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6. 입춘대길

by 지금은

삼촌이 새벽에 ‘입춘대길’이라고 쓴 글씨를 문 앞에 붙였습니다. 입춘대길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봄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기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오늘부터는 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학교에 갔습니다. 개학하고 나고부터입니다. 동주와 정은이가 나를 떼어놓고 둘이 붙어 다닙니다. 정은이네 집에 갔더니 없고 동주네 집에도 없습니다. 동구 밖도 없습니다. 벌써 학교에 갔나 봅니다.

‘나쁜 놈.’

학교 공부가 끝나고 뒷문을 지나 논두렁으로 나왔습니다. 동주와 정은이가 앞서갑니다. 손을 비비며 갑니다.

“나 성냥 있는데.”

“성냥은 뭐 하려고.”

“추우니까.”

정은이를 슬며시 쳐다보았습니다.

“불 쬐고 가자.”

“불장난하다가는 선생님께 혼나는데.”

“선생님이 없는데 뭐.”

“그래도.”

“음.”

“선생님이 알면 네 책임이야.”

“그래.”

둑을 넘어 미끄럼을 타면서 가다 보니 논 가운데 볏짚이 쌓여 있습니다.

“여기가 좋겠다.”

짚가리에서 짚을 몇 단 가져왔습니다. 성냥을 꺼냈습니다.

“아무래도 선생님께 들킬 것 같다. 둑 너머에서 보이니까.”

“보이기는 뭐가 보여, 안 보이는데.”

“그래도 가까우니까.”

“문제없어 내가 책임질게.”

동주 정은이가 집단 둘레에 앉았습니다. 호야가 불을 붙이자 조금씩 타오릅니다. 겉에 있는 짚단이라 반은 젖어서 연기가 많이 납니다.

“이 바보.”

동주가 짚가리 속에서 잘 마른 짚단을 빼내어 불 위에 얹었습니다. 빨간 불꽃이 오르면서 활활 타오릅니다. 재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성냥을 가져오기를 잘했습니다.

“성냥을 가져오기를 잘했지?”

“그래,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춥다. 그렇지.”

“나도 내일부터는 성냥을 가지고 다녀야지.”

땡땡땡‧

공부 시간이 시작됩니다.

“토요일은 고구마 가지고 와서 구워 먹자.”

“좋지.”

“정은이가 먼저, 그리고 동주 그리고 호야.”

“우리 아버지한테 혼나는데.”

“이 바보야, 치마 속에 감추면 되지.”

“야, 너희들 거기 서 있어.”

“불장난한다고 선생님이 잡아 오래.”

우리들이 한창 이야기꽃을 피울 무렵 형들이 둑을 뛰어넘어왔습니다. 정은이와 동주는 어느새 알고 저만치 도망을 쳐버렸습니다. 나도 뒤따라 달아나려고 재빨리 일어나 달렸지만 금방 잡혔습니다.

“가자.”

“싫어.”

“불장난했으니까 가야지.”

“싫어.”

“너 안 데려가면 선생님께 우리들이 혼난다.”

“정은이와 동주가 불장난하자고 해서 그랬는데.”

둘러댔습니다.

“그래도 하지 말아야지.”

호야는 끌려가려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러자 형들이 다리와 팔을 잡고 들어 올렸습니다. 안 가려고 발버둥을 치니까 네 명이 달려들었습니다. 나는 가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6학년 선생님은 호랑이입니다. 6학년 형들도 무서워합니다. 끌려갔다가는 아주 큰 손으로 등짝을 맞을지도 모릅니다. 교무실에서 손을 드는 벌을 설지도 모릅니다. 막 몸부림을 쳤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끌려가서는 안 됩니다.

땡땡 땡땡‧.

쉬는 시간을 알립니다. 6학년 형이 두 명이나 둑을 타고 넘어왔습니다. 이제는 꼼짝없이 끌려갈 게 뻔합니다. 우리 삼촌만큼 큰형들입니다. 힘이 아주 세니까 나 같은 것은 반짝 들면 그만입니다. 꼭 끌어안으면 꼼짝도 못 할 겁니다. 그래도 끌려가면 안 됩니다. 호야는 잔뜩 긴장했습니다. 안되면 물어뜯고 할퀴기라도 해서 끌려가지 말아야 합니다. 형들이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혼내주지 않는다고 했으니 가자.”

“싫어, 거짓말.”

“진짜야, 내가 호야한테 거짓말을 하겠니?”

“그래도 안 가.”

버티자, 키 큰 형이 형들을 앞세웠습니다. 안 온다고 버티면 그냥 보내고 이름만 알아서 오면 된다고 선생님이 말했답니다. 호야는 있는 힘을 다하여 집으로 줄달음질을 쳤습니다. 선생님이 자전거를 타고 쫓아올지도 모릅니다. 장구목 가까이 가서 냇물에 세수하고 옷을 보니 흙투성이입니다.

‘엄마가 왜 옷이 그 모양이 됐냐고 물으면 어떻게 하나?’

오다가 넘어졌다고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불장난했다고 말하면 비싼 성냥 없앴다고 혼낼 게 뻔합니다. 하지만 큰일입니다. 형들이 내 이름을 알아 가지고 갔습니다. 내일은 호랑이 선생님이 그냥 두지 않을 것입니다.

‘입춘대길?’

첫날부터 재수가 없습니다.

‘내 기도가 부족해서일까? 종이를 삐뚤게 붙여서 그럴까?’

버들강아지 핀 얼음장 밑으로 물들이 졸졸 소리를 냅니다.

‘입춘대길, 입춘대길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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