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내가 싫어하는 소리지만 20230922
일찍 잠에서 깼습니다. 밖으로 나가 잠시 춤을 추듯 팔다리를 움직이며 서성거리는데 갑자기 머리 위에서 날카로운 소리가 들립니다. 순간 동작이 멈칫했습니다. 머리가 쭈뼛했습니다.
“끼욱, 깍깍”
까치 소리가 아닙니다. 까마귀 소리입니다. 불길하다는 징조입니다. 어렸을 때입니다. 동네 어른들의 말씀에 까마귀가 와서 울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어느 집에 초상이 났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까마귀가 찾아왔는지 허공을 돌며 ‘꾹’ 댔습니다. 가까이 있는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울었습니다.
‘저승 새라도 되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이후로는 내 감정이 변하기 전까지는 어른들의 말을 머릿속에 담고 있었습니다. 나쁜 징조와 까마귀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아직도 새를 보거나 울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어려서 학습된 결과이거나 소리가 내 마음을 거슬리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나는 몇 종류의 새소리를 싫어합니다. 지금 말하는 까마귀를 비롯하여, 비둘기, 소쩍새, 부엉이, 공작새 등입니다. 이들의 소리는 하나같이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비둘기는 가까이 있어도 울음소리만큼은 먼 곳에서 들리는 듯합니다. 탁하고 음침한 느낌이 전해옵니다. 소쩍새, 부엉이의 울음은 겨울밤 내 마음을 산란하게 합니다. 눈이 소리 없이 내립니다. 부슬비가 종일 쉬지 않고 내리는 날처럼 밤새 바닥을 하얗게 물들입니다. 산촌의 밤은 적막에 싸여있습니다.
초저녁부터 눈이 내리는 날입니다. 건넛마을에 심부름을 갈 일이 생겼습니다. 길을 떠났습니다. 하얀 세상이니 가까이는 잘 보이지만 먼 곳은 흰 종이를 보는 듯합니다. 오늘은 ‘사락사락’ 싸락눈이 내립니다. 건넛마을을 떠나 되돌아오는 길, 입구에는 큰 둥구나무가 있습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날갯짓이 멈추더니 곧 울음을 토해냅니다.
“부엉부엉”
섬찟한 기분이 듭니다. 조심조심 나무 밑으로 다가가자, 울음을 그쳤습니다. 무서운 생각에 몸을 움츠리고 눈치를 살핍니다. 살금살금 나무 가까이 이르러 위를 쳐다보았습니다.
‘이를 어쩌지요.’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으스름한 달빛에 반짝이는 눈이 나를 내려다봅니다. 곧 나에게 덤벼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을 머리에 얹고 조심조심 나무 밑을 지났습니다. 곧이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동구 밖 개울을 건넜을 때야 등이 축축함을 알아차렸습니다.
겨울밤이 깊어져 갑니다. 나는 가끔 한밤중 잠에서 깨곤 했습니다. 오줌이 마렵습니다. 부엉이나 소쩍새의 울음이 뒷산 가까이에서 들립니다. 아랫배가 저려옵니다. 몸은 밖으로 나가기는 해야겠는데 마음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침까지 참을 수 없겠어?’
스스로 몸을 달래 보지만, 긴 시간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참고 참다가 어찌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찬바람이 휭 하고 몸을 감쌉니다. 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두엄더미에서 되돌아섰습니다. 방까지는 겨우 스무 발짝 정도입니다. 이 짧은 거리에도 쭈뼛함과 싸늘함이 뒤통수를 따라옵니다.
나는 공작새를 좋아합니다. 대부분 사람도 나와 같을 겁니다. 화려한 외모, 날개를 펼치면 무희(舞姬)의 복장을 보는 듯 사람의 눈을 현혹합니다. 처음 서울에 와서 동물원에 갔을 때입니다. 다음에도 동물원을 찾을 때는 공작의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감정을 자아냅니다. 날개를 펼치며 춤을 추는 모습이 여느 활동사진 못지않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지요. 울음소리를 듣고는 공작새를 좋아하는 마음이 반감되었습니다. 짧은 울음이지만 외모와는 달리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사람 중에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그 사람의 기준입니다. 하느님 빌려 말하기는 뭐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예가 지금 공작입니다. 모든 만물에 장점만을 주지 않았습니다. 단점도 함께 주었습니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단점을 고쳐나가는 것도 좋고 장점을 한 차원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도 방편입니다.
나를 생각해 봅니다. 내가 체육활동이나 음악 활동 중 기능이 부족합니다. 대신 책을 읽고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은 나의 장점이라고 여깁니다. 다시 말하면 기능보다 이론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부엉이는 외로운 새입니다. 모두 잠든 밤에 활동합니다. 하지만 좋은 점이 있습니다. 자신을 방해하는 것들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사람의 귀를 불쾌하게 하는 소리는 자신을 보호하는 가림막이 될 수 있습니다.
긍정의 힘, 나는 어느 때인가부터 위의 새들로부터 자유로운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장점을 발견하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