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집으로 돌아오다가 20231012
오랜만에 복지관에서 집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작년에는 여름 한 철을 빼고는 이 길을 늘 걸어 다녔습니다. 운이 좋게도 집까지 가는 길은 공원을 세 군데나 거치게 됩니다. 너른 공간을 두리번거리고, 하늘을 쳐다봅니다.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동시를 떠올리는 순간입니다.
바닥에 떨어진 열매 하나 손에 들고 나무 한 번 쳐다보고
솜사탕 구름 입에 물고 바닥 한번 내려보고……….
어린아이라도 된 양 동심에 젖어 발걸음을 옮깁니다.
차도를 가로질러 공원과 공원을 연결하는 구름다리를 건넜습니다. 차들이 내 발밑으로 지나갑니다. 다리의 중간에 서서 물끄러미 아래를 내려 봅니다. 시냇물에 작은 보트가 지나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자동차를 보며 내가 소인국에라도 가 있는 느낌이 듭니다. 저 자동차들을 하나씩 들어 올려 내 배낭에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 자동차 놀이라도 하면 재미있겠습니다.
계단을 내려서자, 명자나무, 산수유, 산사나무를 비롯한 여러 가지 나무들이 옹기종기 그들만의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아기 사과를 비롯하여 빨간 열매들이 나뭇잎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햇빛과 눈 맞춤을 하고 있습니다. 별 맞춤, 달 맞춤, 해 맞춤에 붉어진 눈. 피로했을까요? 산사나무 밑에는 붉어질 대로 붉어진 열매들이 바닥을 가리고 있습니다. 빨간 물방울 점이라도 찍은 듯이 한 폭의 초록 치마를 연상케 합니다. 사진을 찍었습니다. 붉음이 너무 멋져 연출을 해야겠습니다. 흩어진 알갱이들을 한 곳에 모아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습니다.
발길을 옮깁니다. 내가 좋아하는 귀룽나무에 다가갔습니다. 이를 어쩌지요, 기대했는데 실망입니다. 그 많던 열매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몇 개의 알이 붙어 있을 뿐입니다. 붉어지지도 못한 채로 말라버린 씨들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버찌를 닮은 열매가 줄기를 힘들게 했습니다. 지탱하기가 힘들었는지 축 늘어져 땅을 향했습니다.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열매를 오가며 한 주먹씩 따먹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입에 넣은 순간 쓴 듯, 떫은 듯 입안을 감도는 맛은 점차 달착지근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입안 가득한 씨를 ‘푸’하고 공중을 향해 뱉는 재미도 있습니다.
올여름에는 날씨가 좋지 않았습니다. 불규칙한 장마와 폭우, 태풍은 농민들의 시름을 깊게 했습니다. 과일 농사, 채소 농사를 망쳤다고 아우성쳤습니다. 각종 시설물도 함께 망가졌습니다. 한동안 채소와 과일이 금값이라는 말이 떠돌았습니다. 추석 무렵이 되어 사과를 한 상자 사서 아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고 싶었는데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예년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값입니다. 피해로 보면 과수농가는 이것도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헉’ 소리가 날 만합니다. 농사의 7할은 하늘의 힘이고, 3할은 농민의 정성이라고 하더니만 올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침에 쌀쌀하게 느껴지던 기온이 오후에는 많이 올라갔나 봅니다. 걷다가 한 겹 더 입었던 겉옷을 벗었습니다. 햇빛을 가리는 모자도 벗었습니다. 이마에 땀이 차는 느낌이 듭니다. 좀 쉬었다 가야겠다는 생각에 공원의 흔들의자에 앉았습니다. 가방을 열었습니다. 목이 마릅니다. 사탕을 하나 꺼내 입에 물었습니다. 파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이 아직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습니다. 솜사탕을 한 입 선사할 마음이라도 있는 양 저 멀리에서 머리 위로 서서히 다가옵니다. 긴 막대가 있으면 감을 따듯 끌어내리고 싶습니다. 한동안 구름을 바라봅니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앉은 김에 쉬어가야겠습니다. 책가방을 열었습니다.
「이웃집 식물상담소」 오는 중 도서관에서 빌린 책입니다. 앞장을 보니 작은 글씨가 씌어있습니다. 식물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랍니다.
‘식물과 이야기하고 싶은 당신에게 보내는 초대장.’
식물학자가 식물상담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사람들과 식물을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한 시간가량 책에 빠져 흔들의자에 머물렀습니다. 잠시 읽어본 내용이지만 식물을 가꾸고 교감하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상담자와 개인의 고민이나 가정사도 가져왔습니다. 따지고 보면 식물이나 인간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생로병사가 있고, 우연한 사고도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자연 속에서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어울려 살아갑니다. 서로 공존하는 삶이 필요합니다. 요즘 애완식물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처럼, 반려 식물이라는 말도 우리 주위에 번지고 있습니다. 도시화하여 살아가는 우리에게 식물과 친해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 반려 식물이 뭐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