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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어느 날

118. 문예지 신인상 포기 20221123

by 지금은

“축하드려요. ㅇㅇㅇ문예지 신인상 응모작 시 부문에 당선되셨습니다."


담당자는 추후의 일정에 대해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큰 기대를 하고 응모한 것은 아닌데 당선이라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글을 작정하고 쓰기 시작한 지 몇 개월이고 보면 내 글에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열심히 갈고닦아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산문이야 그렇다 치고 시는 늘 내 세상 밖이라 여겼습니다. 동시는 읽고 나서 그림을 그려볼 수 있지만 널리 알려진 시인들의 시를 읽다 보면 무슨 말을 전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안갯속에 머무는 느낌입니다. 나는 시심이 부족하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라 여깁니다.


나는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했습니다. 책을 열심히 읽고 생각을 많이 해보고 또 부지런히 지면에 옮겨보는 중입니다. 이런 반복적인 생활이 이제는 십여 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 것처럼 이제는 초기의 글쓰기가 두려움에서 벗어났습니다. 자신감이라고 할까요. 몇 해가 지나자, 수필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몇 차례의 응모에도 감감무소식이었지만 드디어 제 일회 KT&G 시니어 문학 공모전에 당선되었습니다. 수필 부문 대상입니다. 운이 좋았다고 여깁니다. 공교롭게도 응모 주제와 내 생활경험이 일치가 되었습니다.


몇 년 후에는 글로벌 경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우수상을 탔습니다. 운이 좋았지만, 그동안 부지런히 써온 결과도 있습니다.


다시 모 월간 문예지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당선 일주일 후 연락이 왔습니다.


“당선되셨는데 작가로 등단하셔야지요.”


“아직은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염려 말라고 했습니다. 등단하고 나면 앞으로 열심히 돕겠다고 합니다. 등단에 관해 반응을 보이자, 상대방이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내가 글쓰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할 때이니 사오 년 전이라고 예측합니다.


“등단비를 받는 경우도 있어요?”


나는 아직 작가가 되기 위해서 돈을 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내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습니다.


상대방은 정확히 일주일 후에 다시 전화했습니다.


입회비를 깎아줄 테니 월간지를 사라고 합니다.


“한 권요?”


“오십 권입니다.”


“내가 그 많은 책을 사서 뭐 하게요.”


규정상 그렇답니다. 나는 다시 침묵했습니다. 그는 좀 더 생각해 보라며 다시 전화하겠다고 했습니다.


뭐 생각할 일이 있습니까. 걸려 오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지금 내가 꼭 작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앞으로야 모르는 일이지만 현재 혹여 작가가 된다 해도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실력이 부족한데 내가 작가요 하기에는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KT&G나 신춘문예 공모에서 수상을 했어도 그 담당자들은 나에게 작가로서의 등단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문학 세계의 동향에 대해 잘 모릅니다. 수상을 했지만 정말 내가 작가의 실력을 갖추었는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작가나 등단에 대해 아직 욕심이 없습니다.


나는 요즈음 문화센터에서 글쓰기를 배웁니다. 모르는 것을 익히겠다는 이유도 있지만 강사의 강의나 배움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만남을 통해 글 쓰는 습관을 지속해 이어가기 위한 끈입니다. 동료 중의 몇몇은 작가가 되기 위한 입회비를 내고 그들이 요구한 다량의 월간지를 구입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문학이 돈으로 변질하는 것 같아 마음이 뒤숭숭합니다.


나는 모든 문예협회가 이런 절차를 밟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협회가 난립하다 보니 운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질을 떨어뜨리는 값어치 없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글을 어떤 곳에 투고하면서 원고료는커녕 내 돈까지 내야겠습니까. 얼마 전에 모 신문사에서 내 글을 싣겠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원고료를 주겠거니 했는데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나저제나 했는데 또다시 원고를 원합니다.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 똑 부러지게 말을 하기가 곤란했습니다.


“나는 내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요즘은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런 불미스러운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하는 모양입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내 이름이 알려지고 내 주가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좋은 글로 대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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