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새우젓
“아이고 이를 어쩌지? 큰일 났네.”
엄마가 아침을 드시다 말고 갑자기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왜 그래요? 엄마.”
“아니.”
“뭐 걱정거리라도 있으셔요?”
“오늘이 무슨 날이라는 것을 깜빡 잊었지, 뭐니.”
“오늘은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아니에요. 할머니가 일찍 일어나셔서 절에 다녀오신다고 나가셨는데요.”
“그러게, 말이다. 할머니가 말씀하실 때까지만 해도 잊지 않고 있었는데, 그만.”
“할머니 모시고 절에 가시기로 약속하신 거예요?”
“아니다. 밥이나 먹어라.”
밥을 한술 떠 넣으시고는 한숨을 푹 쉬셨습니다. 다음 상위에 있는 새우젓 종지를 상 밑으로 내려놓으셨습니다.
“초파일인 것도 잊고, 먹는 거에 환장을 했지.”
“왜요?”
“초파일은 고기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인데 말이야.”
그제야 나는 엄마가 얼굴을 붉히며 걱정하시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괜찮아요. 모르고 먹은 건데, 부처님은 자비로운 분이니까 용서하겠지요.”
“그럴까?”
엄마의 마음이 놓이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밥숟갈을 몇 번 뜨고 이내 한숨을 쉬셨습니다.
“먹는 게 뭔지 원. 할머니가 어제 남긴 새우젓을 먹어도 된다고 하셔서 그만.”
엄마는 항상 할머니를 정성을 다해 위하십니다. 먹을 것이 있으면 좋은 것은 며칠이고 남겨 둡니다. 할머니가 인제 그만 됐다 할 때까지 잡숫도록 합니다. 입을 것도 항상 깨끗이 해 드립니다. 힘든 일은 전연 못하시게 합니다. 어머니는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할머니의 밥상에는 조기와 새우젓을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보리밥 그릇에도 늘 쌀 한 줌을 섞어 드립니다. 그것은 바로 할머니께서 연세가 많아지시면서 입맛이 없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새우젓은 할머니의 입맛을 돋우시는데 싸고 좋은 반찬입니다. 할머니도 집안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아십니다. 그 때문에 비록 별미는 아니지만 늘 아깝다고 하시면서 아껴 드십니다. 새우젓이 맛이 있어 보입니다. 어쩌다가 젓가락이 종지로 가려고 하면 어머니는 어느새 눈치를 채셨는지 살그머니 표정을 바꾸십니다. 손대지 말라는 신호입니다. 우리 집에서의 새우젓은 할머니만 드시는 음식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맛까지 못 보는 것은 아닙니다. 병이 나서 입맛을 잃어버리거나 생일날입니다. 그 밖에도 어느 때에는 조금이지만 맛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런 날은 밥을 한 그릇 비웠어도 또 한 그릇을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생각뿐이지 될 법한 일이겠습니까. 비록 꽁보리밥 한 그릇을 옳게 먹는 것도 다행한 일입니다.
할머니는 며칠 전부터 말씀하셨습니다.
“요즈음 일이 많아 힘드나 보다. 먹는 것도 시원치 않아 얼굴이 빠진 것을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너도 새우젓을 먹어 보거라. 입맛이 돌아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밥을 잘 먹어야 일도 잘할 수가 있지.”
“저는 괜찮아요, 어머님이 건강하셔야 오래 사시지요.”
할머니는 엄마의 건강이 몹시 염려되나 봅니다. 어젯밤에는 엄마를 불러 새우젓을 꼭 먹도록 했습니다. 마지못해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밥맛이 통 없던 엄마는 입맛을 찾으려고 생각했습니다. 새우젓을 입에 댄 것이 바로 오늘입니다.
“너희들도 안 주고 먹은 게 죄지. 모레는 불공드리러 가야 했는데, 부처님한테 벌 받을 거야.”
“엄마는 그까짓 걸 가지고.”
“아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할머니 모시고 절에 따라가는 건데, 바쁘다는 핑계로 할머니만 다녀오시게 했으니 말이다.”
엄마는 계속 무슨 큰 죄인 양 걱정을 하십니다.
“엄마, 새우젓 이리 주세요.”
“왜?”
“내가 대신 먹고 부처님한테 벌 받을게요.”
“녀석도 원, 그만둬라. 내가 괜한 말을 해서 너까지 걱정되게 하는 가보구나.”
“별거 아니에요. 부처님은 착한 분이니까.”
“그래 네 말이 맞다.”
엄마는 식사를 마치자, 호미와 괭이를 둘러메고 토끼울 산밭으로 향했습니다.
“나무아미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