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신분 확인 20220109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습니다. 출입부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코로나 방역 인증이 되지 않았습니다.
‘뭔 일이래?’
어제까지만 해도 잘되던 휴대전화 앱이 켜지지 않습니다. 몇 번 흔들면 나타나는 얼굴이 드러내지 않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습니다. 지갑 속에 도서 대출 카드가 없습니다. 머뭇거리자 봉사자가 컴퓨터 화면에 인적 사항 표를 띄웠습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출입문을 통과했습니다.
도서를 반납하고 카페에서 신문을 읽었습니다. 나는 토요일 날이면 도서관 카페에 가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른 요일에 비해 내가 읽고 싶은 지면이 많습니다. 책 소개를 비롯하여 문화, 역사 등 흥미를 끄는 내용입니다.
오늘은 책 빌려 가기를 포기해야 할까 봅니다. 도서 대출 카드를 집에서 챙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층 대출 서가로 갔습니다. 밑져야 본전입니다. 사서에게 부탁해 볼 심산입니다. 맘에 드는 책을 세 권 들고 창구 앞에 섰습니다. 내 휴대전화 속에는 대출 카드 사본이 들어있습니다. 만약을 생각해서 사진을 찍어둔 상태입니다. 책을 인식기에 올려놓고 카드를 대보았습니다.
‘카드를 읽을 수 없습니다.’ 재빨리 문자가 떴습니다. 다시 한번 시도했습니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번에 어떤 사람이 휴대전화를 인식기에 대고 책을 빌리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사서에게 다가갔습니다.
“도서 카드를 잊고 왔는데 책을 빌릴 수 없을까요.”
카드를 찍어 놓은 사진이 있다며 보여 주었습니다. 기계가 이것은 인식할 수 없어 안 된다며 도서관 홈페이지에 가입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가 대출 방법을 설명했지만, 나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SNS 할 줄 아시지요?”
나는 휴대전화 화면을 켜고 무작정 사서에게 내밀었습니다. 손가락이 몇 번 움직이더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으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도서 대출 카드에 바코드가 나타났습니다.
“이걸로 하시면 돼요.”
“앞으로도 계속?”
대출을 시도하자 곧바로 승인되었습니다. 그동안 번잡스럽게 카드를 지갑에 넣고 다녔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방역패스 인식할 수 있는 앱을 불러보았습니다. 서너 번 휴대전화를 흔들자, 인식 카드가 곧 나타났습니다. 아까는 뭐가 잘못되었던 것일까. 다시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역시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변덕을 부렸던 거야.’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황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뒤로 여러 명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요즈음 세상은 참 편리한 게 많습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많은 것이 낯설고 부담스럽습니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내가 기계와 마음을 주고받아야 하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기기의 발달은 무인 시대를 향해 나가고 있지만 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나름대로 노력은 하지만 그에 비해 발걸음은 점점 뒤처집니다. 부지런히 쫓아가 보지만 그보다는 더 멀리 달아납니다.
나는 음식점이나 은행, 영화관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기기마다 다루는 방법이 다르다 보니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버벅대며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하고 끝내는 미완인 채로 돌아서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지금 내 지갑 속에는 도서 대출 카드 대신에 복지관 카드가 들어있습니다. 도서관에 가면서 왜 복지관 카드를 넣었을까. 나는 만약을 위해서 각종 카드를 휴대전화 안에 저장해 둡니다. 코로나 예방접종 증명서도 찍었습니다. 복지관 카드도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면 좋겠습니다. 잊거나 분실할 염려가 없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도서관에 간 목적을 이루었으니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책을 든 가방이 춤을 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