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03. 깜빡하는 사이 20230920

by 지금은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습니다. 40층입니다. 층수를 확인하는 순간 ‘아차’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가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리지 못했습니다. 두 아이와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위를 향해 올라갑니다. 잠시 내가 내려야 할 곳의 버튼을 누르는 것을 잊었습니다. 아이들이 내리자 따라 내렸습니다.

“35층을 눌러야 하는데 잊었네.”

곧바로 뒤돌아서서 버튼을 눌렀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뒤에서 우리 아파트를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가 부지런히 다가왔습니다.

“하교하는 아이들 데려다주고 가시나 봐요.”

“아뇨, 35층에서 내려야 하는데 그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35층을 제대로 눌렀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다 곧 멈췄습니다. 청소하는 분이 내립니다. 복도를 청소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 내렸습니다.

“아니에요, 39층입니다.”

“35층인 줄 알았네요.”

또 실수를 했습니다. 으레 35층이려니 했는데 층수를 확인하지 않은 게 잘못입니다.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마음이 찜찜합니다. 이런 실수를 몇 차례 했습니다. 1층에 내린다고 했는데 무심코 있다가 다른 사람들을 따라 지하에서 내리기도 했습니다. 딴생각을 하다가 위에 층의 사람이 내려가기 위해 버튼을 누른 층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보면 무엇인가 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내 자랑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친근해지고 싶어서입니다. 나는 이런 이유로 가방이나 주머니에 아이들과 관계되는 물건을 넣고 다닙니다. 값비싼 것은 아니고 내가 손수 만든 종이 작품입니다. 쉽게 말하면 종이 접기입니다.

내가 복지관에서 오전 강의를 듣고 집으로 왔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뒤편 출입문으로 다가가는데 여자 아이 두 명이 서있습니다. 한눈에 알아보았습니다. 열쇠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게 분명합니다. 우리 아파트는 보안이 철저합니다. 출입문 카드가 없이는 드나들 수가 없습니다. 출입문으로 다가가 천천히 열었습니다. 아이들이 뒤를 따라 들어오라는 발걸음입니다. 추측이 맞았습니다. 내가 오기까지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 출입문을 열기까지 기다린 게 틀림없습니다.

뒤 따라 들어오면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다소곳한 표정입니다. 키나 얼굴로 보아 자매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이접기(아코디언)을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이르자 가방에서 하나를 꺼내 가지고 노는 시범을 보였습니다. 큰 아이, 작은 아이에게 하나씩 주었습니다. 몇 마디 말을 주고받는 사이에 엘리베이터는 위를 향해 소리 없이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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