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선생님
“다음에는 너희들, 그리고 다음에는 너희들.”
선생님은 벌써 운동장을 다섯 바퀴도 더 돌았습니다. 따스한 5월 5일이지만 땀을 뻘뻘 흘립니다. 머리에서, 얼굴에서, 목에서도 땀이 계속 흐릅니다. 어느새 웃옷을 벗으신 선생님의 속옷이 젖어들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것만 같습니다. 등이 뜨끈뜨끈합니다.
우리 선생님은 해마다 아이들을 업고 운동장을 돕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우리들을 업고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두 번째입니다. 한 번은 3월 말쯤이고 두 번째는 지금입니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학교에 놀러 와서 보았습니다. 느티나무 밑에서 놀다 보면 선생님은 아이들을 나무 밑에 모이게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한 번에 두 명, 세 명이나 네 명까지도 업습니다.
“선생님 힘들지 않으십니까?”
형들이 다가와 물으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직은 힘들지 않지. 너희들을 업어 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 선생님은 항상 일 학년만 가르치시나 봅니다. 남자이지만 노래를 잘하고 풍금도 잘 치고 무용도 잘하십니다. 서울에 사는 형이 방학 때 시골에 왔다가 말했습니다.
“1학년은 여자 선생님이 가르치시던데.”
우리 학교에는 여자 선생님이 한 분도 안 계십니다. 정말인지는 몰라도 너무너무 산골이라 여자 선생님은 오실 수가 없답니다. 아홉 바퀴를 돌았습니다. 아직도 네 바퀴는 더 돌아야 합니다. 형들이 느티나무 밑으로 다가와 말했습니다.
“선생님, 그만하세요. 너무 힘들어 보입니다. 옷이 다 젖었는데.”
“그럼, 너희들이 나머지 동생들을 업고 운동장을 돌련?”
“예, 저희가 한 명씩 업고 돌지요. 뭐.”
“생각은 고맙지만 그만두어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자들이니까.”
선생님의 대답은 해마다 똑같습니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올해도
“생각은 고맙지만 그만두어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자들이니까.”
분명히 내년에도 같은 말씀을 하실 게 분명합니다. 마지막 한 바퀴입니다. 선생님은 나를 비롯하여 친구 두 명을 업고 운동장을 달립니다. 등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고 열기가 우리들의 얼굴까지 다가옵니다. 왠지 등에서 내리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불쌍해 보입니다. 이제는 뛰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지친 모양입니다.
“휴, 시원하다.”
“다음에는 제일 먼저 업고 달려 줄게.”
선생님은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웃옷을 가슴까지 걷어 올렸습니다. 배가 맹꽁이배처럼 뽈록 나왔습니다. 아이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자, 선생님의 손이 배로 다가갔습니다.
“장구를 칠까, 북을 칠까?”
선생님이 힘을 주자 배는 더욱 부풀어 올랐습니다.
“동대문 놀이다. 노래 시작.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손바닥의 움직임에 따라 배에서는 북소리 장구 소리가 뒤섞여서 장단을 맞춰 줍니다. 운동장에서의 노래는 풍금이 없어도 됩니다. 선생님이 배만 두드린다면 문제없습니다. 우리들이 사이좋게 지내면 매일이라도 업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