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290. 오해 20231202

by 지금은

화상(ZOOM)으로 하는 글쓰기 강의가 끝나고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습니다. 며칠 전 책이 나올 거라고 했는데 일정이 늦어졌습니다. 끝맺음했나 했는데 만남이 없어 아쉽다며 한 시간은 학습관에서 얼굴을 마주 보는 기회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화면으로만 서로 얼굴을 익혔는데 강의실에 모이니 새로운 기분이 듭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강사가 두 손을 잡으며 반깁니다. 표정이 매우 밝습니다. 화면으로 보던 앳되고 수줍음이 가득한 얼굴입니다. 강의를 끝내자,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강사이며 작가인 그의 책에 사인을 받기 위함입니다. 나는 그의 책을 사지 못했습니다. 사인이 끝나면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싶어 자리를 뜨지 않고 지켰습니다.

이때입니다. 옆 책상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뜬금없는 말을 합니다.

“주식하세요?”

“아뇨, 강의 중 참고할 게 있어서 적었습니다.”

강의가 시작되면서 틈틈이 스마트 폰을 켜고 중요한 내용을 메모했습니다. 껐다 켜기를 반복하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강의 중인데도 책상 위에 버젓이 스마트폰을 켜고 자판을 누르고 있어 오해했을지도 모릅니다. 내게 묻기 전까지는 저 사람이 강의를 듣지 않고 딴짓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입니다. 덧붙여 말하고 싶었지만 그만두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다음에 알게 될 거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주식장이 열리지 않는 날입니다.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에는 장내 거래가 이루지 않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강사의 느낌도 그러했을까요. 가끔 쳐다보는 눈길에 이상한 점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혹시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나이 먹은 사람이 주책없이 뭐 하는 거야.”

젊은이들 틈이 낀 나는 가끔 어색할 때가 있습니다. 학습관이나 도서관에서 강의가 있어 찾아가 보면 그들과 나이 차이가 크게 납니다. 모인 사람 중에는 오직 남자 하나뿐인데 그가 곧 나일 때가 자주 있습니다. 남자라고 해도 두세 명, 그도 젊은이들입니다. 오늘 내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의 외양을 보니 60살 내외가 아닐까 합니다.

집을 나설 때 가방을 가져갈까 하다가 번잡스럽다는 생각에 펜 하나만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메모지도 생각했지만, 학습관에 가면 구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홍보지가 많으니 시기가 지난 것 한두 장의 뒷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전철역 코앞인데 승차 시간이 맞지 않아 예상보다 탑승이 늦었습니다. 메모지를 잊고 강의실로 향했습니다.

나는 어쩌다 생각지 않은 일로 오해를 산 때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입니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만년필을 가지고 학교에 왔습니다. 자랑하기에 만져보며 내가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친구가 화장실을 간 사이에 만년필을 그의 공책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하교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종례가 끝나고 하나둘 반 아이들이 교실을 떠날 무렵 내게 다가왔습니다.

“만년필 다 사용했니? 그만 줘야지.”

“만져보고 곧 네 책상에 놓았는데.”

장난하지 말고 내놓으라고 합니다. 웃자고 하는 말인 줄 알고 없다고 하자 몇 차례 말이 오고 갔습니다. 점차 그의 낯빛이 변했습니다.

내일은 꼭 줘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먼저 앞서갔습니다. 그의 태도를 보니 이거 좋지 않은 일이 생기나 보다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어제처럼 만년필을 달라고 합니다. 끝내는 ‘가졌다, 갖지 않았다.’ 옥신각신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친구들이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돌려주라고 말합니다. 난감했습니다. 집에 두고 왔으면 내일 꼭 돌려주겠다고 말하라 합니다. 그러면 친구 사이니, 이해를 할 거랍니다.

조회가 시작될 무렵입니다.

“비싼 만년필이 좋기는 좋구먼.”

교실로 막 들어온 친구가 만년필 임자에게 물건을 내밀었습니다.

“자식, 말은 하고 가져갔어야지.”

만년필 주인이 당황했습니다. 첫 시간이 끝나고 나에게 사과했지만, 곧 풀리지 않았습니다. 잠깐이지만 옥신각신 언성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서로 헤어지기 며칠 전에야 화를 풀었습니다. 학교의 특성상 기능 실습을 위해 한동안 학교에서 헤어져 정해진 장소에 머물러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 참외밭을 지나며 신발 끈을 매지 말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오늘의 경우도 꼭 그런 게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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