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그림책 「곰씨의 의자」와 「시소」를 감상하고 20210409
오늘 수업 시간에는 관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삶이란 관계의 연속입니다. 자연과 동식물을 비롯하여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관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기에 예전부터 교류를 중요시했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자성어 중에 ‘이심전심(以心傳心)’이나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말이 있습니다. 이 모두가 관계를 잘 지속하기 위해 생겨난 말임이 틀림없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가운데 서로가 같은 마음이 되어보기도 하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실천해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참을 忍’ 자가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도 있지만 이는 한편에 치우친 말이 아닌가 합니다. 혹시 내가 예수나 부처의 마음이 아니면 몰라도 말입니다.
「곰씨의 의자」를 감상하다 보니 이 글의 주인공은 흔히 말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마음속에 참을 인이 세 개가 아니라 수없이 담고 사는 곰이 아닌가 합니다. 큰 의자의 자리를 내주고 내주다가 어쩔 수 없이 작은 새 의자를 마련합니다. 속으로는 불만이 있으면서 이마저도 토끼 식구들에게 양보하는 처지에 이르게 됩니다.
나는 가족의 예를 떠올립니다. 그 속에는 대개 누군가가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밟히는 사람은 어머니입니다. 여인이 아니라 어머니라는 이유로 가족을 위해 헌신 노력합니다. 모성 본능이라는 미사여구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가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형제자매의 경우 장자가 큰 짐을 지는 때도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로 말입니다.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이를 미풍양속으로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러한 풍습이 점차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집안의 힘든 일을 모두 짊어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장자에게 재산을 물려주던 시대에서 가족 모두에게 공평한 분배가 시행되듯, 무거운 짐도 분산되어야 합니다.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인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나라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 각자 한 번은 국방의 의무를 짊어집니다. 나눔입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점차 집단에서 개인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목소리를 높여갑니다.
위의 그림책에서 결말이 좋게 끝나서 다행이지만 사바세계에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비극으로 끝나는 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봅니다. 해마다 명절이 끝나고는 좋지 않은 일이 종종 소개됩니다. 가족 간에 불미스러운 일로 상해를 입힌다든지, 부부간의 이혼 이야기도 있습니다. 참는다는 것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때에 따라서는 맺고 끊는 맛이 있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당장은 서운할지 몰라도 서로를 위해 좋은 일입니다. 사자성어처럼 상대를 헤아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시소’, 균형은 좋은 것입니다. 관계를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계, 나라, 사회, 가정, 그리고 조화로운 나도 필요합니다. 해마다 세계 곳곳에 자연재해가 발생하는 것은 균형이 깨져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통의 부재는 전쟁으로 다툼으로, 의절로 나타납니다. 시소의 균형이 아무리 잘 이루어진다고 해도 세상에는 완전한 평등은 없습니다. 평등이란 서로를 비슷하게 맞추어 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역지사지’,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요즈음은 어떻습니까? 가끔 정치권의 낯 뜨거운 민낯을 볼 때가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이 말을 내뱉으며 서로 자신들의 권위와 이익을 끌어안기에 바쁩니다. 세상에 상대방의 헌신만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황금 비율을 아십니까. 신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입니다. 때로는 어머니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조화로운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뜻을 헤아려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오늘 수업을 계기로 내 안에 나를 찾아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