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 삼천 원의 행복을 읽고 2023120
책을 읽다가 짧은 글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한 어린 소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계산대에 이르렀습니다. 평소와는 달리 긴 줄이 이어졌습니다. 할인 행사가 있는 날이고 보니 많은 사람들로 매장 안이 붐비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루해 보이는 한 아이가 꽃병을 든 채 계산대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산원과 잠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4천 원인 줄 알았는데요.”
“6천8백 원입니다. 아래위의 금액을 혼동했나 봐.”
아이는 어쩔 줄을 모르고 당황하는 기색이 보였습니다. 뒷사람들이 재촉합니다. 마침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순간 아이의 모습을 관찰한 주인공은 3천 원을 계산원에게 내밀었습니다.
밖에서 기다리는 아이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던 모양입니다. 아이의 엄마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다른 사람의 묘지에는 꽃병이 있는데 자기 어머니의 묘지에는 없습니다. 꽃을 꽂아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꽃병을 살 돈이 없습니다. 아이가 거스름돈을 내밀었지만, 사양했습니다.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해 있고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 궁핍함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은 남편과 아들에 선물하려고 등산화와 인라인스케이트를 샀는데, 아이는 죽은 어머니를 위해 꽃병을 사고 싶었답니다.
이 글을 읽다 보니 포인세티아가 생각납니다. 멕시코 어느 마을의 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자 사람들이 꽃을 사서 성당에 가져갔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소녀도 꽃을 가지고 가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상 그럴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에게 무엇인가 선물해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전날입니다. 어쩔 수 없이 공동묘지에 있는 포인세티아를 몰래 꺾어 성당의 꽃들 사이에 놓았습니다. 다른 꽃들에 비해 눈에 띄게 빛났습니다. 꽃말 속에 담겨 있는 전설의 이야기입니다. 두 소녀의 애틋한 마음이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몇 년 전에 아파트 위층에 사는 분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포인세티아를 선물했습니다. 마음에 들었지만, 화초의 습성을 몰라 해가 바뀌자 빈 화분만 남겨진 일이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화원을 지나다가 붉은 잎이 강렬하게 눈에 들어와 포인세티아를 사게 되었습니다. 두 번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겠다는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 관리 방법을 알아냈습니다. 높은 습기와 온도가 식물의 삶을 어렵게 할 수 있답니다. 잘 보살펴 준다고 했지만, 여름철이 되면서 잠시 소홀했습니다. 잎이 무성하다 싶었는데 갑자기 흰 벌레가 생겼습니다. 약을 뿌려보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아 이 방법 저 방법을 동원했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지루한 장마는 화초를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다. 점차 생기를 잃어갑니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밖에 떼어놓았습니다. 남의 눈에 잘 뜨이지 않는 나무 밑에 놔두고 보살폈습니다. 외부의 환경과 친해졌을까요. 겨울이 다가오면서 생기를 얻었습니다. 영하의 날씨를 보인다기에 보름 전 집으로 들였습니다. 벌레들이 없어졌습니다. 잎의 뒷면에 보이던 벌레의 알도 사라졌습니다. 습성을 알았으니 내년 여름에는 잠시 밖으로 내놓아야겠습니다. 올해는 붉은 크리스마스가 아닌 초록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야겠습니다.
나는 행복을 어디에서 찾을까요, 사람마다 느끼는 마음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이에 있는 식물에서도 그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6천 원에 산 포인세티아의 작은 화분이 이 겨울을 따스하게 할지 모릅니다. 서너 달 눈과 마음의 즐거움을 주었지만 이후 생명의 소중함을 알기에 마음의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화초를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 결과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나는 화초뿐만 아니라 식물을 좋아합니다.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는 개와 고양이 등 동물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또 다른 사람은 자기와 모습이 같은 인류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기 위해 노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마음입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진정으로 남을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이 편해야 남을 생각할 여유가 생깁니다. 결국 행복은 내 안에 있습니다. 화병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기에 할 수 있고, 포인세티아를 성당으로 가져간 소녀도 자신을 사랑하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 자신의 사랑이 행복입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새해에는 나와 함께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