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은 2023

306. 물난리 20231213

by 지금은

반갑지 않은 소 님이 방문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입니다. 전화를 하고 불쑥 찾아뵙겠다고 했습니다. 마음이 여리다 보니 한 번도 거절하지 못하고 맞아드립니다.

“아래층에서 물이 새서요. 주방과 거실입니다.”

방재실 직원들이 들어왔습니다. 곳곳을 살핍니다. 화장실, 보일러실, 거실 등 물을 사용하는 곳이 새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우리 집을 제일 먼저 방문했는데 우선 가까운 곳을 의심하게 됩니다.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른 집을 찾아갑니다. 공동주택이고 보면 여러 가지 시설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며칠 후 다시 찾아왔습니다. 여러 명이 와서 질문을 하며 꼼꼼히 살핍니다. 그 후에도 여러 번 방문을 했습니다. 어떤 때는 아침저녁으로 두 번이나 온 일도 있습니다.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시설물들이 벽이나 보이지 않는 곳을 지나기 때문에 눈으로 찾아낸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화장실 바닥에 물을 흥건하게 뿌렸습니다. 많은 양의 물이 하수도를 따라 내려갑니다.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혹시 욕조의 관이 잘못된 것 아닐까 하며 플래시로 배수구를 들여다봅니다. 좁아서 확인할 수가 없답니다. 의심이 가는 곳 중에 하나라기에 확인될 때까지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우리 집 위층의 바로 위층에서 누수가 발생했습니다. 애꿎게 우리 집이 첫 번째로 지목이 되어 한동안 불편을 겪었습니다. 아래층보다 늦게 누수가 발생되어 함께 피해를 보았습니다. 몇 년이 지난 올해 또다시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래층 작은 화장실리 샌답니다. 우리를 지목했습니다. 모르고 지냈는데 화장실 옆의 보일러실을 열자 물이 흥건히 고여 있습니다. 화장실에 누수가 있을 수 있다며 여러 곳의 공용 시설물을 함께 점검했습니다. 다른 곳은 이상이 없습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전에 겪은 일 때문에 미리 조심한다고 실리콘을 구입해서 의심이 가는 곳을 모두 메웠습니다. 타일 바닥이 오래돼서 물이 스며들 수 있을까요. 봄에는 화장실 두 곳을 수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물을 쓰는 게 염려됩니다. 우리 때문에 혹시 아래층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지 조심을 하게 됩니다.

드디어 우리 집에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아래층에 누수가 계속된다며 아침 일찍 방재실 직원 몇몇이 다시 와서 점검을 했는데 돌아간 후 청소기를 돌리는데 침실 바닥에 물방울이 보입니다. 천정을 올려보았습니다. 물방울이 보입니다. 막 누수가 시작된 모양입니다. 방울방울 보이던 물방울이 떨어집니다. 맺히는 속도가 점차 빨라집니다.

“여보, 우리 집도 새네.”

서예에 열중하던 아내가 서재에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러게요, 왜 우리 집보다 아래층이 먼저 샜을까 하며 방재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다른 집으로 갔던 직원이 되돌아왔습니다. 누수를 확인하고 이곳저곳을 살핍니다. 여기도 샌다며 화장실과 가까운 벽의 아래를 가리킵니다. 우리 집 화장실이 새는 줄로 알고 욕조를 쓰지 않았는데 위층에서 스며든 건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몇 달 전부터 다른 층에서 시작된 누수인가 봅니다. 지레 겁을 먹고 욕조를 쓰지 못했습니다.

아래층 거실과 주방에서 새기 시작한 물은 작은 화장실을 거쳐 다시 거실과 주방을 적시고 있습니다. 오늘 시작된 누수는 아래층과 같습니다. 직원들이 곧 돌아와 확인을 하고 임시방편으로 새는 물방울을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해 비닐을 씌우고 물길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누수되는 곳을 빨리 확인하여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내가 할 말이라고는 ‘고맙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입니다. 문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습니다. 나름대로 아파트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잘 안될 때도 있나 봅니다. 몇 차례씩이나 같은 이유로 방문하여 같은 곳을 확인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섬에서 사택에 살 때입니다. 낡은 사택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었습니다. 맘에 듭니다. 겨울에는 단열이 잘되고 여름에는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합니다. 하지만 늦가을에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자고 일어나 보니 방안이며 주방 복도의 계단이 물바다입니다. 지은 지 일 년도 안 됐는데 비가 새다니 하며 옥상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아! 빗물관이 막혔군요. 나뭇잎이 떨어지면서 옥상을 덮었습니다.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자 낙엽이 관의 입구를 막았습니다. 물이 계단을 타고 복도를 적시고 방안까지 몰려왔습니다. 작은 부주 위가 물난리를 만들었습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없어 임시방편으로 옆 건물에서 전기를 끌어와 사용해야 했습니다. 개미구멍이 저수지의 둑을 무너뜨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늘 관심을 갖고 주변을 돌아와야겠습니다.

다시 다짐을 합니다. 세월이 지나다 보니 사람의 몸이 늙어가는 것처럼 집도 낡아갑니다. 틈틈이 수도 전기 가스의 이상 유무를 확인합니다. 아직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봄에는 화장실을 수리해야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