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나의 날개에 힘이 붙었어. 20221124
“뭐야, 그것도 모르는 거야. 아니, 그것도 못 하는 거야.”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침묵했습니다. 달리 변명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자라면서 나는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습니다. 모든 행동이나 생각이 늘 처음인 것처럼 생소하고 서툴렀습니다. 보통 사람이길 원했습니다.
지난해 추석 무렵입니다. 복지관에서 민속놀이 행사를 했습니다.
‘하나, 둘, 셋…… 서른다섯, 서른여섯.’
함께하는 사람들이 나의 발동작을 보며 숫자를 셌습니다. 제기차기입니다. 소년기의 실력이 남아있습니다.
“그만, 나 좀 합시다.”
나를 바라보던 사람의 말소리에 발을 걷었습니다. 일등이라고 인쇄된 꾸러미를 받았습니다. 생각지 못한 물건을 받고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허약했기 때문에 유년기와 소년기에는 몸이 내 생각을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동네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집에서는 동생들과는 달리 잔심부름까지 예외였습니다. 보통 사람만 되면 좋겠다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가끔 상을 타고 주위 사람과의 모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때입니다. 할아버지 제삿날이 돌아왔습니다. 삼촌과 형님이 지방과 축문을 쓰셨습니다.
“한 번 읽어봐.”
내가 읽은 축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녀석이 축문 하나 못 읽어서야 되겠느냐며 삼촌이 핀잔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어떠했습니까. 운동 시합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내가 끼면 진다고 보를 보듯 했습니다. 내가 철이 든 것은 대학교 때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사람.’
나는 최소한 보통 사람은 되어야 합니다.
‘멍청하게만 있을 수야 없지.’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이나 핀잔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나는 참으로 한심한 사람임이 틀림없습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한자 익히기입니다. 학창 시절 영어단어를 외우기 위해 연습장이 새까맣게 되도록 쓰며 반복해 외웠던 것처럼 한자를 익히기 위해 스스로 만든 단어장을 늘 손에 쥐고 다녔습니다.
내가 선생이 된 후의 일입니다. 가르치기보다는 배우기 위한 마음으로 교사가 되었지만, 현장에 임하고 보니 생소한 것이 한둘이 아닙니다. 나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로 약속했던 선배가 초등학교 선생은 백과사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에 동감했습니다. 기술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그 분야에 대해 나름의 지식을 갖추었지만, 학생 교육에 있어서는 부족한 면이 많았습니다. 대학에서 학생을 지도하기 위한 지식과 기능을 익혔어도 짧은 기간과 내 보잘것없는 노력은 수박의 속을 모르는 것과 같았습니다.
초창기 학생들을 지도하는 동안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학생들과의 수업도 어려운데, 더구나 동료와 학부모들에게 보여주는 수업은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습니다. 특기도 없는 처지에 수업 평가에서 좋은 평을 들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나도 모르게 낯을 붉혔습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행사를 마치자, 선배가 수고했다며 위로의 술 한 잔을 사주었습니다.
“처음부터 잘 될 수 있겠어. 부족한 부분을 열심히 채워나가는 거야.”
핀잔이나 비난이 때로는 약이 될 수 있습니다. 거부감이 있더라도 내 상황을 짚어간다면 상대방의 말에 서운한 말이 밑거름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서운함이 서운함으로 끝나지 않고 나를 위한 조언이라고 생각을 바꾸어 보는 겁니다.
‘보통 사람은 되어야지.’
내 소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최소한 비난의 대상은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하다 보니 생각이 변했습니다. 정주영 회장의 말이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해보기는 한 거야.’
훌륭한 교사가 되기보다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내 자질과 재능을 키우려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아직도 깊은 지식이나 재능이 부족합니다.
나는 무엇인가 배워야 한다거나 습득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주위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몰입’입니다. 단기간의 습득은 이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밥을 먹는 일을 잊을 수 있고 밤을 새우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학창 시절 재미있는 책에 빠져 식사나 밤을 잊은 때가 있을 것입니다. 놀이에 미쳐 부모의 꾸지람을 들은 일도 있지 않을까요.
아직도 배움의 과정에 있습니다. 이는 나를 늘 배고프게 만듭니다. 배움터를 찾고 여러 행사에 참하여 의견을 나눕니다. 오라고 하는 곳은 적어도 찾아가는 곳은 늘었습니다. 이제는 보통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어울려도 의견을 내보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예체능을 비롯하여 문학, 역사, 철학에 대해 서두를 꺼낸다면 들어줄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십여 년 몰입의 결과입니다. 내용이 좋고 나쁨을 떠나 생각이 날 때면 부담 없이 펜을 꺼내고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는 이유입니다. 삶을 되돌아보면 아무래도 지금이 가장 빛나는 시기입니다. 더구나 누구의 지시나 간섭받지 않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습니다. 앞으로의 여정은 크리스마스의 불빛처럼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는 못해도 꾸준히 주위를 밝히는 촛불과 같은 그런 삶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