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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은 4시간전

2021 그날

32. 방귀 20210410

아이들은 똥, 오줌, 방귀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나타내면서도 정작 이야기를 해주면 좋아합니다. 그러기에 이와 관련된 그림책이나 동화책들이 있는지 모릅니다. 나는 종종 심심할 때면 도서관의 어린이 방에서 앞의 책들을 들춰보곤 합니다.


내가 책을 펼쳐 보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쿡쿡’하고 기침하듯 웃음을 토해내자, 한 아이가 쪼르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옆에 쪼그려 앉은 아이를 보고는 손가락으로 그림과 글씨를 가리켰습니다. 그도 ‘키득키득’ 웃음을 뱉어냅니다. 어려 보여서 글씨를 모르는 줄 알았는데 아는 모양입니다.


“뽀옹.”


큰 글씨를 손가락으로 짚었습니다. 아직도 환하게 펼쳐진 얼굴에 미소가 반짝입니다.


“너 방귀쟁이 며느리 알아?”


고개를 끄떡입니다.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교직에 있을 때 아이들에게 가끔 해주던 이야기입니다.


“다 아는데요.”


그 후부터는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처럼 내 나름대로 개작하고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방귀쟁이 며느리는 몇몇 사람과의 시합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 사람들과 경쟁합니다. ‘방귀 월드컵’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방귀를 웃음의 대상으로 넘기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혐오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방귀를 뀌면 대수롭지 않은데 남이 뀌면 왠지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그러기에 성인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오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사람이 다 아는 이야기, 며느리가 시집을 와서 새댁 식구들에게 인사를 올리다 그만 실수하게 되었는데 꼬마 신랑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한마디 더 할까 합니다. 명절 때입니다. 가족들이 다 모인 가운데서 덕담이 오가던 중 일이 발생했습니다. 작은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얘가 왜 이래.”


“엄마가 뀌었으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이 벌어졌으니,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나 봅니다. 오히려 모른 척 시 치미를 뗐으면 좋았을걸. 나이를 먹다 보니 나라고 예외일 수가 없습니다. 아내와 둘이 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눈치 없이 가스가 분출되는 경우가 있어 스스로 민망할 때가 있습니다. 아내가 나를 쳐다봅니다. 선수를 쳐야겠습니다.


“뭐야, 점잖지 못하게.”


스스로 엉덩이를 툭 쳐 보입니다.


공원의 산책길을 걸을 때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거리 두기를 하는 관계로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이 많다 보니 때로는 무리를 이룰 때도 있습니다. 이를 어쩌지요.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만 가스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소리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연속적으로 몇 차례 이어졌습니다. 주위를 돌아볼까 말까 망설여집니다.


‘다행입니다.’


뒤따라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생리작용이니 어쩔 수 없기에 뭐라고는 하지 않지만, 왠지 부끄럽습니다. 뒤따라오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얼굴을 보이기 전에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하여 벗어나야 합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않을 것입니다.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은 감추려는 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러기에 이에 관한 속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끼 제 방귀에 놀란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

‘방귀가 잦으면 똥을 싼다.’


누가 놀란다고, 누가 성낸다고, 누가 똥을 싼다고, 


"어쩌다 가끔, 나, 너,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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