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사진에 눈이 좀 뜨이려나. 20220930
‘조금만 왼쪽으로, 왼쪽으로.’
벌써 몇 번째 마음속 읊음입니다.
나는 지금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동이 틀 무렵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풍경을 휴대전화에 담을 요량입니다. 연못과 길과 건물 속에 새벽 운동 겸 산책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담고 싶습니다. 배경이 괜찮아 보이는 곳을 골라 사람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사람이 지나갑니다. 강아지가 지나갑니다. 자전거도 지나갑니다. 풍경 속에는 이 어느 것이라도 좋을 듯싶습니다. 어느 위치에 어느 크기로 담느냐가 중요합니다. 배경과 어울려야 합니다.
나는 요즘 사진 찍는 요령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 강의는 비대면이고 또 다른 강의는 얼굴을 마주합니다. 내가 그동안 찍은 사진은 다른 사람의 사진과 비교해 늘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촬영했음에도 불구하고 느낌이 달랐습니다. 사진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감각적인 면도 들어있습니다. 특별히 배우지 않았어도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눈썰미라고 해야 할까? 뭐 이런 게 있지 않습니까.
강사가 말했습니다. 사진 찍기 좋은 시간은 해뜨기 전후 한 시간, 해지기 전후 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빛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 쉽게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가끔 느끼기는 했지만, 사진과 연결할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실제 경험을 하고 나니 수긍이 갑니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찍은 같은 장소에 있는 물체의 색감이 완연이 달라 보입니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사진을 많이 찍어봐야 한다기에 마음에 드는 장소를 골라 잠시 머물렀습니다. 풍경을 멀리 하기도 하고 가까이 잡아당겨 보기도 합니다. 한 물체의 위치를 좌우상하로 바꿔보기도 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 삼 분할을 기억하라고 했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삼 분할 방법으로 원하는 물체를 담으면 무난하다고 합니다.
해가 머리를 내밀 기미를 보입니다. 드디어 주위가 빛에 의해 서서히 물들기 시작합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셔터를 누릅니다. 가상의 사람이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정해놓은 풍경을 담아봅니다. 누군가 빨리 내가 원하는 화면 속으로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기다리다가 누군가가 타고 온 공용 자전거가 내 뒤쪽에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거라도 하는 생각에 자전거를 끌어다 원하는 위치에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너무 멀리 놓았나 봅니다. 풍경 속에 아물거립니다. 다시 움직여 내 가까이 놓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화면을 벗어난 자전거는 반만 가장자리에 걸쳐있습니다. 자전거를 더는 움직이고 싶지 않습니다. 무겁기도 하려니와 열쇠에 잠겨있어 바퀴가 구르지 않으니 들어서 옮겨야 했습니다. 오늘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집에 들어와 찍은 사진들을 확인했습니다. 그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 모두 지우고 두 장만 남겼습니다. 움직이는 물체만 담는다면 마음에 들 것만 같습니다.
다음날 같은 자리에 섰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산책하는 사람들 몇 명 있습니다. 때를 기다려 셔터를 누르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길의 오른쪽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갔습니다. 나와 가까운 왼쪽이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사람을 담는 데는 성공했지만 하늘이 생각보다 넓어 보입니다. 사람을 담으려는 생각에 전체적인 구도를 잊었습니다. 내일은 휴대전화를 감추고 있다가 내 곁을 지나쳐 등을 보일 때 재빨리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사진에 에세이를 입힌다’라는 강의를 듣게 된 까닭은 사진을 찍는 것도 한 목적이지만 글을 쓰는 데는 무리가 없겠다는 마음입니다. 여행 사진에 글을 쓴 사람의 책을 본 일이 있지만 체계적인 얼개를 알고 싶었습니다. 아직은 강의 중간이라서 글의 이야기는 없고 사진 찍기의 기법에 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강의도 그렇습니다.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기술입니다. 강의 시간이 짧아 전문적인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아니고 누구나 간단하게 편집할 수 있는 정도의 기능입니다. 전에 남에게서 일정 부분 얻어들은 것들이 다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에 동영상 한 편을 받았습니다. 우리 글쓰기 반원들이 야외 학습을 한 모습입니다. 개개인의 활동 모습이 간단하게 실렸습니다. 짧기는 하지만 사람 하나하나마다 차례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반원들의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언제 이런 걸 배우셨대요. 대단하네요.”
“누님, 숨은 실력 있는 줄 몰랐어요. 감탄이에요.”
각기 다른 문자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영상 기술에 뒤처진 칠팔십 대의 노년들입니다. 관심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동영상 편집 기술입니다. 한 귀퉁이에 회사를 알리는 자그마한 문양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영상 수업이 끝나면 하나의 프로그램을 기획 완성해야 합니다. 내용은 안전 캠페인입니다. 오늘은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노인 상대냐, 어린이 상대냐, 장소를 두고는 야외로, 실내로 등등 시간을 많이 소비했습니다. 결국 좀 더 생각해 보고 다음 시간에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나의 계획 장소는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입니다. 대상은 남녀노소와 관계없습니다. 장면으로는 신호 지키기, 뛰거나 서두르지 않기, 휴대전화 보지 않기, 우산이나 양산으로 앞을 가리지 않기, 탈 것은 끌고 건너기 등입니다.
요즘 수업 시간에 설명을 따라가지 못해 종종 헤매고 있습니다. 좋은 지원군을 얻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때로 도움을 받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