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그날
35. 건강이래요. 20210413
요즈음 서점가에서 달리기에 관한 책이 잘 팔립니다. 예전부터 도서관이나 서점가에는 건강을 다룬 책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몸을 쓰는 일들이 점차 줄어들다 보니 나타난 현상입니다.
“건강이 뭐예요.”
갑자기 질문이라도 받으면 잠시 머뭇거립니다. 평소에는 뭐 쉽게 이야기할 것 같았는데 상대방에게 맞는 말을 해주려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아프지 않은 거지 뭐.’
맞는 말인 것 같은데 정작 정신 건강을 빼놓은 것 같습니다. 아니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마음이라고 아프지 않겠습니까?
모두 건강에 관심이 많습니다. 병원에 가보면 잃어버린 건강을 찾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주합니다. 젊은이나 노인이나 건강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렇게는 해도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사람은 별로 줄어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병원의 숫자가 점점 불어나고 건강기능식품도 넘쳐납니다. 이에 관한 광고도 눈에 띄게 많습니다.
나는 건강을 해치는 원인을, 우선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데서 찾아보았습니다. 의식주를 살펴볼 때 우리나라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세계 여러 나라와 견주어 보아도 모든 면에서 질 좋은 삶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의 질도 선진국 못지않다고 여깁니다.
국민들이 예전에 비해 더 먹고 덜 움직이는 것은 분명합니다. 병원 통계치를 보니 성인병 환자가 많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한 신문 방송매체나 의료강연에서는 늘 알맞게 먹고 많이 움직이라고 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나와 친한 친척분은 만나기만 하면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짧게 말하지만, 건강의 전도사입니다.
“뭐, 있어. 소식다동(小食多動)이야.”
백 세에 가까워져 오지만 병원 한 번, 건강검진 한 번 받아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병원에 가보지 못했고, 건강검진받지 않은 것이 꼭 자랑할 일은 아닌지 몰라도 그만큼 건강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니 환영받을 만한 일입니다.
우리가 건강해야 할 이유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책을 한 권 거뜬히 쓰고도 남을 만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남의 말을 많이 듣고 보다 보니 모두가 맞는 말은 아니라 해도, 전문의 못지않은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 사람 지금 건강할까요?’
건강하지 못하니 자기 몸과 마음에 관심을 두게 된 것입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하지만 어디 말같이 됩니까. 후회가 관심을 불러온 것입니다. 나요, 위에서 말한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마음만은 늘 건강을 염려하면서도 몸이 따르지 않으니 말입니다.
내가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정년퇴직을 오륙 년 앞에 두었을 무렵입니다. 체력이 달린다는 생각에 헬스장에 등록을 하고 십여 년 동안 매일 드나들었습니다. 턱걸이를 삼십 개나 할 정도였습니다.
지금은요? 틈틈이 개인적으로 운동을 한다고는 하지만 한 개도 못 합니다. 마음이 문제입니다. 운동도 돈을 좀 들어야겠나 봅니다.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라도 한 번 할 것을 두세 번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헬스나 수영을 하겠다고 육 개월이나 일 년 기간을 등록하고 서너 번 가고 말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용하지 않을 거면 나에게 선심을 쓰지.’
요즈음 나의 건강에 관한 운동법이 뭐냐고요. 특별한 것 없습니다. 무작정 걷는 겁니다. 만 보를 채워보는 겁니다. 매일 만 보 쉽지 않데요. 오천 보에서 칠천 보 정도가 제일 많아요. 우리 고장의 좋은 점은 공원이 많다는 겁니다. 이곳저곳 지루하지 않게 방향을 정해 걸어봅니다.
소식(小食)도 쉽지 않습니다.
“먹는 게 남는 거예요.”
좀 덜 먹어보려면 아내는 맛있는 거 찾아내고, 만들어 눈과 코를 간질입니다. 아내가 내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입니다.
“이따 먹을게요.”
지금까지 쓰던 글을 멈추고 현관으로 향합니다. 부지런히 걸어야 합니다. 나는 늘 누군가의 한 말을 잘 떠올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젊어서는 살기 위해 걷고, 늙어서는 죽지 않기 위해 걷는다.’
사람이 삶 속에는 세 가지 요소, 경제, 건강, 명예가 중요합니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뭐, 망설임 없이 건강이겠지요. 건강은 필연이며 무조건적입니다.
사족을 달아볼까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