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923

304. 오복 중 하나 20231211

by 지금은

불소 도포를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전에 한 번 한 일이 있습니다.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이빨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기에 줄을 섰습니다. 며칠 전입니다. 보건소에서 구강 건강교육을 한다고 문자를 받고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온종일 쏟아진다기에 갈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시간이 다가옵니다.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우산을 쓴 사람, 안 쓴 사람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 정도면 뭐 걱정할 게 없다는 생각에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잠깐의 수고스러움이 건강을 챙길 수 있다면 괜찮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노인들을 상대로 한 교육이기에 목소리가 좀 크고 이야기하는 속도도 느립니다. 강의 내용은 올바른 방법으로 이 닦기, 구강 관리, 틀니의 사용 및 보관 방법입니다. 보건소에서 구강 관리를 위해 주민들에게 주는 혜택도 이야기했습니다. 연 2회 불소 도포, 연 1회 치석 제거를 무료로 해준답니다. 그동안 치석제거를 할 일이 있을 때는 치과를 이용했는데 무료로 해준다니 반가운 일입니다. 코로나 확산 이후로 병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치과 선생님이 내 이를 살펴보고는 앞니에 치석이 있으니 제거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동안 많이 고생하셨군요.”

의사 선생의 말입니다.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내 이는 앞니 몇 개만을 제외하고 모두가 의치입니다. 이십여 년 전부터 이빨이 하나둘 망가져 병원을 드나들었습니다. 이후로 치아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내 이빨이 이렇게 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려서부터 이 닦기를 게을리한 것과 올바른 칫솔질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이 닦기에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방법이 문제였습니다. 잇몸과 이를 닦아야 하는데 이빨만 닦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빨을 세게 문지른 이유도 있습니다.

어느 해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입니다. 입안을 검사하던 의사가 얼굴을 찡그리며 기분 나쁜 말을 합니다.

“더러워.”

“뭐가요?”

“뭐겠어요, 이빨이지요.”

내 물음에 칫솔질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올바른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빨이 상하고 치석이 많아 돈깨나 들겠다고 합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하나둘 이상을 보여 치과를 찾을 때마다 발치를 해야 했습니다. 치료를 하고 의치를 심는 동안 상담 의사의 말처럼 치료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그 아픈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의술이 발달하여 건강에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빠진 이를 이웃 이와 결합하여 고정시켰는데 어느 순간부터 임플란트라는 새 기술이 나오면서 보다 나은 시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인조인간이라는 말이 한창 유행한 일이 있었습니다. 공상과학 영화입니다. ‘인조인간 로봇’ 사람의 건강과 수명을 늘리기 위해 망가진 기계의 부속을 갈아 끼우는 것처럼 장기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바꾸는 것을 보았습니다. ‘실제로 저런 일이 일어날까’ 공상이라 여겼는데 어느새 우리 몸의 일부를 대체하는 일이 생기고 있습니다. 인공장기, 인공뼈, 인공피부 등이 그 예입니다. 내 잇몸에는 여러 개의 철심이 들어있습니다. 의치를 고정할 때 심은 것입니다. 친구는 무릎 관절이 닳아 인공관절로 대신했습니다. 내가 의치로 음식물을 씹기에 편한 것처럼 걷기에 편하다고 합니다.

나를 한 세대 과거로 돌려봅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입 주변이 옴폭 파였습니다. 주름이 조글조글합니다. 어릴 때 할머니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얼굴이 지금보다 몇십 년 늙어 보입니다. 이가 없으니 음식물을 제대로 씹을 수 있겠습니까. 즐거움 중에 먹는 재미가 반감되었습니다. 지금처럼 살아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삶은 알 수가 없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삶은 남의 이야기를 참고하지만 꼭 내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알고 개척해가야 합니다. 이빨은 오복 중에 하나라는데 아픔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의 식생활에 감사하며 지냅니다.

“얘들아, 이 닦았어?”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합니다. 다 큰 자식임에도 자기 전에 확인하는 습성이 생겼습니다. 내가 불편하고 아팠던 경험을 줄여주고 싶습니다. 화장실로 발길을 옮깁니다. 칫솔을 듭니다. 거울에 얼굴을 비춰봅니다. 오늘 하루가 반짝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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