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편지 쓰기 20231005
보름 전에 도서관에서 편지쓰기 강좌를 열었습니다. 그동안 학습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다 보니 많은 사람이 신청했습니다. 날을 기다리다 신청을 받는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땡’하고 초침이 제일 높은 곳에 이르자 버튼을 눌렀습니다. 운 좋게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몇 번이나 떨어졌는데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니 손과 마음이 익숙해졌나 봅니다.
강사를 만나보고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받았습니다. 집에서 왕복 다섯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왔습니다. 10회의 강의이고 보면 길에서 보내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사의 소개가 있었습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코미디 하우스, 일요일 요일 밤에, 개그야’ 등을 집필했고 최신작 ‘나의 누수일지’를 집필한 작가입니다.
그는 편지글에 앞서 글쓰기를 습관화하는 것으로 일기 쓰기를 강조했습니다. 세 가지입니다.
첫째, 오늘 가장 안 좋았던 일을 먼저 쓰고,
둘째, 오늘 가장 좋았던 일을 쓰고,
셋째, 내일의 목표를 설정하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동안 일기는 쓰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 학교에서 선생님이 내주시는 숙제로 쓴 게 전부입니다. 빠뜨리는 날이 많았고, 검사를 하면 혼날까 봐 거짓 내용을 쓴 때도 있었습니다. 일기는 하루의 일을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좋은 기회이기는 하지만 매일 쓴다는 게 여간 부담이 되는 일이 아닙니다.
강사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좋은 글을 얻기 위해서는 글쓰기를 꾸준히 할 것을 강조합니다. 지금처럼 일기를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매일 한 번쯤은 책장에 앉아 낙서라도 해보라고 합니다. 습관을 들이는 방법으로 세줄 글쓰기, 10분 동안 글쓰기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나는 어디에 속할까요. 깊은 생각을 갖지 못한 채 책상에 앉아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꾸며갑니다. 때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얼개를 만들어 써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이제 나는 하루 한두 시간은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습관화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하는 생각에 책을 읽는 것에 관점을 두었습니다. 남의 이야기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책 속의 많은 사람은 다양한 생각과 행동으로 나의 마음을 넓혀주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야겠다고 손에 든 때부터 나도 모르게 그들의 세계에 빠져들었습니다. 함께 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나도 모르게 펜을 들었습니다.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시작된 글 같지 않은 글이, 글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중언부언 쓰다 보니 문장이 되고 문단이 되고 한 편의 글이 되었습니다. 엉성하기는 해도 읽을 만하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지금 초창기의 글을 보면 웃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만족했던 거야.’
내용을 고치고 맞춤법, 띄어쓰기, 오자 탈자를 점검해 갑니다. 엉성하기는 해도 내용을 볼 때 참신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있습니다.
강의의 목적은 책을 소개하는 편지글이었지만 강사는 첫 시간 강의에서는 책 소개라는 말은 비추지도 않았습니다. 글쓰기의 방법과 내용이 전부였습니다. 몸풀기라면 맞습니다. 두 번째 강의에서 편지에 관해 이야기를 했고 세 번째 강의에서 책 소개의 방법을 내보였습니다. 편지도 하나의 글이니 차례를 차례 소개하고 싶었나 봅니다.
나는 글을 소재를 일상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큰 것이나 무거운 소재를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주변에서 부딪치는 작은 소재를 택하라고 했습니다. 내 마음에 와닿았을까요. 작고 소소한 것 생각하니 쓸거리가 쉽게 떠올랐습니다.
편지글, 나는 어려서 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쓴 게 전부입니다. 아! 있군요. 교직에 있을 때 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아이들에게 안부 편지를 보냈습니다. 학생들의 특성을 고려하니 내용이 제법 다양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초고의 내용들을 모아두었더라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어머니께 올리는 편지입니다. 돌아가신 후 종종 머릿속에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글을 남겨보았습니다. 찾아보니 종이에는 없지만 컴퓨터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20여 통이 어머니를 향한 내 마음, 그리움이 서려 있습니다.
함께하는 분들의 편지글은 다양합니다. 친구, 자식, 부모, 자연 등, 받는 이와 내용이 제각각 다르고 사연이 하나같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내 삶을 되돌아보며 생각해 볼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통신과 교통의 발달은 편지글을 쓰는 것을 멀리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편지 대신 간단한 문자나 전화가 대신합니다. 손 편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바쁜 세상에 거추장스럽게 웬 손 편지야.’
이렇게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추억을 살리고 우애와 우정을 돈독하게 하는 것은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득 깊은 밤 좋은 문구를 떠올리려 애쓰던 사춘기 때 ‘펜팔’을 하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기다리는 시간, 설레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