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6. 어디서나 기초는 필요해 20231016
‘문단이 너무 길어요.’
‘문장의 길이를 나누어야 해요.’
편지 에세이 쓰기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강사가 수강생들의 글을 평가하면서 종종 같은 말을 합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개중에는 맛깔스럽게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장이나 단락의 처리가 매끄럽지 못해서 그렇지, 내용의 흐름으로 보아서는 흠잡을 데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십여 명이 몇 개의 모둠으로 나뉘어 매시간 돌아가며 발표합니다. 내 차례가 되었습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옛말이 생각나 제일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발표하고 나면 다가올 부담감을 미리 떨쳐버릴 수 있어 좋습니다.
나는 이런 장소에 가면 가끔 기초 이야기를 합니다.
“초등학교 전과에 나오는 내용만 모두 알아도 보통 사람은 될 수가 있어.”
나는 삼십 년 전만 해도 전과가 초등학교의 백과사전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이야 대부분 사람이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길 때가 있었습니다.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보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대학교를 ‘우골탑’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골에서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는 애지중지 여기는 소를 팔아야 등록금을 마련하는 현실에서 나온 말입니다.
지금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나이가 사오십 대의 젊은이들입니다. 거의 모두가 대학을 졸업한 사람입니다. 다소 늦은 나이에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 참가했지만, 일부의 사람은 경력이 있습니다.
글을 발표하고 서로 평을 하는 시간이면 대다수 사람은 긴장하게 마련입니다. 장점을 이야기할 때는 미소가 번집니다. 단점을 말할 때는 표정이 어두워지고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변명하거나 자기의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부끄러움에서 나오는 결과입니다. 내 글을 발표하자 다른 사람들의 평이 있었고 위의 내용과 크게 다를 게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강사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을까요. 문장부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강사가 내 글의 문장을 하나 지적했습니다. ‘ ’ 표가 있는 경우 따로 줄 바꿈을 하지 말고 다른 문장에 이어 쓰라고 합니다. 강사의 말을 이해하지만 다른 말을 했습니다.
“저는 기초를 중요시합니다.”
초등학교 국어책을 보면 따옴표가 있는 문장은 꼭 줄 바꿈을 합니다. 강사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성인 책은 이어서 씁니다. 작가들의 기본 글쓰기 방법이랍니다. 내가 다시 말하자 상대가 반격했습니다.
“그럼 그렇게 죽 쓰시던가요.”
말의 억양이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왈가불가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시간의 낭비이고 수업 분위기를 해칠 염려가 있습니다.
내 글은 처음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젊은 여성의 글인 줄 알았답니다. 묘사가 좋았고, 서정적이며 해맑은 마음의 소유자라고 했습니다. 얼굴을 보여주기 전에 미리 인터넷으로 전달된 글을 읽고 참석하게 되어 일어난 일입니다. 나는 이미 팔순을 향해가는 남자입니다.
몇 년 전 평생학습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들을 때입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곳이고 보니 글솜씨의 차이가 납니다. 깊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초보자도 있습니다. 나는 같은 강의를 여러 번 듣다 보니 수업에 익숙해졌습니다. 강사가 다음에 할 말을 추측하기도 합니다. 수강생들의 실력 정도에 맞추다 보니 초보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모릅니다. 옆 사람의 기분을 거슬리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글을 쓰다가 의문점이 생기면 가끔 초등학교 5·6학년 읽기 책을 들춰봅니다. 기초를 쌓는 데 좋습니다.”
문장의 구성이나 문단 나누기, 각종 부호의 사용 방법 등 참고할 점이 많다고 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초보자입니다.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찾아온 사람입니다. 말을 듣는 순간 안색이 변했습니다. 초등학교라니, 자기를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는지 모릅니다. 그가 내 맘을 알기까지는 한 학기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얼마 전 아파트가 무너졌습니다. 다리가 붕괴하였습니다. 원인은 기초에 있었습니다. 건축물이 오래가려면 기초를 단단히 해야 하는 것처럼 모든 일도 그렇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처럼 기초를 튼튼히 하여 좋은 글을 한 편씩 남기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