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 꽃바구니 20231123
꽃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향합니다. 추위를 느끼던 며칠 전과는 달리 어제오늘은 기온이 많이 올랐습니다. 아침에 복지관으로 갈 때는 입은 옷이 딱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올 때는 덥습니다. 나만 덥다고 느끼는 게 아닙니다. 운동 삼아 공원을 걷는 사람들은 겉옷을 벗어 팔에 걸쳤거나 허리에 소매를 질끈 동여맸습니다. 대부분 두꺼운 옷을 입은 경우입니다. 나는 가을에 어울리는 옷을 입었는데 덥습니다. 사십여 분의 거리를 걸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중간쯤에 도달하면 덥다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책가방을 메고 꽃바구니까지 들었습니다. 공원의 구름다리를 넘자 가까이 있는 벤치에 앉았습니다. 힘이 들기보다는 바구니가 다소 거추장스럽습니다. 가방만 메고 팔을 휘두르며 자유롭게 걸었는데 무엇인가 든다는 게 낯섭니다. 혹시나 바구니의 꽃이 몸에 스쳐 잘못될까도 염려됩니다. 모자를 벗었습니다. 윗도리를 벗었습니다. 몸이 열기가 밖으로 탈출합니다. 잠시 땀을 식힌 후 걸음을 옮깁니다. 교통편도 좋지 않은데 오늘따라 셔틀버스가 쉴 게 뭐람.
꽃바구니는 복지관에서 손수 만들었습니다. 오늘의 자서전 그림책을 완성하는 날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모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비록 열 번의 만남이지만 수강생이 각자의 속내를 말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아픔도 걱정했습니다. 함께 한 사람 중에 두 명이 빠졌습니다. 소식에 의하면 한 사람은 병이 나서 몇 주째 고생하는 모양입니다. 스케치를 섬세하게 하는 분인데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서운합니다. 다른 한 분은 집안일로 빠졌습니다.
마지막 날이라고 강사가 신경을 썼습니다. 기념사진을 찍을 터이니 예쁜 옷을 입고 오라고 미리 말했습니다. 바구니를 가져와 만들기를 지도해 주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다양한 솜씨가 있습니다. 그림책은 물론 꽃장식, 교회에서는 아이들에게 성경 공부를 지도하고, 기도의 내용도 준비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도 한답니다.
수업하는 동안 종종 자기 시어머니에 대해 말했습니다. 결혼 후 많은 도움을 받았답니다. 특히 주위 사람들에게 며느리 자랑을 많이 했답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샀습니다.
“우리 두 며느리 때문에 집안이 행복해요.”
아들이 두 명인가 봅니다. 자랑에 강사는 남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어머니께 잘해드린 게 없는데 늘 칭찬이라서 조금이라도 보답하려는 마음에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우리 수강생은 강사와 함께 한 게 합쳐봐야 불과 몇 시간이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서 칭찬을 들을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음이 살갑습니다. 예의 바르고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베풀고 알려주려고 합니다.
“어르신, 꽃바구니 처음 만들어 보시지요?”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남자들은 꽃꽂이하거나 꽃바구니 만들기를 할 기회가 좀처럼 없을 거라며 옆에 있는 여자 어른들에게 응원을 구합니다. 그들도 같은 의견인가 봅니다. 자신들도 좀처럼 꽃바구니를 만들 기회가 많지 않다며 남자들은 더 할 거라는군요. 하지만 틀렸습니다. 처음 해보는 것은 아니고 흔하지는 않지만, 몇 차례 있었습니다. 배움이라면 천방지축 가리지 않고 덤비는 성격이라 보니 지지난해에도 이곳에서 꽃바구니를 만들었습니다. 집 근처의 도서관에서도 만들었습니다. 20여 명이 모여 글쓰기를 한 다음 글을 모아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받아 드는 날 자축 파티라고 해야 할까요. 책과 꽃바구니 어울리지 않습니까.
꽃바구니를 들고 집에 도착했습니다. 교실에서 함께 했던 사람의 말이 맞습니다. 아내가 무척 기뻐할 거라고 하더니만 선물이요 하고 내미는 순간 입꼬리가 올라가고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꽃바구니를 만들 예정이라고 귀띔을 주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유와 출처는 묻지 않았지만 먼 길에 들고 오느라 고생했다며 주방으로 들어가 차 한 잔을 곧 내왔습니다. 나는 남자와 여자의 할 일을 구별하지 않습니다. 알아야 할 것 배워야 할 것은 익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남녀의 구별을 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부부 중 한쪽이 병이 나거나 힘들어할 때는 몫을 대신해야 합니다.
아내는 식탁 위에 임시로 놓았던 꽃바구니를 여기저기로 옮겨봅니다. 거실의 탁자, 창가, 텔레비전 옆, 최종적으로 스피커 앞에 자리 잡았습니다. 음악 감상에 즐거움을 더 보태는 것 같습니다. 꽃바구니를 넘어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와 ‘송어’의 곡이 귀를 찾아옵니다. ‘짠’ 비발디의 ‘사계’가 지나간 봄을 불러오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