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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은 Nov 20. 2024

2021 그날

36. 가는 날이 장날 20210415

도서관 홈페이지를 살핍니다. 평생학습 중 수강할 내용들이 올라왔습니다. 마음에 드는 과목이 있습니다. 어제까지도 없었는데 어느새 신청 인원이 많습니다. 지금은 정원에 두 명만 비어있습니다. 내 주소를 입력하려는데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뭐야’


홈페이지가 개설된 후 아무런 이상 없이 이용했는데 모를 일입니다. 그동안 책을 고르고 예약한다든가 알림 창을 보고 정보를 얻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어제는 빌린 책을 다 읽지 못해 일주일간 연기신청도 했습니다.


저녁때까지 홈페이지와 씨름을 했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에 문제가 있는지 다른 곳을 접속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상이 없습니다. 도서관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아 과부하가 걸린 것이겠지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도서관 문이 닫힐 무렵이 되어서야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도저히 접속이 안 되기에 담당자에게 전화했습니다. 그의 생각도 같습니다.


“글쎄요. 접속자가 많아서 그럴까요. 내일 다시 해보시지요.”


수강 신청이 이미 끝났습니다. 정원이 다 차버렸습니다. 사정을 이야기하며 대기자로 명부에 올려달라고 하니 내일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고 안 되면 연락해 달라고 합니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여서 비밀번호를 바꾸어 보았지만 요지부동입니다. 점심을 먹고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담당자와 면담하며 이리저리 확인해 보았지만 내가 말한 대로입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는 임시 비밀번호를 사용하게 해 주겠으니 접속 후 변경하라고 합니다.


지체된 시간이 한 시간은 족히 됩니다. 다소 섭섭한 생각이 듭니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마음만 먹고 해결해 주려면 몇 분 내로 될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담당자를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평소에 늘 친절한 사람입니다. 해결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깁니다. 나 자신을 잘 압니다. 전자기기에 민감하지 못합니다. 노력을 기울이는 면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을 따라가기에는 다소 무리입니다.


나는 컴퓨터 자판을 이용하여 글을 쓰거나 필요한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인터넷 뉴스를 보는 정도입니다. 줌이나 밴드 카톡도 합니다. 그렇다고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것에는 익숙하지 못하고 남이 해준 것을 이용하는 정도입니다. 자동차에 비교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운전은 하는데 자동차의 세세한 기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행입니다. 오늘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수강생 첫 번째 예비자로 등록했습니다. 미안한 일이기는 하지만 누군가 일이 있어 포기하기를 기다립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 되었습니다. 이상 없던 내 일정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몇 년 전입니다. 외국의 여행에서 일입니다. 우리의 동유럽 여행 일정 중 플리트비체 국립 호수 공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떠나기 전 설렘은 여행만큼이나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아내와 여행 일정 계획을 하나하나 살피며 흡족해했습니다.


걱정은 늘 다음에 하라고 하기에 별 이상 없이 진행될 것을 기대했습니다. 비행기에 오르며 순조로운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앞의 일은 하느님만이 안다고나 해야 할까요. 우리가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에 가기 전날 밤 세찬 비가 쏟아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식사 시간에 안내인이 걱정합니다.


“삼십 년 만에 겪은 큰비라는군요. 배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안내인의 걱정은 진실이 되었습니다. 비옷을 입고 조심스레 공원 일부를 둘러보기는 했지만, 배를 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오늘 여행의 일정 중 반은 진로를 변경해야 했습니다. 내 능력으로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곳인데 그만……. 결국 나머지 반은 집으로 돌아와 홈페이지에서 호수를 둘러보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이뿐이겠습니까. 사노라면 계획과 어긋나는 일이 있습니다. 큰일도 있고 소소한 일들도 종종 생기게 마련입니다. 생각지 않은 사고가 일어나 일이 뒤 틀리거나 뒤로 미루어야 하는 경우입니다. 살다 보면 미리 준비해서 되는 일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때도 있습니다. 예견되지 않은 일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내일을 생각하고 그때그때 준비를 잘해야 하겠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어느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잊고 살기도 합니다. 늘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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