봅니다. 오랜만에 뜻이 맞는 분을 만났는데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서운하다고 합니다. 약속이 없으면 좋았겠다며 ‘건강’이라는 말을 남긴 채 일어섰습니다. 나보다 몇 살 위라고 생각했는데 자그마치 91세나 되는 분입니다. 말씨와 풍채에 건강함이 넘칩니다.

나는 이제 하나의 습관이 보태어졌습니다. 아주 가까운 곳이면 몰라도, 차를 탈 경우나 어느 곳에서 머물게 될 때는 으레 책을 챙깁니다. 예를 들어 서울을 다녀온다 치면 내용이 가벼운 책 한 권은 거뜬히 읽을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엇인가 해냈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전철을 타고 보면 대부분 사람이 휴대전화에 눈을 집중합니다. 여러 가지 정보나 오락거리를 찾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나는 책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은 그렇게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질이 떨어진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각자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책에 못지않은 좋은 내용과 최근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휴대전화나 컴퓨터보다는 책에 길든 세대입니다. 영상매체보다는 종이매체가 마음을 편하게 해 줍니다.

전철을 타보면 가끔 책을 든 사람들을 발견합니다. 젊은이들보다는 나이 든 분들의 숫자가 더 많습니다. 책을 보기로 말한다면 노인보다는 젊은이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휴대전화에 더 관심이 가기 때문이라고 여겨집니다. 학교, 집, 도서관 등, 폐쇄된 공간에서 책 읽기에 집중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분이 말했습니다. 책 읽기가 치매 예방에 좋습니다. 노인들이 모이는 곳의 많은 이야기 중에 치매 내용이 빠지지 않습니다. 한마디씩 합니다.

“색종이 접기가 좋아요. 숫자 기억하기, 숨은 그림 찾기…….”

요즘 생활 수명이 늘어나면서 신체적 건강도 문제지만 정신적인 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여러 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노인을 위한 행사가 있는 곳에는 빠짐없이 치매 검사를 합니다. 나도 몇 차례 참여한 일이 있습니다. 아직은 괜찮다며 여러 가지 예방 활동을 소개합니다. 꼭 실천하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작년 올해는 휴대전화에 길 잃은 사람을 찾는 문자가 자주 찾아옵니다. 많을 때는 하루에도 서너 건 올라온 일도 있습니다.

“아무개, 어디에 거주, 성별, 나이, 옷차림, 키…….”

요즘은 젊은이도 어쩌다 보입니다. 본인도 답답하겠지만 가족은 얼마나 애를 태우겠습니까. 치매에 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치매에 대한 지식이 아직 부족합니다. 강의에서 들은 내용뿐입니다.

‘공부해라, 운동해라,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라, 위험 요소를 피하라, 잘 먹어라.’

세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나는 몇 가지나 실천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자라는 게 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림이 부족합니다. 대신 직접적인 교류보다는 간접적인 교류에 힘씁니다. 책 읽기입니다. 현재의 사람, 과거의 사람들과 책 속에서 만납니다. 끊임없이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내 것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때로는 그들의 생각을 수긍하기도 하고 반론을 펴보기도 합니다.

직접적인 교류는 아니지만 이런 가운데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천재의 기억보다 바보의 기록이 더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일상 중 부지런히 움직이고 읽고 써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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