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꽃반지
이제는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네 잎클로버를 매일 찾던 일도 시들해졌습니다. 친구가 며칠 전 네 잎클로버를 찾았다고 합니다. 행운을 준다는 말에 몹시 부러웠습니다.
‘나도 찾아야지, 나라고 행운을 얻지 말라는 법이 있나.’
속으로 생각한 나는 다음날로부터 학교를 오고 가며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매일 세 잎 클로버만 눈에 뜨입니다. 네 잎클로버는 보이지 않습니다. 동우와 함께 아침저녁으로, 학교로 오가는데 네 잎클로버를 본 후로는 함께 다니지 않습니다. 무슨 핑계를 대든 지 떨어져서 다닙니다. 처음에는 내 말을 믿고 먼저 가던 동우가 하루는 눈치를 챘는지 슬며시 다가와 말했습니다.
“네 잎클로버를 찾느라고 그러지?”
가슴이 갑자기 뜨끔해졌습니다.
“아니.”
“누가 모를 줄 알고 거짓말을 해도 내 눈은 못 속인다. 내가 네 잎클로버가 숨어 있는 곳을 알려 줄까?”
“그까짓 네 잎클로버 필요 없어.”
“자식, 속으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동우는 알았다는 듯이 먼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친구가 산모퉁이를 돌아가자, 학교 후문을 나서서 천천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꼭 찾아야 할 텐데.”
‘동우 녀석이 네 잎클로버를 먼저 영순에게 주면 안 되는데.’
집으로 돌아가면서 길옆을 살피고 밭둑과 잔디가 나 있는 곳도 살폈습니다. 네 잎클로버는 있어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벌써 같은 곳을 몇 번이나 살폈는지 모릅니다.
우리 반 까까머리 여자 중이 작년 가을에 우리 학교에 전학을 왔습니다. 반에 들어서서 담임선생님이 친구를 소개하기 전까지는 빡빡 깎은 머리를 보고 모두 남자인 줄로만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반에 전학해 온 친구를 소개하겠어요, 이름은 김영순.”
‘와, 여자 이름 같잖아.’
민구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 여자 이름이잖아.”
“그래 맞다. 여자야.”
“그럼, 여자 중.”
친구들이 와하고 웃어 버렸습니다. 동시에 영순이의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여자 중은 무슨 여자 중, 부여에서 전학을 왔는데 몸이 불편해서 요양하러 절에 왔으니까, 머리를 깎은 것뿐입니다. 선생님은 중이라는 하지 말고 이름을 부르고 모두 다정하게 지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김영순의 얼굴 모습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중이라고 하자 빨갛게 상기된 얼굴이 예뻐 보였습니다. 한동네에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가 바뀌고 새싹이 돋아나자, 클로버도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꽃이 피자 나는 늘 하던 대로 클로버의 꽃줄기를 잘랐습니다. 꽃반지를 만들고 목걸이와 팔지도 만들었습니다. 월계관처럼 엮어서 머리에도 썼습니다.
하루는 길가에서 꽃을 따 목걸이를 만들고 있는데 영순이가 지나가다가 호야를 보았습니다.
“너 뭐 하니?”
“목걸이를 만드는 중이야. 거의 다 되었는데 너 줄까?”
“싫다.”
“왜?”
“네 잎클로버라면 몰라도.”
내가 뭐라고 말할 사이도 없이 지나쳐 버렸습니다. 영순이가 아파서 요양하러 왔다는 말과 그 애의 붉어졌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동우 녀석도 같은 말을 했는데 혹시 네 잎클로버를 찾아 준다면 영순이의 병이 나을지도?’
호야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슨 병인지는 모릅니다. 부모와 떨어져 먼 이곳 절에서 생활하게 됐다니 불쌍한 마음이 듭니다. 영순이의 행운이라는 말이 자꾸만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호야의 네 잎클로버 찾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클로버로 인해서 영순이와 나에게 행운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막상 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좋을까 생각해 보니 생각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영순이의 병이 나았으면 하는 마음과 나에게는 그저 아무런 행운이든 오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등하교하면서 클로버 무더기를 발견하고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그 많은 클로버 속에 네 잎을 가진 클로버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찾기가 어려운 줄을 알았으면 동우 말을 들을 걸 그랬나 봅니다. 친구가 아직 오지 않고 있는데 기다렸다가 있는 곳을 가리켜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네 잎클로버는 뭘 하려고 물으면 할 말이 없습니다. 혹시나 동우 녀석이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넘겨짚으면 곤란합니다.
‘너 영순이 주려고 하지?’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자식.’
호야는 동우에게 물어보기를 포기하고 끝까지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뭐 제가 알려주지 않으면 뭐 못 찾을 줄 알고, 언젠가 찾을 수가 있을 테니까 두고 보라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아침에 등교하다가 가난골 입구에서 드디어 네 잎클로버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호야는 뛸 듯이 기뻐하며 책갈피에 숨기고 학교로 달렸습니다. 빨리 가서 기다렸다가 영순에게 주어야 합니다. 영순의 병은 틀림없이 나을 게 분명합니다. 나는 교문을 지나서 학교 옆 냇가 바위에 걸터앉아 기다렸습니다. 분명히 학교에 도착하지 않았을 게 뻔합니다. 집이 멀어서 대개는 시작하기 몇 분 전이나 공부가 막 시작할 무렵에 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부 시간이 돼도 영순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왜 안 오지? 벌써 학교에 갔을 리 없는데.’
어느새 첫째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안 되겠다. 혹시 학교에 일찍 갔을지도 모르니 빨리 뛰어가야지, 지각했다고 선생님께 야단맞겠다.’
교실 문을 열자, 선생님이 말없이 내 자리를 가리키셨습니다. 야단을 맞을 줄 알았는데 이상합니다.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습니다. 힐끔 옆자리를 둘러보니 영순의 자리가 텅 비어 있습니다. 짝에게 귓속말로 묻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교실 분위기로 보아 쉬는 시간까지 참기로 했습니다. 칠판에 글씨를 쓰시던 선생님이 뒤돌아 내 가까이 오셨습니다.
“호야, 너도 영순이처럼 안 오나 했다. 너 소식 모르지?”
선생님의 물음에 나는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해가 안 된다는 눈으로 선생님을 쳐다봤습니다.
“영순이는 안 올지 모른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부여로 몰래 도망을 쳤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다시 올지도 몰라.”
호야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습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를 않았습니다. 그저 나도 모르게 책갈피를 열고 슬그머니 클로버를 바라보았습니다. 선생님이 책상 사이를 한 바퀴 돌아보시고 다시 내 곁을 지나가시다가 클로버를 발견하시고 손으로 집으셨습니다.
“네 잎클로버 아냐? 행운을 가져다준다는데 병이 나았으면 좋겠다. 영순이에게 주지 그랬니.”
‘줄 사이가 있어야지요.’
호야는 선생님의 말씀대로 영순이가 다시 돌아오면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을 해보니 네 잎클로버가 두 장이라면 행운이 두 배로 찾아올지 모른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거야, 열심히 찾아서 행운을 몇 배로 늘리는 거야, 영순이, 호야, 그리고 우리 반 친구들 모두에게.’
첫 번째 클로버를 발견한 후 보름쯤이 지나서 나는 네 잎클로버의 무더기를 드디어 찾아냈습니다. 먼저 찾았던 밭둑 안쪽에 숨어 있습니다. 몇 잎이나 될까 하고 세어 봤지만 많아서 정확하게 세기가 곤란합니다. 분명히 우리 반 아이들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호야 그중에서 제일 크고 싱싱한 잎을 따서 먼저와 같이 다음 장 책갈피에 넣고 집으로 갔습니다.
밤하늘에는 소금을 뿌려 놓은 것처럼 수많은 별이 반짝입니다. 통통하게 영글어 가는 옥수수자루 사이로 개똥벌레들이 숨바꼭질합니다. 나는 마당 가운데 펼쳐진 멍석에 누웠습니다. 하늘에 속삭이는 별들 사이에 내 별과 영순이의 별을 찾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는지 모릅니다. 몸이 축축하다고 느꼈을 때입니다. 이슬이 어느새 내 몸을 촉촉이 적셔 버린 새벽녘이 됐나 봅니다. 별들과 개똥벌레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산 너머로 먼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클로버를 찾으면서 내내 영순이의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는 왠지 그 애가 돌아올 것만 같았습니다.
아침 자습을 하는 동안 선생님은 여느 때와 같이 같은 시간에 교실 문을 열고 기침 소리와 함께 들어오셨습니다. 인사말이 없습니다. 우리들이 먼저 인사하기 전에 선생님은 기침 소리와 함께 늘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좋은 아침이군, 밤새 잘 있었나? 예쁜 친구들.”
교탁에서 침묵을 지키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우리들은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무엇인가 분명히 말씀하실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헛기침만 하고 계십니다. 참다못한 반장이 일어섰습니다.
“모두 차려, 선생님께 경례.”
“선생님 사랑해요.”
“그래, 모두 안녕. 좋은 아침이긴 하지만 선생님 마음이 무겁구나.”
“왜요, 기분이 좋지 않으세요?”
“으음, 사실은 영순이가 죽었다. 어제 오후에. 스님이 소식을 전해 주었지. 너희들에게 다정한 친구였는데. 묵념이나 하자.”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좋은 아침이었는데, 옥순이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습니다. 명자의 눈가에도, 정은의 눈가에도, 앞뒤 옆 친구의 눈가에도 이슬이 번져 갔습니다. 마음 약한 남자들의 눈가에도. 이어서 어깨가 들먹거리고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습니다. 밖을 내다보는 유리창이 갑자기 흐려집니다. 네 잎클로버는 분명히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했는데, 호야는 슬며시 책갈피를 열고 클로버를 꺼내 영순이의 책상 위에 살며시 놓았습니다.
‘영순아, 천당 가라.’
네 잎클로버는 이미 시들어 물기를 잃고 색이 변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클로버를 찾지 말아야겠습니다. 클로버의 행운은 호야의 생각과 다른 것인가 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머리 위의 햇살은 왠지 따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