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15. 그냥 써보는 거지 뭐 20230926

by 지금은

글쓰기 수업 시간입니다. 오늘은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이야기했습니다. 전 시간 자신의 글과 좋아하는 문장을 올리라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내 글에 신경을 쓰다 보니 남의 글 중 좋아하는 문장은 답하지 못했습니다.

전번처럼 글 쓰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나는 책에 밑줄을 긋는 일이 드물어, 집에 있는 책장을 펼치다 보면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갈 게 뻔합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선생님이 말한 문장 중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선택했습니다.

‘아마추어가 영감을 기다릴 때 프로는 작업을 한다.’

문장을 말하는 순간 요즘 내가 하는 행동과 맞아떨어진다 생각을 했습니다. 작가들의 말처럼 하루 중 한두 차례는 무작정 책상에 앉는 게 버릇이 되었습니다. 올봄부터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쓰다 보면 되겠지.’

솔직히 될 때도 있고 잘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엉킨 실을 풀어내듯 생각을 펼쳐나가는 과정이 늘어납니다.

몇 차례 아내와 입씨름을 한 일이 있습니다. 탁구 이야기입니다. 아내는 폼을 중요시합니다. 복지관에서 탁구를 배우는데 경쟁자가 많다 보니 추첨에서 떨어지기가 일쑤입니다. 기초를 다지나 했는데 다음에는 참가하지 못해 발전이 없습니다.

“아래층에 주민이 사용하는 탁구장이 있으니 우리 나름대로 해봅시다.”

“그나마 배운 폼이 망가지면 되겠어요.”

나 역시 탁구를 잘 치지 못하니 강요를 할 수 없습니다. 강습을 받지 않고 어깨너머로 배워 폼 자체가 엉성합니다. 함께한 사람들은 말합니다.

“공은 곧잘 넘기는데 폼이 영…….”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 동안 아내와 손을 맞출 시간을 잊었습니다. 더 이상 탁구를 하자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입니다. 아내가 탁구용품을 챙기며 탁구장을 가자고 했습니다. 내 말이 기억났나 봅니다.

“폼만 재다가는 영원히 탁구는 없는 거야. 쳐야 탁구지.”

어느새 나이를 먹다 보니 바깥출입이 줄어듭니다. 배가 나오는 듯하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입니다. 아내의 느낌도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탁구 라켓은 어색합니다. 자꾸만 헛손질입니다. 한두 번 네트를 넘던 공이 며칠이 지나자, 네 번 다섯 번까지 넘는 때도 있습니다. 실내가 더우니 곧 땀이 납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진작 이렇게라도 해야 했습니다. 물론 기본기가 중요한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선수로 나설 것이 아니라면 폼만 중요시하다가는 활동의 기회를 잃게 됩니다. 하면서 보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나는 수영을 곧잘 합니다. 그렇다고 선수처럼 기본기나 빠르기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오랫동안 물 위에 뜰 수 있고 느리지만 원하는 곳까지 갈 수 있습니다. 가끔 농담합니다.

“생존 수영이라면 나한테 배우지.”

영법을 배운지는 60대 후반입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수영의 기초는 없었습니다. 나뭇잎처럼 물에 뜰 수 있을 뿐입니다. 나의 수영은 실전에 강합니다. 어려서부터 물에서 놀다 보니 무서움은 없습니다. 여름이면 한나절씩 아이들과 시냇물 속에서 보냈습니다. 여름방학은 수영하기에 어울리는 기간입니다. 나의 경우 수영이라기보다 개헤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무턱대고 물 위에 떠서 허우적허우적 앞으로 나갑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바다에 놀러 갔을 때도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강원도 고성의 친척 집에서 며칠을 지내는 동안 파도에 몸을 맡겼는데 처음에는 물을 많이 먹었습니다. 동네 형을 따라 파도를 타다 보니 요령이 생겼습니다. 파도에 몸을 의지하자 힘들이지 않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닷가의 금강산을 구경하겠다고 어선을 타고 민통선까지 갔는데 뱃멀미를 했습니다. 어지러움을 잊으려고 겁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자만심은 금물입니다. 큰 파도라도 일었다면 위험했을 것입니다.

수영장에서의 수영이 더 어려웠습니다. 영법을 배우고 익히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여러 번 눈총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배우면서 익히다 보니 이제는 수영장에 익숙해졌습니다.

나는 모든 일에 있어서 기초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분명 기본기를 다지고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나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 우선 도전하는 정신이 중요합니다.

‘해보기나 한 거야.’

누구의 말처럼 시작이 중요합니다. 모든 조건이 갖춰진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자세나 기술을 익히는 것은 다음입니다. 재주가 뛰어나다고 해도 꾸준함을 이기지 못한다고 합니다. 나는 이런 이유로 사전 지식은 없지만, 여러 곳의 배움터를 전전하며 무엇인가 해보려고 얼굴을 내미는지 모릅니다.

밥을 먹듯 책을 읽고, 이것저것 반찬에 젓가락이 가듯 글을 쓰다 보면 빈 공책에 내 마음의 곡식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을까 합니다.

‘한술 밥이 배부르랴, 더 먹어야지.’

건강을 챙기는데, 꼭 숟가락이 좋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횟수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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