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07. 오늘은 20230921

by 지금은

새벽에 일어나 물을 한 모금 마셨습니다. 어제 강의록을 정리하다가 늦게 잠이 들었는데도 일찍 일어났습니다. 밖을 보니 어둡습니다. 밖으로 나가기에는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거실을 한 바퀴 돌며 기지개를 켜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시 깨어 시계를 보니 분침이 막 아침 여덟 시에 이르고 있습니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는 오랜만에 꿈을 꾸지 않아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도야’ 하는 마음입니다. 거실로 나왔는데 아들은 이미 출근을 한 상태입니다. 식탁에는 음식이 차려있고 아내는 휴대전화를 보며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때와는 달리 꿈의 내용이 고스란히 살아납니다. 아내를 보며 꿈 이야기를 하려다 그만두었습니다. 줄거리의 앞뒤기 맞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뒤죽박죽입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꿈입니다. 내가 기간제 교사직을 재임용받지 못했습니다. 꿈은 현실이 반영되는 것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정년퇴임을 했을 때입니다. 옆의 학교에서 나를 초대했습니다. 일 년 동안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했습니다. 육 학년 아이들을 맡았는데 퇴직한 학교의 아이들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비교적 차분하고 순종적인 아이들과는 달리 이 학교의 학생들은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반항심이 컸습니다. 때로는 단체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삐뚤어진 행동이 신문과 방송 매체에 오르내릴 때입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반의 경우 담임선생이 몇몇 아이의 그릇된 행동에 고심하다가 휴직을 한 상태입니다.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의 역할을 하는 아이가 몇 명 있었습니다. 표 내지 않으면서 친구들을 엉뚱한 방향으로 이끄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선생 자신만 생각하고 그들을 버렸다는 생각입니다. 이들의 불만은 컸습니다.

몇 가지 잘못된 행동이 있지만 ‘왕따’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좋지 않은 행동을 고치기 위해 몇 차례 주의를 주었지만 막무가내입니다. 나의 말이 학부모의 귀에 들어갔나 봅니다.

“기간제 교사인 주제에 임시 교사인 주제에 가만히나 있지, 훈계야.”

이런 말이 귀에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당장 그만두고 싶었지만, 학교의 사정을 감안해 인내하기로 했습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무렵입니다. 복직해야 할 선생이 있어 기간은 몇 달 남았지만 양해해 달라는 관리자의 말이 있었습니다. 십일월을 끝으로 그만두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금쪽이들 부모의 입김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학부모 중에는 학교 운영위원도 있었습니다.

다시 꿈의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기간제 교사에서 임용되지 못했으면서도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내가 일 년 동안 돌보고 가꾼 나무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이라 낯 모르는 선생들이 보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창밖을 보니 길 건너에서 검은 연기가 하늘을 덮습니다. 큰 불입니다.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신발을 찾았는데 엄지발가락이나 들어갈 만한 아기 신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무작정 발가락에 꼬이고 달렸습니다.

산 고개에 이르자 망태기를 등에 메고 뾰쪽한 괭이를 든 사람을 보았습니다. 산 사람입니다. 내가 다다른 곳은 지리산 자락입니다.

“돼지 받으셨나요? 산돼지 새끼요.”

학생들은 한 마리씩 모두 받았답니다. 내가 돼지를 받지 못한 것을 의아해합니다. 어디 사느냐며 한 마리 주겠다고 했습니다.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장소는 용유도인데, 내가 예전에 살던 미아리를 말했는지 모릅니다.

학교에 들렀지만, 아이들은 한 명도 보지 못했습니다. 꿈의 내용을 이어서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사실은 뒤죽박죽 앞뒤가 맞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전 초등학교의 교사 한 분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늘 염려했던 일이 벌어졌습니다. 방송매체를 탄 것은 처음이지만 학생 사이의 불미스러운 일로 학부모에게 시달리다 죽은 선생은 전에도 몇 명 있었습니다. 이유는 죽음의 실체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어 며칠 사이에 몇 분이 또 세상을 떴습니다. 학부모가 자기 자식만을 위한 특별대우를 요청하며 선생의 교육관을 문제 삼았기 때문입니다. 조사에 의하면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연이어 전화하고 민원을 넣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일도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많은 교사가 직위해제 되고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현장에서 빗나간 아이들을 위해 바로 잡으려는 교사의 마음을 무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 교육부의 교육행정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책임이 큽니다. 교육 현장의 상태를 무시하고 안일하게 대체한 것이 한몫했습니다. 교권이나 학습권을 무시하고 학생의 인권만을 강조한 법 조항도 한 가지 이유입니다. 겉으로는 참교육을 부르짖었지만, 속내는 자신들의 출세에만 매달렸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교육계의 수장을 담당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교육의 황폐화를 이야기했지만, 정부와 교육계는 이를 등한시했습니다. 결과 교사들의 교육 현장의 정상화를 위한 부르짖음 시작되었습니다. 의정부의 한 교사의 억울한 죽음을 계기로 수많은 교사가 광화문 광장을 메우고, 여의도 광장을 메웠습니다. 속속 다른 교사들의 죽음에 관한 원인도 밝혀졌습니다. 이제야 교육에 관심을 둔 사람들이나 교육 관련 행정가들이 눈을 떴습니다.

학교에 있을 때 일본의 교육 현장의 일탈한 학생들의 행동을 전해 들으면서 그곳에나 있는 일이려니 했는데 이제는 잘못되어 가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한 수 위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그릇된 행동이 사회는 물론 국가를 좀먹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잘못도 있지만 이를 옹호하는 학부모가 있는 한, 이를 모르는 체하는 교육 행정가가 있는 한 우리의 교육은 암울한 터널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우리 모두 심사숙고하여 금쪽이가 바르게 성장할 기회의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따라서 내 자식만을 금쪽이라 여기는 학부모는 아이 스스로 교육 현장에 녹아들 수 있도록 지켜봐야 합니다. 과도한 간섭은 끝내 화를 부르게 마련입니다.

나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돼지를 잘 키우기를 바라지만 그 누구에게도 여분의 돼지를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교사들 또한 같은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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