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04. 놀이터 20230921

by 지금은

잠에서 깨어 뉴스를 보고 있을 때입니다. 주방에서 아침 준비를 하던 아내가 거실의 창문을 열며 말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게 뭐야.”

“놀이 터지 뭐, 새로 만드는 거 아니야.”

“그게 아니고 바닥의 그림. 벌인가, 나비인가?”

나는 직감적으로 알아차렸습니다. 밤입니다. 바탕이 검은색이고 별들이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그 가운데 어린 왕자. 아니, 선녀. 그것도 아니고 그림책에서 본 듯한 어린아이의 모습입니다. 차근차근 살펴본 아내가 말했습니다.

“좀 칙칙하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밤의 놀이터를 표현한 게 맞습니다. 지금은 날이 잔뜩 흐려서 그렇지, 보름달이 뜨는 밤에 보면 정취가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5억’

잠시 주민들이 사용하는 홈페이지에서 잠시 옥신각신하는 말들이 오갔습니다. 놀이터가 만들어진 지 10여 년이 지나다 보니 낡아서 아이를 둔 부모들의 불만이 컸습니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긁히거나 손에 나무의 가시가 박히는 일이 흔하다며 다시 만들 것을 주장했습니다. 한 편에서는 수리한 게 몇 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만드느냐 불만입니다. 놀이터가 세 곳이지만 그 비용이 큰 것도 문제입니다. 다수결에 의해 놀이터를 다시 만들기로 했습니다.

놀이터가 뜯겨나가고 빈터가 남았습니다. 주의 문과와 함께 빨간 줄을 둘렀습니다. 놀러 온 아이들이 밖을 빙 돌다가 허전한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한 아이가 다가오더니 할머니한테 말합니다.

“언제 되는 거야.”

“넉 달은 걸린다나 봐, 100 밤 하고도 20을 더 세야 해.”

“그렇게나 많이.”

늘 와서 놀던 곳이고 보니 당장 섭섭한 마음입니다. 발길에 힘이 없어 보입니다.

만들 거면 휘딱 만들 거지, 뭐 넉 달씩이나 끌 게 뭐냐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손자 손녀가 없어도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더 조급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이들의 조금이 있을 겁니다. 이제 개장을 며칠 앞두고 있습니다. 넉 달이 길다고 했지만, 더위와 함께 지루하게 자주 내리는 비는 공사를 자주 방해했습니다.

놀이터의 윤곽이 보입니다. 새것은 늘 그렇듯 산뜻하고 멋집니다. 호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꼭 이렇게 좋은 놀이터만 필요할까. 내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정해진 놀이터는 없었습니다. 모든 곳 놀이터입니다. 시골의 아이들은 산과 들 동네의 마당과 길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도시의 아이들은 마당과 골목길이 놀이터입니다. 변변히 놀이기구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매달리는 게 놀이기구요, 밀치고 올라타고 밀고하는 게 모두 놀이기구입니다. 미끄럼틀이 어디 있습니까. 미끄럼 타는 게 미끄럼틀입니다. 철봉이 어디 있습니까. 나뭇가지에 매달리면 곧 철봉이 됩니다.

내가 독일을 여행하는 중 아이들이 모여 노는 놀이터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큰 통나무 두 개가 엇갈려 놓여있습니다. 바닥은 모래입니다. 아이들이 나무에 매달리고 올라탑니다. 바닥을 파고 뒹굴며 소꿉놀이합니다. 독일의 놀이터가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지금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놀이터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 아파트의 놀이터는 위생상 불결하다는 생각에서 바닥을 폭신한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이름을 잘 모르겠으니, 표현한다면 딱딱한 스펀지 느낌이라고 하면 맞습니다. 청소하는 사람이 매일 와서 바닥을 씁니다. 내가 사용하는 방 못지않게 깨끗합니다.

좋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자연을 가까이하는 기회가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인공물에 길든 세대로 자라고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함께 어울려 뒹구는 게 정신 건강을 위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모들의 마음이란 게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부어도 늘 모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식만 금쪽이로 여기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나은 대접받기를 원합니다. 그러다 보니 공동생활에서 잡음이 자주 일어납니다. 종종 아이들의 삐뚤어진 행동을 뉴스로 보면서 은쪽이로 여기며 금쪽이가 되도록 도와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아이들이 부모님의 마음을 알아차려 건강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키워가며 살아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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