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 해보는 거지 20231212
‘세상에 최고는 없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책을 읽다 보니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중학교 때의 일이니 그 뜻을 선 듯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완벽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지금까지 어느 것도 최고가 돼 본 일은 없습니다. 무엇인가 완벽하게 해 본 것도 없습니다. 지금 쓰는 글이 그렇고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인가 만들어 본 것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 곤욕스러운 게 있습니다. 글을 써서 남 앞에 보이고 나면 꼭 지적 잘해야 할 게 나타나곤 합니다. 남의 친절한 지적도 있지만 내 발견입니다. 올해 몇 편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책에도 실었습니다. ‘에고, 이게 또 무슨 일이람.’ 글을 읽은 어느 분이 오자를 지적해 주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글을 실었는데 오자와 탈자를 발견했습니다. 한 글자가 빠지는 바람에 의미가 완연히 달라졌습니다. 스스로 정정의 문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독자를 대하는 바른 자세가 돼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했습니다.
오자, 탈자는 없었지만, 문장의 내용이 어색해서 다시 고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작가들의 말을 빌리면 자기의 작품을 수십 차례, 아니 백번 이상이나 교정을 보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성급한 마음에 예닐곱 번 확인하고 좀 더 세밀하게 본다면 10차례 확인을 합니다. ‘이제는 뭐’하고 글을 실었는데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완벽하기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말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원이란 없다. 원형에 가깝게 그려볼 뿐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원이라고 해도 실제는 타원형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원형은 원형이고 타원형은 타원형이지 뭘 따지는 거야 하는 마음으로 타원형을 그리고 원형을 그렸습니다. 타원형이 원형에 가까워지는 겁니다. 원형은 우리의 시각으로 느끼는 것뿐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는 생각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입니다. 완벽하기 위해 하는 일은 노력입니다. 부지런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최고가 될 거라고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삶이란 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최고가 되고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게 뭐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그 과정에서 고뇌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나는 요즘 최선이라는 단어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완벽함보다는 조금은 서투름을 사랑하기도 합니다.
어느 곳을 여행하다 보니 멀리서 말 몇 마리가 보입니다. 보였습니다. 나무 사이로 드러낸 모습을 보니 곧 바닥을 박차고 솟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다가갈수록 형체가 이상합니다. 가까이 이르러서야 말이 아니라, 말 모양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용접 기술을 가진 사람이 본업을 하는 사이 짬을 내어 못쓰게 된 쇠붙이를 가지고 여러 가지 작품을 만들어 넓은 야외 공간에 전시했습니다. 용접 부위를 살펴본 결과 섬세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지만, 아마추어 작품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 몇몇이 걸음을 멈추고 눈길을 보냅니다.
언젠가 김포에 있는 카페에 간 일이 있습니다. 이삼 층높이의 건물에 여러 가지 동물과 자동차 모형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물건들이 진열대를 가득 메웠습니다. 재료는 철입니다. 작가의 작품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매매하기도 합니다. 세련된 작품으로 그 값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것은 앞선 야외 전시장에 있는 형상입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평범한 가운데 특별함이라고 하면 설명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마디로 정이 간다는 말로 대신합니다. 비록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고 이음매가 매끄럽지 못하지만, 나의 마음을 끄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작품이 많지 않지만, 너른 공터에는 앞으로 많은 작품들이 자리를 잡게 될 것입니다. 점차 솜씨가 늘고 세밀한 작업이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우리 동호회는 작가 지망생들의 모임입니다. 같은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서툰 솜씨지만 나름대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쓰려고 짬을 냅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창대하리라’ 맷돌을 돌리듯 하루하루 지면을 메우다 보면 가루가 곱게 갈릴리라 믿습니다. 거친 가루라면 다시 한번 갈아보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이 세상에 완벽이란 없습니다. 최고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모든 사람이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고 보면 초조해지거나 애써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90세인 사촌 형님이 올해 고욤나무에 감나무 가지를 접붙였습니다.
“잘하면 몇 년 후에 따먹을 것 같아.”
마음이 문제입니다. 꾸준함이 생명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날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져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