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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

318. 엄마가 늘 바빠요 20231220

by 지금은

탁구를 하고 집으로 들어서는데 몇몇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서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신발자국이 여기저기 나있습니다. 신발에 묻은 눈이 녹아 바닥에 물기를 남겼습니다. 엄마 몇 명이 눈썰매를 들고 있습니다. 두꺼운 옷차림에 모자, 장갑, 목도리에 신발까지 중무장한 상태입니다. 아이들이 모처럼 신나는 시간을 가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얼굴과 엄마의 얼굴이 발그레 물들었습니다. 건강한 모습입니다.

밤새 내린 눈이 쌓였습니다. 낮은 기온에 녹을 엄두를 내지 못했나 봅니다. 창밖을 내다보며 햇살이 빛나기에 오후가 되면 녹으려니 했는데 찻길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인도만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싸리비질을 한 결과입니다. 제설재도 뿌렸군요.

며칠 전 대형 마트에 갔는데 눈썰매를 사가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뜨였습니다. 오늘 같은 날을 기다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집에 아이가 없다 보니 만져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이런 편리한 것도 있다는 생각에 옛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나야 뭐 이런 게 있기나 있었나, 가마니때기나 삼태기가 전부였지, 끌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비탈길에서 알아서 탔습니다. 엎어지고 자빠져도 재미있었습니다. 집으로 가면 혼날 것은 염두에 두지 못했습니다. 옷이 젖었어도, 콧물이 흐르면서도, 손을 호호 불면서도 경쟁이라도 하는 듯 언덕을 뛰어올라 미끄러졌습니다.

엄마는 바쁩니다. 집안 식구들과 마당의 눈을 치워야 하고, 나무를 때서 밥을 지어야 합니다. 눈 속에서도 개울가를 찾아 손빨래도 해야 합니다. 흐르는 물에 빨래를 헹굽니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철썩철썩 방망이질을 합니다. 오늘의 엄마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오늘날의 엄마들이 한가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금쪽같은 내 새끼’ 마음이야 같겠지만 예전과는 달리 오로지 아이에게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너무 마음을 쓰다 보니 좋지 않은 일도 생깁니다.

‘버릇없는 아이’

아이만을 위하다 보니, 자신의 아이 편만 들다 보니 빚어진 결과입니다. 과잉보호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를 잘 보살피려는 게 뭐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나침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 모두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부모와 아이의 그릇된 행동과 말씨가 선생님을 죽음으로 모는 일이 있었습니다. 불이익을 받아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지내는 분도 있습니다.

부모와 아이의 삐뚤어진 인식이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때도 있습니다. 아이는 아이답게 커갈 수 있도록 뒤에서 바라보는 게 중요합니다. 스스로 삶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관찰은 하되 방향이 잘못되었다 싶을 때 마음을 써야 합니다.

아직도 구호가 살아있나 봅니다. ‘하나 나아 잘 기르자.’ 한때 나라에서 국민들을 상대로 한 말입니다. 효과가 있습니다. 점차 생산이 줄더니 이제는 인구의 감소에 되레 아이를 더 낳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안착된 부모와 젊은 세대들은 별 반응이 없습니다. 걱정과는 달리 하나가 아니라 그 이하입니다. 인구 절벽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습니다.

인천 시에서는 내년부터 아이를 낳아 기르면 18세까지 일억을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확인을 해보지 않았으니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급박한 현실을 대변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아이를 부모에게만 맡기기보다는 온 국민이 합심해서 키운다면 좋은 일임은 틀림없습니다. 이를 알기에 국가에서도 여러 가지로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속담에 아이를 낳으면 동네 사람 모두가 키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가 관심을 가질 때 올바르게 커갈 수 있습니다.

‘헬 조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옥이라는 뜻입니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높은 소비물가와 보금자리가 문제입니다. 그들의 능력으로는 평생을 모아도 집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말입니다. 어렵게 공부를 하고 사회에 나왔지만 기대만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망설이고, 결혼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에 큰 짐이 될 수 있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엄마의 일은 매우 큽니다. 늘 남자의 두 몫을 한다고 봐야 합니다. 직장 사회에서의 역할, 주부로서의 역할입니다. 남편이 나서서 함께 해야 할 일입니다. 온 가족이 나서야 합니다. 마침 할아버지가 썰매를 옆구리에 낀 채 손녀를 데리고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반갑게 손을 잡습니다. 할아버지가 손녀 친구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합니다.

“엄마가 눈썰매 끌어주니 재미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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