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추석 20230929
‘추석’
가족과 이웃의 만남
어릴 때 내 고향의 산골.
송편, 산적, 약과.
대추(조), 밤(율), 배(이), 감(시). 머루, 다래, 으름.
보름달, 떡방아, 토끼, 계수나무,
강강술래, 윷놀이, 제기차기, 소놀이, 거북놀이, 씨름, 줄다리기, 소싸움, 닭싸움
수레
왁자지껄
여행의 맛
지금은 내 고향 산골
송편, 빵
대추, 밤, 배, 감, 과자
보름달, 아폴로
컴퓨터 게임, 제기차기, 닭싸움,
자동차
차분함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조용합니다. 붐비던 자동차와 사람들이 눈에 드물게 보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길을 메웠는데 한산합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고향을 찾았나, 여행을 떠났나. 어제 뉴스를 보니 고속도로가 붐볐습니다. 공항이 붐볐습니다. 이동입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명절에는 인구의 대 이동이 이루어집니다. 예전만 못해도 고향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일생활권이나 한나절 생활권으로 교통의 흐름이 바뀌고 통신과 인터넷의 발달로 서로의 안부를 자주 확인하다 보니 굳이 명절날에 만나야 할 이유가 적어졌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형님 댁에 가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형님은 요양시설에 있고 조카들은 성장하여 모두 다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형님이 없는 집안은 분위기가 어색합니다. 혼자 느끼는 감정이지만 점차 다정함이 멀어진다는 느낌입니다. 형수에게 가끔 전화로 안부를 전합니다.
긴 연휴를 어떻게 하고 지낼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평소의 일과이지만 여름 더위와 폭우에 갇혀 지낸 시간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요즘은 집에서 탈출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높던 기온이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떨어질 줄 모르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찬 기운을 느낍니다. 잠자리에서 덮을 것은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어느새 얇은 이불을 꺼내 배에 걸칩니다. 하늘을 파랗게 물이 들었고 가을이 아니랄까 봐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갑니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노랫말의 가사처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생각이 듭니다. 먼 곳은 아니라도 하루 한나절 구름을 쫓아 걸어보고 싶습니다. 꼭 시골이어야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도시면 어떻습니까. 올해는 벌초와 성묘를 생략했습니다. 고향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살았을 뿐만 아니라 나이를 먹다 보니 조금은 귀찮은 생각이 듭니다. 해마다 벌초에 참여했는데 사촌 동생들의 안부를 묻는 것도 생략하고 소식을 기다리다 말았습니다.
선산에 가면 분명 으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작년 벌초 때 조부모 산소 뒤편 나무를 뒤덮은 으름덩굴이 무성했습니다. 잎 사이사이로 풋풋한 열매가 머리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하나를 땄지만, 예상대로 익지를 않았습니다. 웬만하면 쌀겨에 묻어서 숙성시키면 되겠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나머지는 제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었습니다. 햇살을 받고 더 익어갈 것입니다. 누군가의 손이 닿을 것이고, 아니면 새나 짐승, 그것도 아니면 바닥에 떨어져 아기 덩굴로 태어나겠지요.
나는 대추, 밤, 배, 감보다도 산속에 숨어있는 머루, 다래, 으름에 관심이 더 갑니다. 찾아내는 숨바꼭질의 재미가 있어서일까. 익을 대로 익어도 대추나 밤 등에 비해 먹을 게 성에 차지 않지만, 산속의 정취만큼은 따를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맛까지 평가절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곰삭으면 고유의 맛이 내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입니다. 어려서나 나이를 먹어서나 맛은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먹는 것이 삶의 기본이기 때문이겠지요.
오늘 아침에는 놀이보다 먹는 것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우리 집 추석날 식사는 어땠을까요.
접시에 송편 한 알, 토마토 반쪽, 피망 반쪽, 상추입니다. 어릴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식생활입니다. 서구화되고 간편식 위주입니다.
“여보, 내일 어디를 가볼까, 서울 구경 가는 게 어때.”
점심에 신경을 쓰는지 대답이 없습니다. 냉장고 쪽으로 뒷모습이 보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명절놀이가 있다는데 휙, 바람이라도 한 바퀴 쐬어야 할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