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 응급실 20231220
밤사이에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기온도 급강하했습니다. 창밖으로 부는 바람이 흰 눈만큼이나 차게 느껴집니다. 어제 낮부터 안전 문자가 몇 차례 휴대전화를 찾아왔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추운 날씨에 조심하라는 당부입니다. 눈이 내리고 추워지면 빙판길 사고가 잦아집니다. 낙상사고입니다.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잠자리에서 깨었는데 갑자기 어지럽습니다. 화장실을 가고 싶었지만, 일어설 수가 없습니다. 잠시 기다리면 좋아지리라 생각했는데 점점 정도가 심해집니다. 일어섰다가는 넘어질 것만 같습니다. 참다못해 기다시피 가서 볼일을 보았습니다.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습니다. 어쩔 수 없이 119에 전화해서 구급차가 왔습니다. 나를 이리저리 살펴본 구급대원이 말했습니다.
“일어서실 수 있겠어요?”
일어서려고 하다가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들것의 신세를 져야만 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 고맙다는 인사를 할 사이도 없이 구급대원은 다음 장소로 가야 한다며 급히 떠났습니다. 의사는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몸이 허약해서 그렇다며 응급처치를 한 후 입원을 권했습니다.
가을철이 되자 응급실을 찾는 환자 중에 야외 활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이 늘어납니다. 등산, 노지 캠핑 등을 위해 산을 찾는 이 들이 많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벌에 쏘이는 일이 있고 뱀에 물리 일도 있답니다. 작업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있습니다. 조경 관리 목적으로 예초기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안전 제품이 많이 나왔지만, 모두를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날카로운 톱이나 낫을 사용하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해마다 조상님의 산소를 찾아가 벌초를 합니다. 직접 예리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지만 늘 염려됩니다. 친척 동생과 조카들이 사용하게 되니 늘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연장을 사용하는 주위에는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하지 않도록 망을 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잠시 신문을 들췄습니다. 요 며칠 추위에 동사자가 발생했습니다. 치매 환자입니다. 밖으로 나왔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가족과 경찰이 찾아 나섰지만, 새벽녘에야 구석진 곳에서 발견되었답니다. 등산을 갔던 남녀가 동사했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낙상사고입니다. 눈이 쌓이기 시작하고 급강하하는 기온에 함께 갔던 일행이 산행을 포기하고 돌아섰지만, 이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산을 올랐다고 합니다. 이런 궂은 날씨에는 부득이한 사정이 없다면 집 안에 있는 게 최선입니다.
미끄러운 환경에 응급실을 찾는 골절 환자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미끄러지거나 넘어져 생긴 일입니다. 우리 아파트에도 두 사람이 보입니다. 깁스한 상태입니다. 한 사람은 목발을 짚었고, 다른 한 사람은 상태가 조금은 나은지 발을 끌며 보행합니다. 이를 본 아내는 오늘 모임의 참석을 포기했습니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다소 멀어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걷는 거리도 있다고 합니다. 무슨 핑계를 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은 사람들에게는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입원한 사람들과 말을 나누다 보니 웃고 넘어가야 할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냥 웃기자고 하는 소리였으면 했지만, 진위는 알 수가 없습니다. 추석 무렵입니다. 명절을 쇠러 시댁에 가기를 싫어하는 며느리가 있었나 봅니다. 하루는 의사에게 말했답니다. 말했다고 하기보다 사정했다는 말이 옳을 것 같습니다.
“손목에 깁스해 주실 수 없을까요.”
간곡한 부탁에 의사는 고민했습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그 모습이 애절해 보여 청을 들어주었답니다. 의사의 직접적인 말이 아니고 보니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듣고 있던 나는 한 수거들이었습니다.
“이왕 깁스할 거면 무릎이나 발목에 할 것이지.”
그러면 시댁에 가지 않아도 위로의 말을 듣고 꾸지람은 면하지 않겠습니까.
내일과 모레는 올해 들어 최강의 한파가 될 거랍니다. 예보에 의하면 우리 고장의 기온이 연이틀 영하 15도를 기록할 겁니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마음이 답답하기는 해도 참아보기로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틀만큼은 집에서 지내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춥고 미끄러운 날씨에 넘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습니다. 차들이 거북이걸음을 합니다. 출근하는 아들에게 하는 염려의 말입니다.
“길이 빙판이네, 안전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