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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어느 날

71. 거스름돈 20221002

by 지금은

시내버스 안에서 청소년들이 현금으로 요금을 내면서 거스름돈을 종종 외면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귀찮다거나 부끄러워서라고 했습니다. 나같이 나이 든 사람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단돈 일 원이라도 내 것이 사라진다면 당연히 아깝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편의점 과자 하나도 천 원이 넘는데 거스름돈 몇십, 몇백 원 받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버스 안에서 사람이 많을 땐 서서 잔돈 받기가 창피하다고 합니다. 내 돈 내고 거스름돈을 받는 게 창피한 일인지 내 소견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십 원, 백 원이란 잔돈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십 원이 모자라서 또는 백 원이 모자라서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일이 있었는지 반문해 볼 일입니다. 편의점 이야기가 나왔으니,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과자를 먹고 싶었습니다. 맘에 드는 과자를 보았더니 천백 원입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천 원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인에게 물건값을 깎자고 할까요, 외상으로 하자고 할까요, 아니면 그냥 되돌아설까요. 적은 것의 소중함도 알아야겠습니다.


아직은 나이가 어리니 근로 즉 노동의 어려움을 모를지도 모릅니다. 힘들여 얻은 돈이 아니고 보면 귀찮다는 생각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일부 청소년들이 이렇게 된 원인은 몇 가지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부모에 의지해서 생활하는 관계로 돈의 귀중함을 모를 수 있습니다. 사회의 통념도 한몫합니다. 그까짓 몇 푼의 사고입니다. 큰 것과 많은 것을 중시하고 작고 적은 것을 하찮게 여기는 경향입니다. 몇억이니 몇십억이니 하는 흔한 말들이 동전을 하찮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동전이라고 가볍게 여기면 안 되겠습니다. 일 원짜리 동전을 만들기 위해서, 십 원짜리 동전을 만들기 위해서 그 액면가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거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보면 재료비며 인건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전자화폐의 등장입니다. 카드가 보편화되면서 사회의 흐름이 변모해 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현금과 카드가 병행하는 이즈음 카드로만 이용할 수 있는 버스가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의 승객 중에는 정확한 버스요금과 전철 요금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말기가 알아서 요금을 계산해 주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부실한 경제교육입니다.


‘티끌 모아 태산’


이라는 우리의 속담이 있듯이 일원이 모여 십 원, 천 원, 만원……이 된다는 사실을 셈법이 아닌 실물경제에서 알게 해주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어려서부터 경제를 가르쳐야 합니다. 노동의 어려움이나 신성함을 알도록 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편리함과 단순함, 신속함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입니다.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데 있습니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천 원이 아닌 구백구십 원이라는 상술로 적은 것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입니다.


얼마 전의 일입니다.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서 은행을 찾았습니다. 카드를 내밀었는데 잔액이 일정 부분 부족하다고 합니다. 주머니를 뒤졌지만 이 날따라 잔돈 몇 푼도 없습니다. 집이 멀지 않지만, 다시 왕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는 잔돈이 많이 모일 때가 있습니다. 아내가 장을 보면서 거스름돈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나와 아들이 챙긴 몫도 있습니다. 방마다 놓이다 보니 하루는 아내가 동전을 한 줌 쥐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동전이 이렇게 많네요.”


내 가방에서도 나왔습니다. 받는 대로 넣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주머니에서도 가끔 나옵니다. 쌓아두기가 번거로워 은행에 가져가 지폐로 바꿨습니다. 내 가방에는 늘 몇 개의 동전이 들어있습니다. 만일을 위해 쓰일 것입니다. 나의 배움터인 복지관에는 동전이 필요합니다. 요즈음 물가가 오르면서 식대도 올랐습니다. 지폐로만 계산할 수 있던 것이 동전도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식권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가끔 불편을 겪습니다. 간혹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동전이 부족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다음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귀찮다는 이유로 거스름돈을 무시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온 세대입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어려서부터 경제의 감각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록 적은 것이라도 그 소중함을 일깨워야 합니다. 최소한 내 주머니에서 헛된 돈이 빠져나가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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