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은 2023

333. 칭찬의 힘 20231230

by 지금은

나는 가끔 칭찬에 인색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그런 생각이 부쩍 늘었습니다. 지나온 세월 남에 대한 칭찬이 부족했다는 증거입니다. 학습 동아리 SNS(Social Network Service) 모임에 글이 올라옵니다. 서로의 글과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칭찬이 수없이 이루어집니다. 때로는 좀 간사해 보이는 게 아니야 하다가도 고개를 흔듭니다.

고래도 칭찬에 춤을 춘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칭찬은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사기를 드높입니다. 나도 동호회의 칭찬에 가담하고 싶지만 생각뿐 잘 실천이 되지 않습니다. 우선 나에 대한 칭찬을 해야 남을 칭찬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듭니다. 내 마음이 즐거워야 남의 즐거움도 보이듯 말입니다. 내가 괴롭거나 슬플 때는 남의 즐거움이 마음에 와닿기는커녕 비웃음이나 짜증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잠에서 깨자 휴대전화를 습관적으로 들여다봅니다. 여기저기 문자의 알림이 있습니다. 하루를 잘 지내자는 이야기와 칭찬이 이어집니다.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과의 칭찬도 있지만 얼굴을 한 번도 대면해보지 못한 사람에 관한 것들도 많습니다. 책을 꾸준히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니 책 속의 인물들에 대한 칭찬과 함께 본받고자 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내가 한 것은 아니지만 칭찬을 보면서 마치 책 속의 인물이라도 된 양 마음이 흐뭇해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나도 칭찬의 말을 남겨볼까 하다가 쑥스러운 생각에 그만두었습니다. 배우고 본받을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지만 회원들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자기 알림 시대라고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말하고 싶은 게 많이 쌓여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해 가끔은 답답하기도 합니다.

내년에는 SNS나 밴드, 블로그에 내 글을 꼭 올려야겠다, 책도 출판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해를 넘깁니다. 내년에는 꼭 해야지 연말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 다시 다짐을 해봅니다. 함께 칭찬하는 습관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며칠 전에 ‘미션 완주증’을 받았습니다. 도서관 글쓰기 동호회에서 매일 빠짐없이 글쓰기 약속을 했습니다. 한 달 동안 글을 올리고 약속한 날에 모였습니다. 22명 중 8명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올렸습니다. 나도 이중 한 사람입니다. 회원 중 한 명이 미션 완주증을 만들어 왔습니다. 어느 상장보다 값진 선물이라며 칭찬의 박수와 함께 나누어 주었습니다. 상으로 크리스마스의 전구처럼 반짝이는 꼬마전구도 하나씩 받았습니다. 완주증을 받아 든 사람들의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서로 칭찬을 주고받습니다. 나는 칭찬을 받으면서도 별반 기쁜 내색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뭐,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렇지만 8명 이외는 완주를 하지 못했습니다. 늘 습관적으로 쓰는 글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는데 함께한 사람들은 꾸준히 해냈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다시 30일 동안 완주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댓글을 올릴 때부터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겠습니다. 칭찬이 글 쓰는 동기를 부여하고 채찍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면의 모임에서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매일 긴 글을 쓰실 수 있습니까. 고맙다는 말 대신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여러분은 내 나이가 되면 더 좋은 글을 쓰게 될 거라는 말을 했습니다. 고맙다고 고래를 숙였으면 더 좋아 보였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듭니다.

아침에 텔레비전으로 칭찬 릴레이를 하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위급상황에서 심폐소생술로 사람을 살린 이야기, 터널 안에서 자동차 화재가 일어나자 인명을 구하고 소방호스로 불을 끈 일, 모범택시 운전을 하며 하루에 세 차례씩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무료 승차를 돕는 기사, 하숙집을 운영하며 어려운 학생을 돕고 대학에 장학금을 내놓은 사람 등 미담이 이어졌습니다. 선행을 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꼭 생활이 넉넉해서, 한가해서 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부족한 살림 가운데도, 바쁜 일상에서도 좋은 일을 한 경우는 많습니다. 모두가 칭송받아야 할 사람입니다.

내가 글을 쓰게 된 실마리는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게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퇴직 후 죽기 전까지 내가 취미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칭찬의 한 마디가 나를 지금에 이르게 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그림에 손을 대고 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깊이를 더하다 보니 필요에 따라 다른 것들이 순차적으로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아내의 음식솜씨가 많이 늘었습니다. 좋다고 하는 말이 맞습니다. 젊었을 때는 투정을 하던 내가 퇴직 후에는 집에 있는 일이 많습니다. 미안한 생각에 음식을 먹으며 맛있다는 말이 늘었습니다. 외식을 좋아하던 아내가 밖의 음식을 대하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먹어보니 이제는 별 거 아니랍니다. 꼭 칭찬은 아니었는데도 반찬 달라지고 맛이 점점 좋아졌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춘다지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은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