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66. 맨발 걷기 열풍 20231116

by 지금은

며칠 전에 소래 생태 학습장에 갔습니다. 염전지대였던 갯벌을 막아 만든 늪지입니다. 아직도 한편에는 아이들의 교육 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작은 염전과 소금 창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가보니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덜란드의 풍차를 본뜬 조형물 몇 개가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주위를 둘러싼 갈대숲은 가을을 보내며 누렇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내가 풍차 옆에서 기타를 치는 사람의 모습을 눈에 담는 사이 건너편 갯벌에는 많은 사람이 줄을 지어 원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맨발입니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렸습니다. 절에서 탑돌이를 하듯 열을 지어 뒤를 따릅니다. 선두가 어디고 후미가 어디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습니다. 신발을 벗자, 아내가 말렸습니다.

“그만둬요. 집 앞의 공원을 놔두고 여기까지 와서 안 하던 짓을 하려고.”

요즘 맨발 걷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성인병 개선 효과가 있고 다이어트에도 좋다는 말이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입니다. 맨발 걷기를 한 결과 두 달 만에 암 환자가 완치됐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SNS에 개설된 카페만도 수십 개가 됩니다. 회원 수가 무려 3만 명이나 되는 곳도 있습니다. 우리 집 근처 공원에는 둘레길이 있습니다.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로 온종일 붐빕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푸근해, 새벽은 물론 밤에도 걷는 사람이 눈에 뜨였습니다.

예전의 일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을 보니 산속에서 한밤중에 맨발로 걷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겨울인데도 맨발입니다. 심지어는 네발로 짐승처럼 걷기도 합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건강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혹시 정신 나간 것 아니야, 기인의 행동을 하려는 것쯤으로 여겼습니다. 자연에 동화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저 정도까지 이상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열풍이 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쟁적으로 맨발 걷기 길을 만들었습니다. 자갈을 깔아 지압할 수 있는 장소도 꾸몄습니다. 우리 공원의 한구석에도 있습니다. 원형의 안에 구절판을 나누듯 는 크고 작은 돌을 나눠 담았습니다. 몇몇 시는 맨발 걷기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고 황톳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맨발 걷기 산책로입니다.

맨발 걷기는 지압 효과가 있어 혈액 순환 좋게 하고 혈압과 혈당을 낮춰준다고 합니다. 발바닥이 땅에 직접 닿아 몸 안의 염증이 가라앉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만병통치의 효과가 있을까요. 과한 주장인지 모르겠습니다. 한편에서는 맨발 걷기의 부작용을 걱정합니다. 상처가 난 살갗이 흙 속의 미생물과 닿으면 파상풍에 걸릴 수 있습니다. 맨발로 딱딱한 바닥을 딛다 보면 족저근막염을 불러올 수도 있답니다. 맨발 걷기의 득실을 무조건 믿거나 외면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한 가지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환경에 관한 일입니다. 맨발 걷기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자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가 딛고 있는 곳이 몸살을 앓고 생물이 죽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행동은 우리의 주변을 파괴합니다. 소래포구를 갔다 온 날 밤 뉴스 시간에 그 장소를 보여주었습니다. 조사에 의하면 많은 사람이 같은 곳을 계속 밟다 보니 흙 속에 살고 있는 각종 생물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감소하였다는 말은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산에 관한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맨발의 효과를 믿는 사람들이 정해진 등산로가 아닌 샛길이나 아직 밟지 않은 곳을 마구 들어가는 경우가 있답니다. 산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이들의 무분별한 행동을 막느라 애를 먹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샛길로 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입구는 띠를 둘러막기도 하고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엮어놓았습니다.

과유불급(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지나친 것은 오히려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뜻입니다. 무엇이든지 넘치거나 지나치게 많으면 부족한 것과 같거나 오히려 못하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걷기의 열풍이 식지 않았습니다. ‘만 보 걷기’입니다. 만보기를 팔기 위한 기업체의 상술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걷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만 보를 꼭 걸어야 할까. 나는 하루에 평균 오천 내지 칠천 보를 걷습니다. 능력에 따라 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몸의 상태에 따라 강도를 조절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맨발 걷기,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나와 환경을 생각하는 지혜로움을 살려야겠습니다. 건강을 다지기 위해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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