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내 그럴 줄 알았지 220231226
노벨 문학상을 받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이런 글귀가 있다고 합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인생을 허송세월로 보내면 안 된다는 의미가 숨어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뿐인 내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말도 있고 보면 쉽지만은 않은 게 분명합니다. ‘꽃길만 걸으면 좋겠다고’ 어디 쉬운 일입니까. 그러기에 많은 사람이 희망 사항을 노래합니다.
운전면허 만료 기간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이해로 끝입니다. 운전을 더 하고 싶다면 면허증을 갱신해야 합니다. 여름인지 가을인지 도로 안전교통공단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갱신하라는 문자입니다.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해도 되겠다는 마음에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면허증을 보니 바꿔야 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면허증 갱신은 자동차 면허시험장을 찾아서 했습니다. 경찰서에서도 할 수 있다는 말에 인터넷으로 검색했습니다. 이왕이면 가깝고 교통편도 편리한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검색에 서툰 나는 잠시 머뭇거려야 했습니다. 검색하는 곳마다 조금씩 다른 정보를 주고 있어 혼란스럽습니다.
외출복으로 주섬주섬 갈아입다가 멈췄습니다. 아직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경찰서에 가면 곧 새 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이나 기다리고 다시 찾으러 가는 불편이 있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왔다 갔다 하가 번잡스럽습니다. 접수하자마자 곧 처리가 되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자동차 면허 시험장에서 갱신했을 때입니다. 당일에 새 면허증을 받지 못했습니다. 며칠 후에 오라는 말이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당일 신고하고 당일 찾을 수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동안 경찰서를 찾아가는 게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면허 시험장을 찾아야겠습니다. 거리가 다소 멀고 환승해야 하는 교통편이지만 마음이 솔깃합니다.
시계를 봅니다.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 출발하면 점심시간 전이지만 자칫 늦을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오후에 갈까 하고 잠시 망설입니다. 다시 마음이 바뀝니다. 오락가락합니다. 오후에 갔다가 대기 시간이라도 지체되면 내일 찾으러 오라고 할 게 아닌가. 마음이 뒤죽박죽입니다. 외출복을 입은 채 책상에 앉아 한동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에이’ 내일 일찍 가야겠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어긋났습니다.
버나드 쇼가 나를 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요. 다른 사람이 내 행동을 읽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요. 남의 시선이 아니라 내 시선이 중요합니다. 내가 제삼자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봤다면 무슨 말을 할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너무 재는 게 문제야.’
그렇다고 세심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보면 때로는 한심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아침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과 아이들의 등교 시간이 끝난 후 집을 나섰습니다. 차 안의 혼잡이 덜하다는 생각입니다. 환승하며 도착하는 동안 차 안은 생각대로 한적했습니다. 심심할 때면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는 자동차 면허시험장이 낯섭니다. 한동안 뜸했던 탓입니다. 기웃기웃 우물쭈물하면서도 면허증 갱신을 했습니다.
신체검사 및 적성검사라는 게 있습니다. 75세 이상은 의무적이라기에 따라야 했습니다. 막상 참석하고 보니 시력검사 한 종목뿐입니다. 6천 원입니다. 운전면허증 발급 비용 이외의 지급 상황입니다. 1분도 안 걸리는 시력검사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체검사 및 적성검사를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비용을 최소한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신청 후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면허증이 발급되니 편리한 세상입니다. 예전에는 신청 후 며칠 있다 오라고 했는데 즉석에서 증명서를 손에 쥘 수 있으니, 시간과 비용이 절약됩니다. 세상의 흐름은 점점 빨라지고 편리해지고 있습니다. 다만 나 같은 나이 먹은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빨라지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가 힘듭니다. 대부분이 사람은 자신의 차를 타고 되돌아갑니다.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버스정류장으로 갑니다.
없어도 될 면허증을 갱신하기 위해서 시간을 허비하며 불편한 걸음걸이를 하고 있을까요. 나는 자동차 운전을 그만둔 지 20여 년이나 되었습니다. 운전하기 싫은 점도 있지만 차가 꼭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자동차운전면허를 힘들여 딴 게 아까워서, 아니 운전을 다시 하려고 그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만날지 모릅니다. 혹시라도 뜻하지 않은 일이나 사고로 나의 도움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정부에서 면허증 반납하면 일부의 돈으로 보상한다고 하지만 돈을 들여가면서도 면허증을 발급받은 이유는 단지 이 하나뿐입니다. 몇 년 전부터 나를 비롯하여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심정지 된 사람 몇몇을 살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요 며칠 우물쭈물하고 마음이 오락가락했지만, 새 면허증을 받아 들면서 좋은 생각에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입니다.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을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삶의 방식이 다르다고 보면 밖으로 보이는 빠르고 느림은 그저 생각일 뿐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