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75. 세월 속에 생일 20231122

by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세월은 흘러갑니다. 시냇물이 흘러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때로는 그대로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는 느낌입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어느새 눈발이 날리고 계절이 바뀌네.’

느끼는 순간 세월은 끊임없이 내 뒤로 달려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못다 한 일을 아쉬워하곤 합니다. 항상 실천이 생각보다 앞서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 사람은 1년이 365일이라고 여기고 삽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365일 5시간 49분이랍니다. 초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습니다. 그 이후로도 이런 사실을 자의든 타의든 가끔 떠올리지만 중요시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지구가 시속 108,000킬로미터의 속도로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365일, 5시간, 49분입니다. 1년 중 5시간 49분을 생략한 채 열두 달을 보내지만, 우리가 잊은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보이지 않게 차곡차곡 쌓입니다. 달력이의 일입니다. 양력은 쌓인 그 시간 때문에 4년마다 윤년이 돌아와 2월에 29일이 생기고, 음력의 경우 3년마다 달력에 달이 하나 더 추가됩니다. 우리들의 편리함에 의해 만들어진 일이지만 생일이 2월 29일인 사람에게 윤년은 참 귀한 해입니다. 음력의 경우 윤달에 태어난 사람은 한술 더 떠야겠지요.

생일이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동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보편적인 출생이 달력이라는 날짜 앞에서는 특이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생일이 2월 29일인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그 귀한 윤년 2월을 기다리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특이하게도 그의 반려동물인 강아지의 생일도 2월 29일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생일이 그러하니 일부러 자신과 같은 생일날을 맞이하는 강아지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내년이 2024년 윤년입니다. 생일을 함께할 시간이 기다려지는 모양입니다. 미리 달력을 구입하여 동그라미를 할 생각입니다. 보통 연말이면 아쉬운 일만 생각나 어떻게든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지만 44년을 기다리다 보니 그의 마음속에는 벌써 설렘이 숨어있습니다. 그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며 말해주었습니다.

“100세를 살아도 젊어서 좋겠구먼.”

4년마다 한 번 돌아오는 생일이라 100년을 살아도 25살이 되는 셈입니다. 이야기를 듣자 그럴듯하다며 미소를 짓습니다. 강아지는 몇 살, 네 살밖에 안 됐는데 겉모습이 시원치 않습니다. 걷는 걸음걸이가 어기적어기적 상노인입니다. 눈가에도 눈물이 고이고 눈곱이 끼었습니다. 젊은 게 늙은이 행세를 한다고 말했더니만 생일이 돌아오면 16년을 산 셈이랍니다.

음력은 어떻습니까. 조카의 생일은 윤유월에 있습니다. 음력으로 생일을 찾아 먹으려면 60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생일상을 차렸습니다. 오늘이 제 생일이라기에 어째서 네 생일이냐 하고 음력과 윤달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생일날이 돌아오려면 몇십 년은 지나야 한다고 농담했더니 자신은 그런 말이 싫어 양력 생일에 미역국을 먹기로 했답니다. 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음력 생일을 지키는데 서로 달라야 하겠느냐고 했습니다. 세월이 변하니 행사도 행사일도 바뀔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조카도 성인이 되어서 이런 말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립니다. 옛날에는 옛날식이 맞고, 오늘날에는 현재의 방식이 맞는다고 합니다.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예전에야 음력을 기준으로 생활했지만, 지금은 양력이 대세입니다. 다만 옛날 풍습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면에서는 일정 부분 아직도 음력의 날짜를 사용합니다. 어제는 서울에 다녀오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어 해가 저물어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지하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맑게 갠 하늘에 달이 떠 있습니다. 어제 본 달고 다릅니다. 날씨가 흐린 때문에 윤곽이 희미했는데 오늘은 달의 테두리가 날카로워 보입니다. 손가락을 스치면 벨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쾌청한 날씨입니다. 푸른 하늘이 더 짙푸릅니다. 초승달이야, 그믐달이야, 혼란스럽습니다. 왼손의 엄지손가락을 들어 달과 모습을 비교해 봅니다. 맞아 왼쪽 손톱이 초승달을 닮았지, 아이들에게 달의 모습을 가르칠 때 암기를 잘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생각해 낸 것입니다. 그러면 오른 손톱은 하현달. 달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집에 오자 달력을 보았습니다. 옛날의 기억이지만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밤새 달이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다 보면 달이 가고 일 년이 갑니다. 달을 보니 조카 네 생일이 돌아오려면 아직도 까마득해, 젊은 친구, 해를 보니 당신의 생일이 돌아오려면 아직 멀었어.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해마다 생일을 찾아먹을 수 있습니다. 어부지리로 나이도 한 살 줄었습니다. 올해부터는 1월 1일이 아닌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나이를 따지기로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떡국 나이가 아니라 미역국 나이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나이가 인생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차이점은 있습니다. 같은 또래이면서도 형님이 되고 싶은 사람, 동생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동물들의 나이자랑」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토끼, 원숭이, 두꺼비…, 어느새 그만큼의 세월이 지났을까요? 농담은 하지만 세상에 태어남은 축복입니다. 세월을 안고 잘 살아가는 것도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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