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76. 끌탕 20231123

by 지금은

끓는 게 뭐 국뿐이겠습니까. 요 며칠 마음이 들끓었습니다.

평생학습관 독서 모임의 담당자가 전화했습니다.

“선생님의 밴드 아이디가 해킹당했나 봐요.”

전화를 끊자마자 접속했습니다. 연결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어 민원이 발생하여 밴드 사용을 정지시켰답니다. 궁금합니다. 내가 무슨 피해를 주었기에 그랬을까? 기분 나쁘게 한 일이 없습니다. 누군가 내 아이디를 도용하여 문제를 일으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밴드 사용만 할 줄 알았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있지만 갑자기 이상이 생겼을 때 어쩔 줄 모르는 상황과 같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물론 사소한 것을 모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건도 아니니 손보러 서비스센터를 찾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난감합니다.

생각 끝에 이상이 있음을 알려준 학습관 담당자를 찾아갔습니다. 확인한 결과 전번 강좌를 수강할 때 누군가 나의 아이디를 도용하여 이번 강좌의 수강생들에게 좋지 않은 문자를 보낸 것 같다고 합니다. 그가 남긴 문자와 사진을 보여줍니다.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했더니 친절하게도 해당 서버에 접속하여 사연을 보내고 풀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연락이 올 거라며 집에 가면 확인을 하라고 합니다.

덕분에 사용정지가 풀렸습니다. 비밀번호를 바꾸고 내 밴드를 점검했습니다.

‘이를 어쩌지요?’

누군가 자신의 이름으로 내 블로그의 자리를 차지해 버렸습니다. 큰일입니다. 잘못하다가는 그동안 활동한 결과물들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내 아이디를 도용한 사람이 나와 관련된 다른 밴드에 접속하여 나쁜 짓을 할지 모릅니다. 학습관 담당자에게 재빨리 전화하고 당분간 함께하는 밴드에서 활동하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받는 사람도 걱정했습니다. 이야기를 듣더니만 나름대로 도와주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합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상대방이 나쁘기는 하지만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잘못 관리한 내게 책임이 있습니다. 다음날 스마트폰 강의 시간입니다. 강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더니만 밴드를 관리하는 민원 부서에 민원을 넣어보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내용을 신고하면 좋을지, 온종일 고민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습니다. 옷을 갈아입을 사이도 없이 답답한 마음에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관리를 잘못하셨군요.”

자신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비밀번호를 끄지 않은 일이 종종 있다고 했습니다. 분명 밖에서 사용하고 ‘로그아웃’을 하지 않은 때가 있을 거랍니다.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기에 여러 곳을 찾아다닙니다. 이 컴퓨터, 저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내 아이디를 도용하여 다른 곳에 접속했음이 틀림없겠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문제는 해결입니다. 아들은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아 상황을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동안 모르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시 평생학습관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아니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회사의 담당자를 찾아가 단번에 하면 어떨까. 이 생각 저 생각 떠오르는 게 많습니다. 제일 염려가 되는 것은 그가 나쁜 마음을 가지고 내 저작물을 가지고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그동안 애쓴 보람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고민이 꿈자리에서도 나타났습니다. 휴대전화를 들고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경찰관은 보이지 않고 순찰차의 비상등만 깜빡이입니다. 발길을 되돌리다 내 아이디를 도용한 사람을 마주치는 동안 잠에서 깼습니다.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빨리 해결되어 내가 하던 일에 불편함이 없어야 합니다. 내 저작물을 찾아야 합니다.

다시 휴대전화를 살피던 아들이 말했습니다. 상대방의 인적 사항을 지우고 본인의 인적 사항으로 정정하면 어떨까요? 말한 대로 입력을 하고 다시 비밀번호를 바꾸었습니다. 상대방의 얼굴과 함께 인적 사항이 사라지고 내 이름이 나타났습니다. 일순간에 답답했던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남의 아이디를 가지고 장난을 한 게 잘못이지만 내 책임도 크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 관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수시로 비밀번호를 점검하고 변경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오늘 밤은 편안하게 잠이 들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비밀번호를 기억할 겸 다시 블로그에 접속했습니다. 모든 것들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하던 일을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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