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요양병원 삼촌 방문 20230920
“저 알아보시겠어요?”
병실을 들어서니 삼촌이 창가를 향해 모로 누워있습니다. 옆으로 다가갔지만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잠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팔을 살그머니 만졌습니다. 반응이 없습니다.
“삼촌, 저 왔어요.”
어깨를 흔들자 그제야 머리를 바로하며 눈을 반쯤 떴습니다. 얼굴을 가까이했지만 어리둥절한 표정입니다.
저번에 왔을 때 처음에는 낯선 사람을 보는 표정이었지만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곧 말을 했습니다. 병원에 오기까지의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와, 말씀을 하시네. 전혀 말을 못 하시는 줄 알았는데…….”
간병인을 비롯해서 옆의 환자가 신기하다는 듯 한마디씩 합니다.
아침을 먹자마자 가방을 챙겼습니다. 며칠 전 병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삼촌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욕창이 생겼는데 그동안 치료결과 아물었다고 합니다. 식사도 잘하고 걸을 수는 없지만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수저도 들을 수 있답니다. 좋은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운 기분입입니다.
나는 병실을 나올 때 곧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었습니다. 환자를 위해 무엇을 사가지고 가야 할까. 양로원에 계실 때는 거동을 하실 수 있고 식사를 잘하시기에 내 맘에 드는 먹을 것을 사다 드리곤 했습니다.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점심 식사 모습을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밥과 반찬이 구비된 점심을 먹는데 삼촌만 깡통에 든 영양식을 드셨습니다. 색깔만 다를 뿐 우유정도의 묽은 액체입니다. 이것으로 영양보충이 될까 하는 마음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영양 성분이 나타납니다. 한 끼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이 됩니다. 같은 거나 비슷한 것을 사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이미 병원에서 제공되는 음료라 겹쳐진다는 생각입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부드러운 빵과 음료, 딸기, 떡……. 감이 오지 않습니다. 담당 의사나 간호사에게 미리 물어보고 올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가면 꼭 알아와야겠습니다. 잊을까 염려되어 메모지에 기록을 해서 책갈피에 붙였습니다.
신경을 쓸 게 없지만 바람막이 옷 하나를 챙겼습니다. 전철의 찬 공기가 느껴질 때를 대비했습니다. 책 한 권도 챙겼습니다. 책이 두꺼워 가방의 지퍼를 닫기가 불편했습니다.
“먼 데 가는데 무거운 책을 넣으려고 해요. 얇은 책이 좋겠구먼.”
아내의 말에 따라 책장에서 그 책의 부피 반쯤 되는 것을 골랐습니다.
전철을 탔을 때야 아차,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손톱깎이와 가위, 전기면도기를 가방에 넣지 못했습니다. 삼촌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 손톱과 발톱이 길었습니다. 수염도 더부룩했습니다. 간병인이 꼼꼼하고 생각이 있다면 목욕을 시키고 깎아줄 수 있으련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나 봅니다. 그렇다고 처음 만나자마자 요구하기에는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다음번에 해드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가서도 같은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다음으로 미루어야겠습니다.
어깨를 흔들었지만, 삼촌은 잠시 눈을 뜨고 어리둥절해할 뿐 다시 눈을 감았습니다. 눈을 떠보라며 입을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100세, 연세도 연세이거니와 귀가 어둡습니다. 다시 눈을 떴습니다. 내 손으로 나를 가리키며 알아보겠느냐고 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표정을 보아 알아보는 건지 못 알아보는 건지 아리송합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팔다리를 주물러 드리는 거밖에 없습니다. 넘어진 후유증이 오래갈 것 같습니다. 일어서서 걸을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장담을 할 수 없습니다. 팔다리를 주무르며 웅크리고 있는 몸을 천천히 바로 잡았습니다. 표정을 살핍니다. 혹시나 무리가 가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천천히, 천천히 몸을 곧게 폈습니다. 한동안 주물러 드렸습니다.
오늘은 반가움이 덜한지, 아니면 정신이 혼미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간호사가 큰 소리로 이것저것 물으며 말을 시키지만, 그때뿐 다시 눈을 감습니다. 대답도 하지 않으십니다. 병실을 관리하는 사람의 눈치가 보입니다. 너무 오래 있었다는 표시일지도 모릅니다.
“삼촌 그만 갈게요. 추석 연휴에 뵙겠습니다.”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삼촌의 눈이 반짝 떠졌습니다. 나를 쳐다보고는 눈물이 글썽입니다. 간호사가 말했습니다.
“알아보시네.”
손을 잡았습니다.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추석 연휴에 다시 오겠다고. 발길이 무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