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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3

319. 동화를 읽다가 20231221

by 지금은

누군가 뒷담화가 나쁘다고 합니다. ‘뒷담화’라는 말을 잘 쓰지 않기에 사전을 찾았습니다. ‘뒤에서 서로 말을 주고받는 행위 또는 그러한 말’을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예문도 알아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남의 뒷담화는 잘 까도 정작 앞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는 사람이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뒷담화가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등의 말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성공 비결이 뒷담화라고 합니다. 인간 집단의 결속과 협력과정에 뒷담화는 필수요건입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언어라는 사고의 영역을 개발하여 살아남았습니다. 신체적인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포식자가 되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무기는 곧 언어입니다.

우리 속담에 말로 뺨을 맞을 수 있고 천 냥 빚을 갚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되돌아보면 말로 인해 주고받는 상처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서로 간의 관계가 끊어지기도 하고 사이를 끈끈하게 하기도 합니다.

중학교 때 「인어공주」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책이 귀한 시절이고 보니 초등학교 때는 읽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읽고 난 느낌은 그저 공주가 불쌍하다는 생각과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것에 대해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을 뿐입니다. 지금의 생각은 어떨까요? 그림책을 만들어보겠다고 관련된 책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인어공주도 하나입니다. 공주는 인간의 다리를 얻기 위해 자신의 고운 목소리를 잃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왕자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말 안 하면 노는 줄 알아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종종 가족과 친구들에게 인어공주가 되곤 합니다. 표현을 하지 않아도 상대가 나의 마음을 알아차릴 거라는 믿음은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아내와 외식을 하게 되는 때는 가끔 낯을 붉히는 일이 있습니다. 내 표현의 문제입니다.

“뭐 먹고 싶어요?”

“알아서 해요?

내가 본 메뉴를 선택했거니 했는데 다른 음식이 나왔습니다. ‘이게 아닌데’ 했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말이라도 할라치면 핀잔을 듣게 됩니다. 이후로는 아내가 내 의사를 몇 번이나 되묻기도 하고 내가 먼저 말을 하기도 합니다.

언어를 말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입니다. 구약에 보면 인간이 신의 권위에 도전하기 위해 바벨탑을 쌓았다고 합니다. 서로 힘을 합쳐 하늘을 향해 높이 쌓아 올리자 하느님은 이를 못하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하도록 했습니다. 이들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자 탑 쌓기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종교적인 이야기이니 확신은 서지 않지만 지구상에는 다양한 언어가 있어 재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뒷담화라는 말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돌이켜보면 꼭 나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뒷담화가 오히려 가정의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하는 일이 있습니다. 평생학습관에서 함께 공부하는 문우의 말입니다. 자기는 시어머니와 사이가 남편보다 더 좋다고 합니다. 시집을 와서 낯선 환경에 주눅이 들어있었는데 시어머니가 마을을 다니며 며느리 자랑을 했습니다. 본인이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데 동네 사람들에게 칭찬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가정을 잘 돌보고 시어머니께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깊어졌습니다. 연로하셔서 돌아가신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시어머니의 사랑이 마음속 깊이 남아있답니다.

말에 관련된 이야기는 많이 있습니다. 남성의 평가 기준 중 ‘신언서판’이란 말이 있습니다. 풍채, 언변, 문장력, 판단력이 출세의 지름길이었고, 여성의 기준에는 맵시, 말씨, 솜씨, 마음씨가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언어가 공통적으로 들어있습니다. 말의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소통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빠른 것을 손꼽으라면 언어입니다. 인어공주의 내용을 다시 음미하면서 말의 중요성을 생각합니다. 동화의 구성상 어찌할 수 없지만 말을 할 수가 없다면 몸짓 언어만이라고 해봤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나는 요즘 온몸이 저리고 아픕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혈액 순환이 잘 안돼서 그렇답니다. 돈 자랑, 자식 자랑은 하지 말고 병 자랑을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건강을 묻는 친인척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을 작가의 말에 빗대어 표현해 봅니다.

‘말 안 하면 건강한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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