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이빨 202201008
눈이 구백 량이라는데 이빨은 몇 량이나 될까요. 요즘 생각에는 이빨도 같은 값이겠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그보다 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넉 달 전에 어금니 네 개를 뺐습니다. 수명이 다했습니다. 불편해서 치과에 갔더니 살릴 가망이 없답니다. 임플란트를 하기로 했는데 잇몸이 말썽을 부립니다. 두 달 후 확인해 보니 두 개 중 하나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 다시 심었습니다. 두 달 후에 또다시 오라고 합니다. 이빨이 없으니 불편합니다. 왼쪽으로만 음식을 씹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염려한 대로 일이 벌어졌습니다. 확인해 보니 전에 심은 임플란트 어금니 두 개에도 이상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인조인간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젊어서부터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이빨과 잇몸이 계속 나를 괴롭힙니다. 의치가 하나둘 늘어나 어느새 잇몸을 채웠습니다. 성한 이는 앞니 몇 개뿐입니다.
눈에 지불한 의료비보다 이빨에 들어간 비용이 몇십 배는 됩니다. 잇몸에는 여러 개의 임플란트가 심겨 있습니다. 잇몸에 고정하는 과정에서 두 번이나 실패했습니다. 돈도 돈이려니와 잇몸의 아픔은 온몸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마취로 인한 낯선 아픔도 나를 괴롭힙니다. 내 잇몸이 부실하기는 하지만 이빨 관리를 잘못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빨을 잘 닦고 치과에도 자주 다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지나고 나니 후회막급입니다. 게으르기도 했지만, 칫솔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잇몸과 잇새의 찌꺼기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이빨만 닦는 데 주력했습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할머니의 말씀대로 빠진 이를 지붕을 향해 힘껏 던졌습니다. 유치가 처음 빠졌던 날입니다. 그 뒤로도 이빨을 모두 갈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책을 보거나 남들의 말을 들어보면 어린 시절 자기 이빨을 뺄 때는 대부분 어른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나는 어땠을까. 어른의 힘을 빌린 적이 거의 없습니다. 처음 이빨을 뺄 때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흔들리는 이빨을 실로 묶고 길게 늘여 문고리에 매달았는데 형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문을 재빨리 열어젖혔는데 이빨은 빠지지 않았고 실만 끊어졌습니다. 잇몸에서 피가 나고 아팠습니다.
뒤의 일입니다. 이빨이 흔들려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식구들이 이가 흔들리느냐고 물으면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대신 혀를 지렛대 삼아 자주 앞뒤로 밀었습니다. 어느 때는 손가락으로 이빨을 쥐고 흔들었습니다. 서서히 움직임이 커졌습니다.
“야, 어떻게 네 이를 네가 뺄 수가 있냐?”
반에서 내 짝이 말했지만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빠진 공간의 느낌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피가 섞인 침을 몇 번 뱉으면 됩니다. 서서히 그 자리를 새 이가 메워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한 번은 학교에 의사 선생님이 왔습니다. 전교생을 상대로 흔들리는 이빨을 뽑아주었습니다. 이때도 이빨은 나 스스로 뺐습니다. 이유는 겁 때문입니다. 집게를 학생의 입안으로 들이미는데 무서웠습니다. 긴 줄의 맨 뒤에 서 있던 나는 흔들리는 이빨을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줄이 점점 줄어 의사 선생님 앞으로 몇 명이 대기 중입니다. 드디어 이빨이 빠졌습니다. 뺐다는 말이 맞습니다.
“금방 뺐구먼, 가만히 있었으면 내가 아프지 않게 빼줄 수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믿을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예방 주사를 맞을 때 아픈 기억이 났습니다. 귓병을 치료할 때도 아팠습니다.
이후로 나 스스로 이빨을 뺀 일은 없습니다. 영구치 말입니다. 나이를 먹다 보니 나 스스로 이빨을 제거한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빨은 오복 중의 하나라는데.’
어렸을 때 동네 노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는 무슨 뜻인가 했는데 맞는 말입니다. 어린 내가 어느새 노인이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나는 늦게 철이 들었습니다. 이빨 관리를 잘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늦었지만 어쩌겠는가. 성한 이와 의치도 오래 써야 합니다.
“자주 닦으세요. 치간 칫솔, 치실도 이용하세요. 가장 아끼는 보물이라고 생각하고 조심조심 다루세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입니다. 간호사의 말입니다. 실천 중합니다. 음식물을 살살 씹도록 신경을 씁니다. 밥을 먹는 시간도 일부러 늘렸습니다.
“이빨이 이상하다 싶으면 서둘러 치과에 가.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